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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군사용 목적으로 계양산 정상에 송신탑이 설치됐다.
▲ 계양산 송신탑 전경 지난 2000년 군사용 목적으로 계양산 정상에 송신탑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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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산과 경기도 과천 관악산 정상에 설치된 군사용 송신탑이 민간사업자의 수익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사업자가 송신탑을 짓고 기부체납한 뒤, 군 측은 수십 년 동안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환경단체는 군부대가 특혜를 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간사업체 계양산 송신탑 무상사용 '논란'

군부대 1, 2단을 사용하고, 민간업체가 3, 4, 5단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원식 의원실)
 군부대 1, 2단을 사용하고, 민간업체가 3, 4, 5단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원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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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부대 측은 2001년 민간사업체인 'A사'에 31년간(2001~2032년) 계양산 송신탑에 대한 국유재산 무상사용허가를 내줬다. 군은 또 'B사'에도 26년간(2002~2029년) 관악산 송신탑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회사는 '기타 산업용 기계 및 장비임대업'이 주업종이며, 대표는 김아무개씨로 동일인이다.

최원식 의원은 "특정 업체가 송신탑을 설치하고, 국방부에 기부체납한 뒤 수십 년간 사용허가권을 받아 방송국과 통신사들로부터 사용료 명목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된 송신탑을 민간업체가 사용할 수 있게 된 과정이 15년 만에 공개된 것이다.

업계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회사는 계양산과 관악산 송신탑으로 지금까지 100억 원 가까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민간업체에 보증금 3억 원을 지급했고, 임대료로 월 2000만 원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A사와 B사는 지난 2008년 김씨의 사촌동생이 대표로 있던 C사에 흡수 합병됐고, 군 측은 C사가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인 명의변경을 해줬다. 합병 당시 증권업계는 "송신소 임대사업은 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가 필요한 독과점에 가까운 사업으로 자체 송신소가 없는 방송, 통신사 등에 임대해 영업이익률 16~35%대의 고수익을 내고 있다"고 C사에 대해 분석했다.

증권회사는 합병 당시 C기업의 예상 실적 등을 분석한 자료를 냈다. 계양산에서만 연 12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자료 : 한양증권).
▲ 증권사의 C기업 분석 자료 증권회사는 합병 당시 C기업의 예상 실적 등을 분석한 자료를 냈다. 계양산에서만 연 12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자료 : 한양증권).

최 의원은 이 회사가 지금까지 거둬들인 정확한 수익금 내역 등을 비롯해 관련 자료를 추가로 요구한 상황이다.

인천의 명산으로 꼽히는 계양산은 대양건설, 롯데건설 등의 위락시설과 골프장 추진 등으로 수십 년 동안 개발과 보전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00년 군용 송신탑 건설 당시에서도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는 환경과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운동을 펼쳤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군 측은 지역사회의 반발을 고려해,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군부대와 경찰, 계양구청이 송신탑을 통합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문화일보 2000년 8월 30일자에 따르면, 군은 계양산 통신중계소(송신탑)을 경찰, 계양구와 함께 통합 운영한다는 발표를 했다.
▲ 2000년 당시 기사 계양산 송신탑 기사 문화일보 2000년 8월 30일자에 따르면, 군은 계양산 통신중계소(송신탑)을 경찰, 계양구와 함께 통합 운영한다는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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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탑 회사 관계자 "불법 전혀 없었다"

송신탑 건설 당시 주민대책위 활동을 했던 인천시의회 이한구 의원은 "송신탑 건축허가 조건 등 관련 자료를 행정기관에 요구하겠다"며 "군사적 목적 외의 부분은 계양구가 직접 관리해 수익금을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도 "계양산과 관악산의 송신탑은 환경, 문화, 경관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흉물"이라며 "이는 군 측이 암암리에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시설본부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당시만 해도 정보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 논란에 대해 C사 관계자는 "국유재산법 등을 근거로 추진했을 뿐 불법은 전혀 없었다"며 "기부체납을 통해 관악산 송신탑을 운영하던 중 국방부에서 계양산 송신탑도 제안해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계양산 송신탑 건설비로 15억 원 정도 투자했고, 건설한 뒤 4~5년 동안은 전혀 임대업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부대 측은 지난 해 지상에서 계양산 송신탑까지 혈세를 투입해 모노레일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계양구청과 토지소유주인 롯데그룹 등과 협의해오다 최근 백지화했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계양산, #관악산, #송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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