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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당 대표의 입은 무척이나 위험하다. 발언의 수위와 품질의 저급함, 친박과 비박, 다시 복박을 노리는 그 인간 됨됨이의 차원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치인의 언어는 곧 정치인의 생존, 유권자의 선택에 직결됨을 생각하고, 총선이 내년 4월로 임박했음을 떠올리면 입속의 저의가 무엇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그는 대통령의 호위무사라고 할 만하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을 폄하하고 왜곡한다.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두고 "우리 공권력이 불법 무도한 세력들에 유린되는, 나약하고 무능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일 수 없다"면서 "관계 당국은 엄격한 법 집행에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위헌성 시비가 있는 차벽,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반정부, 반새누리당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국민을 적으로 몰아세운 류의 발언은 얼마 전에도 나왔다. 지난 9일 강남구 율곡포럼에서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 높으면 선거 필요도 없다"고 발언했던 부분을 떠올릴 수 있다.

국정교과서가 태풍의 눈이었던 한 달 전 16일엔 '극우' 논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두고 "전국 25개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하려고 하니 우리나라 역사학계 좌파들이 준동해서 학교에 테러를 가한 것"이라며 "폭탄만 안 던졌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무성 대장, 어쩌다 저렇게 되셨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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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비박'의 '무대(김무성 대장)'이라고 불리던 그를 떠올리면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작년 6월, 여의도에서 당 중앙위원 중심으로 열린 '미래로 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있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때,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당 대표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당내에서는 당시 장관 후보자 인선 문제로 곤혹을 치르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후 한동안 그의 이미지는 청와대와 싸우는 여당 대표였다. 당선 직후 전당대회에서는 "할 말은 하겠다"고 했으며,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오른 직후인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날을 세웠던 바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한 것도 당에 대한 대통령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친박계 중진인 서청원 의원의 비판에 꼬리를 내리고, 지난 7월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당·정·청은 하나"라며 "정부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라고 언급하면서 기조를 바꿨다. 당내 중진 의원들이 '찍어내기'라 표현하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낙마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마약 사위' 논란과 부친의 '친일 행각'이 수면 위로 제기된 시점이었다.

집권당 대표의 일련의 행보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존본능에만 민감하게 촉을 세우는 야수의 모습이 드러나는 듯하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자신이 필요한 이들이 듣고 싶은 말을 했을 뿐, 그 말의 논리적 근거나 소위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로써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라는 이득을 취했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굳이 김무성 대표만이 아니라, 여야 통틀어 이 같은 행보로 순간순간 '막말'의 틀에서 지적받아 온 정치꾼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지금 국회의 주안점은 내년 총선이며, 11월 13일 선거구 획정 문제가 법정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온 정신이 이곳에 쏠려 있을 것이다. 16일 당내 비공개 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공천 룰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야권 지지자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발언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쓰는 데에는 무슨 의도가 있을까.

이유가 있는 진흙탕 작전?

지난 2012년 12월 14일 당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했던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14일 당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했던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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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가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 천우장 앞 유세에서 한 말. 당시 그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있는 'NLL' 부분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무성 대표가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 천우장 앞 유세에서 한 말. 당시 그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있는 'NLL' 부분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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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간층 투표 포기가 우리 전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투표율이 70%를 넘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니다"며 "지지율이란 것은 지금 다 정해졌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지금이면 벌써 어느 한쪽을 정하고 이미 양쪽으로 지지를 다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남은 중간층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전략은 이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는 게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된 발언이었다. 집권당 대표의 의중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기자가 운영하는 1인미디어 '또바기(http://ddobagi.me)'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김무성, #총선, #정치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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