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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3일째인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단식 33일째인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 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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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인 남산 아래,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는 한 달째 푸른 비닐 천막이 처져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김건중(24)씨가 머무는 곳이다.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학교 측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김씨는 물과 소금만 섭취하는 단식을 11월 16일로 33일째 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동국대에서는 십여 년 만의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정족수인 1788명을 훌쩍 넘는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총장 보광 스님, 이사장 일면 스님 퇴진' 등의 안건을 결의했다. 보광 스님은 선출 당시부터 불거진 논문 표절 문제로, 일면 스님은 불교 문화재인 탱화 절도 의혹으로 각각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학생회가 의결한 안건을 무시하는 학교

지난 13일에 만난 김씨에게 다른 방법이 아닌 단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총학생회 의결 안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없이 학생들을 무시하는 총장의 태도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단식이 극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학교의 태도 또한 극단적이었다. 반응도 대답도 없이 무시로 일관하는 학교에게 도대체 어떡해야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건지 계속해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가진 게 몸밖에 없으니 이런 거(단식)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학생들이 힘이 없어 무시하는 거라면 학생들을 무시하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단식 한 달째를 넘은 김씨는 "비위가 굉장히 약해지고 촉각이나 후각 같은 감각이 굉장히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4, 5일 차부터 어지럼증이나 헛구역질이 시작됐고, 20일 차 넘어가면서는 몸에 반점들이 생겼다. 영양 섭취가 안 돼서 세포에 있는 영양분들을 먹는 거라 하더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천막 안팎에 세워두는 게시물.
 천막 안팎에 세워두는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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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김씨를 향해 '생명에 지장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정작 보광 스님과 일면 스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학생총회 안건에 대한 학교본부와 학생 측의) '논의 테이블'은 4차까지 진행된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용적인 진전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총장·이사장 퇴진에 관한 문제는 교직원들이 왈가왈부할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스님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한 학생이 어떤 것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는가', '일반 사람들도 이 정도 되면 한 번 쳐다보긴 할 텐데 어떻게 저들을 스님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되는 학교 측의 무반응이 가장 힘들다"며 "차라리 무력을 동원해서 철거 압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김씨의 단식은 학내 구성원들과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씨는 "그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학생들조차 무관심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많이 응원해준다. 이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다"라며 마스크 뒤로 작게 웃음 지었다.

"대표자로서 책임 다하기 위해 최선 다할 것"

김씨는 때때로 앉아 있는 것조차 다소 힘에 부쳐 보였으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때는 눈을 빛내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간절하게 만든 것일까? 그는 "'내가 학생들을 대표하겠다' 말했고, 학생들이 (학생 대표자를)하라고 뽑아줬고, 학생들을 한날, 한시, 한 장소에 모이게 해서 의견을 물었고, 그 의견을 알게 됐다"며 "대표자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현실화시킬 책임이 있다. 그게 전부"라 말했다.

또한 그는 "대표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혹은 책임을 다하기 위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왜 그때 더 열심히 안 싸웠나', '왜 그때 계속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으로 후회할 것 같았다"며 "후배들에게 이런 상황을 물려줬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것이 싫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학우들의 걱정과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 덕분에 아직은 큰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었다"며 "학생총회 안건들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내 발로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학교 측 "학생과 논의할 사안 아냐"

지난 3월 12일 오마이tv에 찍힌 일면스님의 모습
 지난 3월 12일 오마이tv에 찍힌 일면스님의 모습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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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교 관계자는 "학생 총회에서 결의된 다른 안건의 경우에는 논의 테이블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장·이사장 퇴진안은 학교 측과 학생 측이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비판에 대해서도 이사장 일면 스님은 지난 8월, "해당 탱화를 절도하였거나 절도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없다. 호법부 조사를 통하여서도 이미 확인되었다"고 반박했다. 총장 보광 스님 또한 지난 1월 논문 자기표절 및 짜깁기 논란에 대해 "자신의 연구 결과라고 해도 각주를 달아 인용표시를 한다, 논문 내용이 일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동국대, #김건중, #보광스님, #일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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