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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이 농민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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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5일 오후 3시]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후폭풍이 거세다. 농민 백남기(69)씨를 비롯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중상자들이 속출하고, 캡사이신 최루액 살수로 집회 참가자 수천 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 백남기는 15일 새벽 서울대병원에서 4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15일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중환자실에 입원한 백남기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15일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중환자실에 입원한 백남기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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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가톨릭농민회 등 '민중총궐기'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대 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쟁본부는 "백씨는 뇌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 의식이 없고 위중한 상태"라면서 "물대포를 맞고 뒤로 넘어져 뇌출혈이 있고 코 부분이 함몰되고 안구에도 이상이 있다"고 밝혔다.

백씨의 가족을 만난 민변 사무처장 조영선 변호사는 "뇌압이 높아진 상태라 부기가 빠져봐야, 의료진에서 추가 조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쓰러진 피해자에 20초 직사... 구조하려는 시민들에게도 쏴"

백씨는 1947년생으로 1980, 90년대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 회장과 전국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전남 보성군 옹치면에서 밀과 콩 농사를 짓고 있다.

이날 투쟁본부가 언론사에서 제공받아 공개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백씨는 14일 오후 6시 56분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얼굴께로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뒤로 쓰러졌다. 경찰은 백씨가 넘어진 뒤에도 계속 물대포를 쏴 1m 남짓 뒤로 밀릴 정도였다. 이후 백씨를 구조하러 접근한 사람들에게도 경찰은 계속 물대포를 쐈다. 백씨와 이들을 향한 물대포 살수는 20초 정도 지속됐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백씨는 이미 의식 불명 상태였고 코와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주변 시민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얼굴에 많은 피를 흘리는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왔지만, 경찰은 이들에게까지 한동안 농도짙은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직사로 발사했다.
▲ 물대포에 쓰러진 또다른 시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주변 시민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얼굴에 많은 피를 흘리는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왔지만, 경찰은 이들에게까지 한동안 농도짙은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직사로 발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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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본부는 또 다른 영상도 공개했다. 이 영상은 같은날 오후 7시 30분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 주변에서 경찰이 정조준해 쏜 물대포에 뒤통수를 맞고, 정면으로 쓰러진 다른 참가자의 모습이 담겼다. 또 경찰은 차도 한복판이 아닌 인도 쪽으로 벗어나려던 참가자를 향해 물대포를 직접 살수해 쓰러뜨리기도 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경찰 살수차는 군중해산 목적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물줄기에 직격 당해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으면 즉시 살수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처음 피해자를 쏴 넘어뜨린 건 '업무상 과실에 의한 상해'라고 해도 넘어진 피해자와 그를 구조하려는 시민들에게 20여 초간 살수를 계속한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미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독성 물질 캡사이신 무차별 살포, 예고된 참사"

투쟁본부는 물대포 피해자가 백씨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진료지원팀을 구성해 부상자들을 치료한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인 '파바(캡사이신)'가 물대포에 섞이거나 분무 형태로 고농도로 살포되었다"면서 "이 때문에 눈 손상, 열상, 피부 상해, 호흡 곤란 등의 상해가 의료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생해 응급진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백씨 외에도 물대포에 맞아 팔 골절과 인대 파열을 당했다는 20대 학생을 비롯해 1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40대 남성은 넘어지면서 두피에 열상을 입고 기억 상실 등 뇌진탕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최루액이나 물대포에 맞아 열상이나 인대 손상, 타박상, 찰과상 등으로 응급 치료를 받은 환자와 피부나 눈에 손상을 입은 환자까지 합하면 피해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투쟁본부는 추정했다.

전진한 부장은 "집회 참가자에 대한 물대포 무차별 난사나 특정인물에 대한 집중 살포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백씨의 상황은 전적으로 경찰의 폭력에 의해 일어난 상해로 '예정된 참사'였다"고 꼬집었다.

투쟁본부 측은 "백씨는 직사 물대포를 가슴 부위에 맞고 날아가듯 내동댕이쳐졌고 경찰은 이미 쓰러진 백씨와 백씨를 보호해 병원으로 이송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물대포를 난사했다"면서 "최소한의 안전 지침마저 지키지 않은 경찰의 반인권적 폭력이 백남기 농민을 사경으로 내몬 주범"이라며,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과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앞에서 백씨의 쾌유를 비는 촛불 문화제를 여는 한편 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태그:#민중총궐기대회, #물대포, #백남기, #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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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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