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신을 확인한 순간, 엄마들은 수많은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뱃속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심장은 뛰는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때 보통 택하는 방법은 ‘포털 검색’.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등을 방문해 질문하고, 답변을 본 후 위안을 얻는다. 혹은 더 큰 걱정에 짓눌려 그 길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 정보가 모두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은 오히려 엄마와 태아에게 수많은 제약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제 막 임신을 확인한 기자가 <임신, 팩트체크>를 시작해 보려 한다. [편집자말]
뱃속 아기의 심장이 우렁차게 뛰는 걸 확인하고 임신을 '확인서'로 확증 받은 날,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이 팸플릿을 하나 내밀었습니다. '인테그레이티드 테스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태아 기형아 검사를 해서 제 아이가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한 수순인 듯 일러주셨고,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 때는 처음 들은 아이 심장 소리에 벅차 다른 생각이 끼어들 조금의 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기형아 검사를 앞두고 '이걸 꼭 해야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왜 해야 하나'에 대한 답을 알고 있지 못했던 거죠. 그 답을 담당 선생님이 말해 주지 않은 건 물론이고요.

임신 후 엄마들은 숱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임신 후 엄마들은 숱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 freeimages

관련사진보기


기형아 검사 전 선행해야 할 것은 '이것'

사실, 검사 여부를 떠나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내 아이가 기형아일 경우'에 대한 마음의 준비입니다. 현행법상 기형아라고 인위적인 유산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 아이가 기형이든 아니든 나는 무조건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있는 산모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무방비 상태에서 기형아 검사를 시행하게 되고, 태아가 기형아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거죠.

'아이가 다운증후군이어도 낳겠다'는 신념을 가진 산모라면 '선별 검사'라고 불리는 트리플, 쿼드, 인테그레이티드 검사(각각의 검사는 산모 혈액을 채취해 기형아 위험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정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성질의 검사다. 선별 검사 중 하나를 택해 시행하면 된다. 보건소에서 트리플 검사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다)는 무의미한 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는 '태아가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신경관결손증 등이 있을 가능성'을 계산하는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1/471의 확률, 1/890의 확률'로 결과가 나오지, '기형이 있다 없다'를 확진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단계별 검사
* 혈액 검사 (검사 시기 14~20주)

트리플 검사 : 산모 혈액에서 3가지 표지자를 측정해 신경관결손,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을 선별하는 검사. 정확도 70%.
쿼드 검사 : 트리플 검사에서 한 가지 물질을 추가로 검사해 정확도를 높인 검사. 정확도 80%.
인테그레이티드 검사 : 쿼드 검사 + 태아 초음파 검사(목덜미 투명대 검사) 소견을 통합해서 결과를 산출하는 선별검사. 정확도 94~96%.

* 염색체 검사

융모막 검사 : 복부 또는 자궁경관을 통해 태반 조직을 채취해 염색체를 분석하는 방법. 임신 10~13주 사이에 실시. 정확도 98~99%.
양수 검사 : 산모 복부에 바늘을 넣어 양수를 채취한 후, 태아 염색체를 분석하는 방법. 임신 15~20주 사이에 실시. 정확도 99%.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그럼에도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모든 산모에게 선별검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전공의의 설명입니다.

"기형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심각한 문제가 있어 예정일보다 일찍 수술을 해 아이를 꺼내고 곧장 추가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태아 생존율을 높이고 아이가 최대한 장애를 덜 가지게 할 의학적 준비를 하기위해 선별・확진 검사를 하는 거다. 조기에 병을 발견해 생존율을 높이고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듯, 기형아 선별 검사도 마찬가지다."

즉, 아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입니다. 그럼 처음부터 기형아 여부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양수검사 등)를 하면 되지 않나 싶으실 텐데요.

이 검사는 산모 피만 뽑으면 되는 선별 검사와 달리 산모 배에 바늘을 꽂아서 시행하는 침습 검사입니다. 선별검사에 비해 비용도 상당히 높고,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1차로 스크리닝(선별)해 그 다음 단계인 진단(확진) 검사를 할지 결정하게 되는 겁니다.

한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선별 검사를 하지 않는 추세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유산이 금지돼 있기도 하지만, 초음파로 정밀하게 보니 그걸로 기형아 여부를 판별하면 된다는 거죠.

영국 역시 모든 산모에게 기형아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 산부인과협회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우리나라는 선별검사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또 '아기 그림자'를 보는 초음파로는 100%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고 하네요.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산모, 양수 검사 꼭 해야 할까?

선별 검사를 마친 후 산모들은 아이가 기형아일 확률이 담긴 수치를 통보받게 됩니다. 여기서 기형아일 확률이 1/270 이하면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됩니다.

고위험군 산모로 통보받은 임신부들은 '내 아이가 기형아일까'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선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왔다고 해도 그것이 태아 염색체 이상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태아 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저위험군보다 조금 더 높다는 뜻입니다(선별검사와 진단검사는 기본적으로 '염색체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3개여서 발생하는 기형이고 에드워드증후군은 18번 염색체가 3개여서 발생하게 됩니다).

고위험군 산모는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선별 검사 다음 단계, 확진 검사인 양수검사(태아의 조직과 DNA가 포함돼 있는 산모의 양수를 채취해 유전적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를 '꼭 받아야 할까?'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고위험군 산모에게 양수검사를 권하고 있는데요. 선별검사를 하지 않아도 양수검사를 권고 받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만 35세 이상 산모입니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출산할 때 산모의 나이가 25세이면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1/3000, 35세이면 1/365, 45세일 때에는 1/3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 서울대학병원 건강칼럼)

산모 나이에 따른 다운증후군 발생률.
 산모 나이에 따른 다운증후군 발생률.
ⓒ 네이버 건강백과

관련사진보기


그래프를 보시면 알겠지만 만 35세를 기점으로 다운증후군 발생률이 상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생각보다 적지 않은 수의 산모들이 양수검사를 권고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산모들은 '돈 버는 데 혈안이 된 병원이 양수검사를 강권한다, 불법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실제 양수검사를 한 후 기형아가 아니라고 판명 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불만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와 양수검사를 실시한 산모 중 5% 미만에서 염색체 질환이 발생된다"(출처 : 가천의대길병원 건강칼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수검사를 해도 대다수는 염색체 이상이 아닌 걸로 결론 나는 거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양수검사는 자궁 내로 직접 주사기를 삽입하기 때문에 태아를 다치게 하거나 양수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수검사로 유산될 확률은 0.5%, 감염은 0.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산부인과 전공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병원마다 양수검사를 통한 다운증후군 확정 판정 보고율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3% 정도로 얘기된다. 100명 중 3명, 이건 꽤 높은 수치다. 많은 분들이 양수검사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데, 양수 검사의 가장 큰 합병증이 양막이 터지는 양막 파수다. 산모가 염증이 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무균적 시술에서 양막 파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1000명 중 1~2명으로 보고 있다.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수 검사를 통해 태아 정보를 얻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해 검사를 시행하는 거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기형아 검사에 대한 불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전체 맥락을 진료실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의료 환경 때문이다. 세세한 정보를 산모가 다 알면 기형아 검사와 양수검사에 대해 자체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정보들이 산모에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는 '원래 하는 거예요' 라고 말하니 강요당하는 기분이 드는 거다. 물론 의사들은 수많은 진료 대기자가 줄을 서 있고 5분 진료하면서 어떻게 일일이 설명하겠냐고 고충을 토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기형아 검사 브로셔를 제공하고 있다."

그제야, 제 담당 선생님이 건넨 팸플릿이 생각나더군요. 매일 하루에 수십 명에 달하는 산모를 진료해야 하는 담당의로서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어려운 용어가 잔뜩 써 있는 팸플릿만으로는 기형아 검사가 뭔지, 양수 검사는 왜 해야 하는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으며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이 가능한, 유럽의 주치의 제도가 부러워지는 요즘입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기형아 검사, #임신, #다운증후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