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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안팎으로 시끄럽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롯데에서 '무더기 해고'를 당한 청년 노동자 사연이 논란이지요. 이런 가운데 청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를 진행해 화제입니다. 후보로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를 만났습니다. -기자 말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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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롯데의 노동 환경 개선하겠습니다. 하루살이 근로 계약 폐지하겠습니다. 준비된 회장, 롯데의 아들. 기호 '다'번 로티 드림."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가 내건 출마의 변이다. 신동빈·신동주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로티(27, 남)가 지난달 30일 회장직 후보로 나섰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 청년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지지를 받고 있다. 로티의 기호는 '다'번이다. 기호 '가', '나'는 각각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5일 낮 로티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롯데호텔 청년노동자를 응원합니다' 손팻말을 들고 섰다. '하루살이 근로계약 폐지'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채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선 것이다. 로티는 특유의 웃는 낯으로 손을 흔들며 시민 표심을 잡으려 애썼다.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깜짝 놀라며 피하거나, 함께 웃으며 악수하거나.

로티는 특히 명동에 온 외국인 관광객과 20~30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았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춤추며 '표심 잡기'에 나선 로티를 보고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길 가다 멈춰 서 로티와 '하이파이브'를 한 3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재벌들 경영권 싸움을 보며 답답했다, 당장은 못 바꾼다고 해도 이런 시도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로티가 내건 공약은 파격적이다. 그는 앞서 논란이 된, 롯데호텔의 '하루살이 근로계약 폐지'는 물론 롯데 계열사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했다. ▲ 부모 직업 묻는 이력서 폐지(TGI 프라이데이스) ▲ 10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 폐지(롯데시네마) ▲ 늦게 찍고 일찍 찍는 출퇴근 카드의 정상화(롯데리아) 등이 그의 공약이다.

로티는 이날 오후 3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단 간담회 등 일정을 잡았다. 약 한 시간의 선거 운동을 끝내고 이동 중인 그와 만났다. 로티는 "어렸을 적 저와 함께했던 20대 친구들이 롯데에서 일하다 쉽게 해고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데도 34층 회장실을 차지하려 싸우는 신씨 일가의 모습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그룹은 재계서열 5위, 시가총액 28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외식관광 계열에만 약 15만 명이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럼에도 청년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이곳 종사자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 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만든다고 보기엔 너무나 불량한 일자리"라며 이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로티는 또 "롯데'월드', 즉 롯데그룹을 자기 왕국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제 선거 운동과 공약이 불편하겠지만, 롯데를 진심으로 아끼는 소비자와 임직원들에게는 매력적일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투표(링크)로 진행되는 가상 롯데 회장 선거 결과는 18일 발표된다.

다음은 로티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롯데, 꿈과 환상의 세계만은 아니더라"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롯데 계열사 소속 서비스 노동자를 응원하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롯데 계열사 소속 서비스 노동자를 응원하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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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을 소개해달라.
"많은 이들이 저를 아실 것 같다. 1989년 7월 잠실에서 태어났다. 롯데월드 개장할 당시에 마스코트로 탄생했고, 지금도 롯데월드 안에서 여자친구 로리와 함께 돌아다니고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유일한 캐릭터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의 상징으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 갑작스레 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사실 제가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밤 11시, 12시까지 고되게 일하는 삶을 살면서도 제가 버텼던 건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대 초반부터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와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이 나이가 들고 롯데 계열사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얘길 들어보니 제가 아는 것처럼 롯데가 '꿈과 환상의 세계'인 것은 아니었던 거다.

결정적 출마 계기는 롯데호텔의 해고 사건이었다. 84일간 매일 근로계약서를 쓰다가 잘린 김영씨는 물론이고, 1년 이상 장기 근로자들 20명가량을 무더기 해고했다는 얘길 들었다. 젊은 사람들을 이렇게 쉽게 쓰다 버릴 수 있나. 그 와중에도 신동빈·신동주 형제는 34층 회장실을 두고 싸우는 걸 보면서 이제 안 되겠다 싶었다."

- 본인의 공약은 어떤 것인가.
"신씨 형제 같은 경우 둘 다 재벌 2세고, 경영자로서 연륜도 있다. 저는 그건 없지만, 제가 직접 일해왔고 또 엔젤리너스 커피·유니클로 등 롯데 계열사에서 일한 사람들의 경험에 근거한 공약이 있다. 크게는 롯데그룹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거다.

롯데호텔의 하루살이 근로계약 폐지, 또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10개월 단위로 쪼개기 근로 계약서를 쓰는 롯데시네마, 이력서에서 부모 직업·종교 등을 물어보는 롯데계열사들의 부당 노동·고용관행을 고치겠다는 게 제 선거 공약이다." 

- 좋긴 한데, 롯데그룹 측에서 반가워 할만한 공약은 아닌 것 같다.
"하하, 뭐 글쎄. 사실 이름도 롯데 '월드'잖나(웃음). 다시 말해 롯데그룹을 자기 왕국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제 선거 운동과 공약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롯데는 국민이 키운 대기업이다. 롯데그룹을 진심으로 아끼는 소비자와 대다수 임직원들에게는 이런 방향성이 매력적일 거라 생각한다."

- 현재 외식·관광 부문 롯데 계열사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도 이번에 선거 출마하면서 지지단체인 청년유니온, 청년들을 만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롯데는 현재 재계서열 5위에 시가총액은 28조 원에 달하고, 한국에서 사업한 지도 50년이 넘었다. 특히 다른 대기업은 중공업·제조업 등으로 발전했지만, 롯데는 식품·매장·외식 계열 등으로 소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그런 계열사가 15개 브랜드, 매장만 총 9300개 정도다. 또 여기서 일하는 종사자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만~20만 명이 된다.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걸 보니, 그런데도 이분들 평균시급이 5900원, 평균월급이 103만 원 정도더라. 주로 단시간 근무를 시키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만든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보통 사람들이 미래 삶을 꿈꾸기 어려운 불량 일자리가 롯데에서 양산되고 있다."

"신씨 일가 형제들과 다른, 현장 경험이 제 강점"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선거운동을 벌이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하이파이브하며 반기고 있다.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와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5일 낮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선거운동을 벌이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하이파이브하며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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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가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했다. 가상 롯데 회장 선거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며 오는 18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다.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가 롯데계열사의 부당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롯데그룹 가상 회장선거에 출마했다. 가상 롯데 회장 선거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며 오는 18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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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당선되면 개선될 수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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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제가 만난 분들도 구호나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 경영을 할 때 가능하겠냐고, 노동조건 개선이 쉽게 되겠냐며 회의적인 분들이 많더라. 하지만 롯데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경영과정의 불투명함 때문이다. 국민이 키운 기업임에도 전혀 공개돼있지 않았다.

저는 이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들에게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좀 걸려도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사실 청년 노동자가 겪고 있는 문제들, 이들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것이 롯데그룹 자체만의 문제겠는가. " 

- 신동빈·신동주 형제와 차별화되는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뭔가.
"많은 사람이 두 사람의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점점 피로감을 느끼더라. 처음에는 이 형제들의 싸움을 드라마처럼 느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대단히 큰 피로감과 환멸이 누적된 것 같다. 이들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 재벌 상속자들 모습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신들의 전쟁'이다. 이건 보통 국민의 삶과 간극이 크다. 제 출마에 대해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층이 지지를 보내준 것도 땀 흘리는 보통 사람들과 같다는 매력 때문인 것 같다."

- 상대 후보나 롯데 그룹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나. 
"따로 반응이 있지는 않다. 아마 서로 소송전을 하면서 공사다망하신 게 아닌가 싶다. 저는 애초에 그 싸움 한복판에서 틈새를 노리고 제3후보 전략으로 출마한 거다. 선거 운동 기간이 아직 남아있으니 인지도를 높이면서 점차 궤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추세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 롯데호텔에 84일 출근해 84번 근로계약서를 썼던 김영씨와 만났다던데. 
"며칠 전에 롯데리아에서 만나 햄버거를 같이 먹고 엔젤리너스 커피에서 커피를 마셨다. 김영씨가 저보다 어린 20대 초반인데, 혼자서 대기업 거대 법률회사과 오래 소송하면서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는 19일 항소심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가 김영씨와 비슷한 다수 노동자를 위해 출마한 것을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끼더라. 사실 그분을 응원하러 간 거였는데 제가 되레 지지와 응원을 받고 왔다."

- 거리 유세 중에 간이 회장 선거를 진행하던데. 반응은 어떤지.
"호불호가 갈린다. 신동빈·신동주 형제 간 분쟁을 유심히 본 사람은 둘 중 한 명을 택하더라. 어쨌든 롯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중요한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롯데가 형제들 분쟁에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제게 '잘 나왔다, 꼭 회장 돼달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 선거 유세하며 만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 분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롯데계열사 분들이다. 롯데시네마·롯데마트 등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롯데에 대한 이들의 평가 중론이, '롯데는 사람 귀한 줄 모르는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다른 이에게 회사를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다수가 '뜯어말리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 상대 후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지금껏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여론으로는 제가 좀 압도적인 것 같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주셨으면 한다. 결국, 롯데만한 대기업이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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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롯데호텔, #롯데 회장, #롯데 경영권, #신동빈 신동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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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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