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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캠페인을 진행 중인 모습
▲ 롯데마트 앞에서 진행한 캠페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캠페인을 진행 중인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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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0월 30일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롯데마트 노은점과 대전시청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열었다. 이번 캠페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피해를 당한 시민들을 찾기 위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부산·대구·광주·대전·경기·인천 등을 순회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접수를 12월 31일까지 연장했지만, 실제 접수된 피해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노은점에서 30일 오후 2시~3시까지, 대전시청에서 오후 6시 30분~7시 30분까지 기자회견 및 캠페인이 있었다. 두 번의 캠페인에서는 대전과 충남지역의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피해 상황을 전하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은 스스로 '가피(가습기 피해자의 줄임말)'라고 부르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참가자들의 사연은 모두 구구절절했다.

서산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가습기 세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꼭 사용하라'는 방송을 보고 2011년 11월에 살균제를 구매하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2년 3월까지 4개월간 집중적으로 살균제를 사용하면서 인체 피해까지 입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잘 걷지 못하며 무거운 짐을 들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는 실제로 쪼그려 앉지도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 김씨는 힘든 몸을 이끌고 가습기 피해자에 대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서산에서 대전까지 와서 캠페인에 함께 했다. 몸조차 가누기 힘든 피해자들은 정부의 조치에도 많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경부 홈페이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 정보 찾기 어려워

우편으로만 접수하여 신청을 받고 있었다.
▲ 가습기 피해자 신청 절차 우편으로만 접수하여 신청을 받고 있었다.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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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연결되는 배너나 홍보 내용 등은 찾을 수 없다.
▲ 한국 환경안전기술원 홈페이지 직접 연결되는 배너나 홍보 내용 등은 찾을 수 없다.
ⓒ 한국 환경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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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피해를 찾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가습기 피해에 대해 알리거나 피해자를 찾는 일에는 매우 미온적이라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가습기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찾기 어려우며 접수도 직접 받고 있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홍보 배너도 찾을 수 없었다. 피해자 접수에 대해서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우편으로만 접수하게 되어 있다. 피해 입증을 위해 실제 서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간이접수나 상담을 통해 서류접수를 유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하여 처리하게 되어 있지만 신청서를 홈페이지에서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또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하여 처리하게 되어 있지만 신청서를 홈페이지에서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에는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 우측 하단에 작은 아이콘이 전부였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피해자들은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시청 북문에서 퇴근길 바쁘게 움직이는 시민들에게 캠페인을 진행하고, 시청사거리에도 찾아서 활동을 이어갔다. 현장을 지나가는 많은 시민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내용을 묻기도 했다. 캠페인에 함께하는 대전에 거주하는 피해자 김씨는 "(사람들이) 가습기 피해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하면서, "본인 역시 전혀 이를 알지 못한 체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공유

두 번의 캠페인을 마치고 오후 8시부터는 대전환경운동연합 교육실에서 피해자 간담회를 통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활동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3명의 피해자가 참가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피해 사례가 공유되었다.

대전에 사는 나아무개씨의 경우 3살 난 첫째 아들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잃었다. 나씨는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는 아들 간호에 매달리느라 다른 가족의 건강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4월 아들의 판정 결과가 나온 후에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다른 가족들도 피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추가로 신고했다고 한다. 이후 둘째와 셋째 아이도 피해 인정 판정을 받았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가족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사망한 이아무개씨는 대전에 거주하면서 2001년부터 둘째 아이 출산 전후로 가습기 살균제를 쓰기 시작해 2011년까지 겨울마다 매달 3∼4개씩 제품을 사용했다. 폐 섬유화증 등 각종 폐 질환에 시달린 이씨는 2015년 4월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와 질환의 인과관계 2차 조사에서 가장 높은 '거의 확실'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심장과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지난 5월 4일 충남대 병원에 입원했고 9일 낮 갑자기 호흡곤란이 심해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대전의 또 다른 피해자인 정씨의 아이는 태어난 지 3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 사망 1년이 지난 이후 같은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폐 이식을 받으면서 생명은 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다른 환경피해보다 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고액의 병원비로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 기업은 피해자 보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이고, 이런 태도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가중하고 있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생산과 판매는 중단되었지만 가족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중에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종류는 모두 20여 종인데 가장 많이 사용된 상위 10개 제품 중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 벤키저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 80%로 가장 판매 비율이 높았다. 다음으로 높은 판매 비율 제품은 애경 가습기메이트, 롯데마트 PB, 세퓨, 홈플러스 PB, 이마트 PB, 코스트코 PB, 아토세이프 가습기 항균제, 아토세이프 가습기 살균제 순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대전 캠페인
▲ 대전시청 사거리에서 캠페인 중인 모습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대전 캠페인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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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례를 종합하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습도 유지가 필요한 병원이나 유아가 있는 집에서는 대부분 가습기가 사용 중이다. 가습기 세균 문제를 TV 등의 다양한 매체로 접한 시민은 의심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12년 한국 환경보건독성학회지에 실린 '경기지역에서의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란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530명의 피해자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도시거주 일반 인구의 37.2%가 가습기를 사용하고, 18.1%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바 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대전과 충남·충북 잠재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산정하면 모두 109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전 57만 명, 충남 29만 명, 충북 23만 명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전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30명 중 대전 지역은 38명(사망자 15명, 생존환자 23명), 충남지역 21명(사망자 8명, 생존환자 13명), 충북지역은 15명(사망자 2명, 생존환자 13명)이다. 대전과 충남·충북 지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74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25명이고 투병 중인 생존 환자는 74명이다. 전국 피해자 530명 중 사망자는 143명이고, 사망률을 살펴보면 대전과 충청도 전체는 33.8%로 전국의 27%를 웃돈다. 충남의 사망률이 42.1%인데 광역단위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대전은 39.5%로 광역대도시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화학물질 관련 제품, 안전 검증 등 대책 마련해야

환경단체는 잠재적 피해자 중에서 앞으로 추가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내서 적정한 조처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피해자 구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홈페이지 개편과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 시민센터는 지역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시민의 제보를 받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의심환자나 제품을 사용한 시민을 찾아내고 상담을 통해 피해 접수를 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들에 대해 관련성을 판정해 1~4등급으로 구분했는데 관련성이 높은 1~2등급에 대해서만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제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비용을 돌려받으려는 조처인데 3~4등급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확인되었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전·충남·충북 지역 피해자 74명 중 1~2등급은 34명이고 3~4등급은 40명이다. 특히 4등급이 31명이나 된다. 이중 사망자가 6명이다. 정부 정책의 변화를 위해 지역 사회가 관심을 두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할 대목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폐 질환 관련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스프레이 제품이 현재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예방을 위해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프레이 제품의 경우 폐로 유입되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안전 기준과 다각적인 검증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고 조치할 방안이 필요하다. 만얀 관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화학제품으로 인한 피해는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될 것이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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