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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 궁전에서 바라 본 시내 전경
▲ 시내 전경 우다이푸르 궁전에서 바라 본 시내 전경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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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인정하는 영국이 인도에 남긴 세 가지(영어, 의회, 기차) 중 하나인 기차! 인도의 기차는 100% 만족스러운 여행을 선사하진 않지만, 인도의 큰 땅덩어리를 돌아보기에 꽤 괜찮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현지인들은 기차의 노후와 그에 따른 지연, 적당한 수요가 공급되지 않는 점에 불만이 있긴 하나,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를 갖고 인도를 돌아볼 여행자들은 만족할 만하다.

센스있게 미소로 봐 준 경비병에게 감사를 전한다.
▲ 경비병의 포즈 센스있게 미소로 봐 준 경비병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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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칸을 비롯하여 삼등칸까지 구분되며, 큰 땅덩어리를 가로지르기 위해 침대 및, 시트 등도 구비되어 있다. 이 중, 주로 이용했던 것은 슬리퍼 클래스(sleeper class, 침대칸)였는데 이는 번호가 붙지 않은 등급이라 가장 저렴하지만 무임승차 또한 많은 등급이다. 번호가 붙은 3A class, 2A class, 1A class등은 에어컨도 나오고 모든 창문도 닫혀있기 때문에 바깥 세상의 소음과 외부인들에게서도 어느 정도 차단되는 이점이 있다.

우다이푸르 시내
▲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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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한 침대 칸을 이용하면서 나름대로 선호하는 좌석도 생겼다. 예약을 할 때는 무조건 2층 침대를 예약한다. 사전에 좌석확보를 못 했을 경우엔 2층을 점유한 승객에게 좌석을 바꿔달라 부탁한 적도 있다.

일반인의 키 높이보다 높은 2층 침대에 있어야 불미스러운 사고의 가능성(취침 시 낯선 이의 터치로부터)을 방지할 수 있고, 좀 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다. 물론 2층에 있어도 빤히 타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인도 남자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러나 1층보다 훨씬 심리적인 안정감을 맛볼 수 있다.

문 하나에도 그 집 주인의 개성이 한 껏 드러난다.
▲ 대문 문 하나에도 그 집 주인의 개성이 한 껏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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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클래스는 번호가 있는 기차와는 달리 외부인의 출입이 쉬운 편인데 좌석이 없는 사람들도 빈자리를 찾아 들어오거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 각 정거장에선 물건을 팔기 위해 상인들이 오르기도 한다.

그 중에서 어느 날 보았던 청년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깡마른 몸에 다리가 불편한 듯 했다. 일어서서 걷지 않고 기었기 때문에 추정만 했을 뿐이다. 그의 구걸 방식은 특이했다. 그는 기차 안의 쓰레기를 모두 모아가며 통로를 기어서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 칸에서부터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꽤 많은 쓰레기가 그의 앞에 몰려 있었다.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인도 어디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여인들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인도 어디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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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모으는 행위가 퍽 인상적이었다. 성의가 있었다. 그냥 돈을 구걸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사람들 근처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손으로 모아가며 복도를 청소해 나가고 있는 그를 보며 문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해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그의 행동에 동한 것처럼.

동양의 베니스에선 '사람'이라는 추억을 쌓아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신혼여행지로도 손꼽힌다.
▲ 물의 도시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신혼여행지로도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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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곳은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물의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 이 곳 역시 인도의 여러 곳에서 느꼈던 한국인 관광객의 자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인도에서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는다는 이 도시의 느낌은 고즈넉한 도시를 통과하는 강과 운치 있는 건물들보다 김치찌개 등을 먹을 수 있는 도시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다.

과거의 한국인 여행객들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현지인 소니씨 덕분이었다. 식당 겸 그림 그리기 체험을 위한 화방을 열고 있는 그는 한국인에게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장삿속만 드러내지 않아서 그의 가게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하고 있었다.

어느 장소건 마음이 통하면, 정이 가는 법이다. 우다이푸르에선 정이 담긴 고향 음식 같은 먹거리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그의 가게에 모이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소니씨를 위해 메뉴를 연구하고, 메뉴판 한국어로 대신 써주기 등으로 보탬이 되고자 했다.

일례로 나는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소니씨를 위해 추천한 새로운 메뉴, 부침개는 그의 가족 및 친구들에게도 꽤 반응이 좋았다. 야채만 넣고 밀가루와 반죽해 부치는 것이니 그에게도 크게 어렵진 않으리라.

가죽커버를 종이와 덧대서 꿰맨 후 노트를 만들고 있는 청년.
▲ 노트를 만드는 청년 가죽커버를 종이와 덧대서 꿰맨 후 노트를 만들고 있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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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궁전을 찾은 날이 왕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 왕자의 결혼식 사진을 담당하는 사진사 마침 궁전을 찾은 날이 왕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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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이든 장소를 덮을 만큼 강한 것은 사람이라는 추억이다. 그래서그런지 때때로 장소나 특색 있는 유적지 등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문득 떠오르는 것은 그 곳을 이루고있는 사람들이다. 우다이푸르 하면 닭복음탕을 할 줄 아는 인도인 가족이 떠오르는 것처럼.

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동양의 베니스, #물의 도시, #우다이푸르 , #인도 라자스탄 주,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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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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