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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까 댄스스쿨에서 일본인과 춤을 즐기는 모습
 야마나까 댄스스쿨에서 일본인과 춤을 즐기는 모습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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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주요 무대로 활동하는 부부 댄스스포츠 동호회 라메르 클럽(La Mer Club : 회장 양규식) 회원 11쌍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생활 댄스문화 국제교류차 일본에 다녀왔다. 50대 중년인 우리 부부도 회원 자격으로 꿈의 여행에 참여하여 행복을 만끽하였다. 이번 여행은 일본 동경대에서 공부한 우리 모임 총무 회원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동호회 회원들의 친목도모차원에서 하는 국내외 여행이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외국인과 함께 춤을 즐길 목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8일 저녁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모인 우리 일행들은 모두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마냥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를 실은 부관페리호는 아름답게 빛나는 부산항의 야경을 뒤로하고 밤새 현해탄을 건너 9일 아침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시모노세키 근교의 일본 최대 종유동굴인 아키요시 동굴을 관람하며 한나절을 보낸 후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 한일공동 댄스파티가 열리는 목적지로 이동하였다.   

우리는 일단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스미레 여관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6시로 예정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한테 기죽지 않기 위해 준비해 간 연미복과 드레스를 단단히 챙겨 입고 여관 종업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숙소 근처에 있는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장인 야마나까 댄스스쿨은 댄스스포츠 교습학원으로 어느 낡은 건물 5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 우리는 꽤나 실망하였다. 그러나 야마나까 원장의 환영인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오디오를 통하여 아늑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일본인들이 하나 둘씩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춤을 청하였다.

일본인들의 과감한 대시에 우리는 조금 놀라기는 했으나 곧 마음을 진정하고 그들의 청에 응하여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회원들도 춤 경력이 평균 10년 이상이 되어 실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불특정 임의의 사람을 파트너로 자유롭게 춤을 추는 데는 일본인들의 춤 솜씨가 더 나아보였다.

일본인과 각각 한 쌍을 이루어 플로어를 돌며 춤을 추는 우리 일행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나도 그중 가장 어여쁜 일본여인과 파트너가 되는 행운을 얻어 함께 춤을 추는 동안 행복한 웃음을 멈추지 못하였다. 아내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들어 입은 노란 드레스를 뽐내며 일본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일본인과 어우러진 자유로운 춤으로 기분이 고양된 우리는 단체로 그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연습한 왈츠와 탱고 포메이션을 선보이고, 연이어 3쌍의 회원이 각각 룸바와 왈츠를 시범하여 일본인들로부터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8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야마나까 원장은 현역 프로선수인 자신의 손녀 아오끼양과 그 파트너 카와토씨를 내세워 현란한 동작의 차차차와 룸바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화답하였다.  

이어서 모두가 함께하는 춤의 향연을 계속하다가 남진의 히트곡 "님과 함께"를 배경음악으로 한 신나는 라인댄스를 끝으로 3시간의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도 그 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해 밤늦게까지 댄스 무용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는 큐슈 오이타현으로 이동하여 그곳 사회교육종합센터에서 오이타현 댄스스포츠 연맹 회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춤을 즐겼다. 

역사적으로 한일관계는 매우 껄끄럽고 최근 아베정권의 군국주의화 시도로 반일감정이 더욱 악화일로에 있어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감정 또한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개개의 선량한 일본인들을 미워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이번 한일댄스교류를 통하여 사회적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더 댄스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깊고 생활 속에 활성화되어있음을 느꼈다.

댄스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에 따라 내면의 에너지를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댄스스포츠는 체력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서순화와 심리적 안정 효과도 가져다준다. 그러므로 각종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운동이다. 또한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운동으로, 이상적인 평생체육으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좋은 운동에 대해 아직도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우리 라메르 클럽회원들은 이번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세계 각국으로 지평을 넓혀 국제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리하여 댄스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고 우리 국민모두가 춤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로 굳게 다짐하였다. 

나이에도 상관없이 거친 파도에 흔들거리는 배안에서도 균형을 잡고 멋진 춤을 추며 인생을 즐기는 우리들의 모습이 부럽지 아니한가?

부관페리호에서 바라본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야경
 부관페리호에서 바라본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야경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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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페리호 휴게실에서 라메르클럽 회원들의 담소
 부관페리호 휴게실에서 라메르클럽 회원들의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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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까 댄스스쿨 회원들과 함께한 라메르클럽 회원들
▲ 야마나까 댄스스쿨에서 라메르클럽의 한일공동 댄스파티 야마나까 댄스스쿨 회원들과 함께한 라메르클럽 회원들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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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타현 사회교육종합센터에서 오이타현 댄스스포츠 연맹 회원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모습
 오이타현 사회교육종합센터에서 오이타현 댄스스포츠 연맹 회원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모습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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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댄스스포츠, #라메르 클럽, #부부댄스동호회, #국제교류, #한일댄스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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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을 위해 애쓰는 경남교육청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은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댄스스포츠를 국민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무도예술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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