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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마지막날인 10월8일 아침, 돌봄지부 소속 요양보호사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1인시위를 하는 요양보호사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10월8일 아침, 돌봄지부 소속 요양보호사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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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목)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다. 국정감사장에는 발도 디딜 수 없지만, 이날을 기다리며 분주히 국회에 모여든 이들이 있었다. 요양시설 혹은 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과 간병인들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이하 돌봄지부) 소속 조합원인 이들은 출근시간보다 더 일찍 모여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요양보호사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는 각 문마다 피켓을 들고 섰다. 피켓에는 "간병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윽고, 일인시위를 마친 이들은 국회앞에 모여 '돌봄노동자 권리찾기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2015년 하반기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시기이다. 전국 병원에서 간병노동을 해온 간병인들은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고,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처우를 개선해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하 요양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여성, 고령... 삼중고 겪는 돌봄 노동자

간병 · 요양에 종사하는 50-60대의 여성돌봄노동자들은 전국에 46만여 명에 달한다(요양보호사 26만여 명, 간병인 20만여 명).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양과 간병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점점 늘어나 돌봄노동자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경우,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새롭게 생겨나면서 노동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일자리가 비정규직인데다가, 고령 여성이 주된 구성원을 이루는 탓에 처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사설 간병인은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며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으로 인한 질환은 '나이 탓'으로 여겨지기 일쑤이다. 24시간 환자 · 노인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되는 일의 특성상 24시간 쪽잠을 자며 사실상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법은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을 돌봐주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설계할 때는 요양보호사 1인당 임금을 19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시설요양보호사의 30%가량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2013년 서울시 조사자료). 반면 요양시설은 제대로 된 감독 · 감시 없이 마구잡이로 운영되어 해마다 '새는' 보험금이 15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러한 현실을 고치기 위해 국회에 요양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 낮은 임금을 높이기 위한 요양보호사 인건비 비율 고정, 요양시설 회계기준마련, 요양시설 관리감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회의원은 요양복지사 외면, 정부는 간병인 생존권 강탈

그렇지만 일년이 되어가도록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이 묶여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공의 이익보다 소수 요양시설장들의 편을 들면서, 요양기관의 회계기준을 두는 것은 '시장경제'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 6월에는 회의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논란이 있는 법안'이라는 것이 법제사법위원회의 근거이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과 다른 법들과의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하는 곳이기 때문에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는 19대 국회의 임기의 마지막 해인만큼 간신히 모인 요양보호사들의 바람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한편 간병인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현재 간병인은 사설업체를 통해 고용되는 일종의 '특수고용' 형태를 띠고 있으며, 사실상 병원업무를 분담하는 만큼 병원의 직접고용이 시급하다. 정부도 2000년대 후반 간병제도화를 논의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제도를 통해 간병인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간병제도화의 일종인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간병인을 배제하면서 간병인들의 기대는 무너지고 병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더 이상 정치권에 맡길 수 없다. 우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요양기관장기관장들이 자기들이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봐 국회의원들에게 이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이것이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들까지도 이런 기관장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 정치권의 작태입니다. (중략) 누구보다도 간병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는게 간병노동자입니다. 그런데 복지부는 포괄간호서비스라고 하면서 간병노동자를 제외시키고, 오로지 병원이 돈을 많이 벌수 있도록 하는 인력구조로만 개편시키려고 합니다. 간병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시키는 복지부를 가만히 둘 수 없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정현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더이상은 정치권에 맡길 수 없다"며 위와 같이 투쟁선포의 이유를 외쳤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회의테이블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간병노동자들과 요양보호사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돌봄지부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촉구하는 1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주부터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 1인 시위를 비롯하여 국민들에게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는 행동들을 실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김미현 기자는 돌봄지부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돌봄지부, #포괄간호서비스, #돌봄노동, #요양보호사, #노인장기요양보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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