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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봉이 김선달은 누구나 퍼갈 수 있는 대동강물을 자신의 물이라 우기고, 물이 필요한 사람들이 물을 퍼갈 때마다 1냥씩 받습니다. 그것을 본 물통장수들은 대동강물 소유권을 김선달에게 5천 냥에 사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합니다. 모두가 아무런 비용의 지불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물이라는 공공재를, 누군가의 개입에 의해서 백성들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을 표현한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은 군인들을 모으고 무기를 사서 나라를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전기와 상하수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전국 어디라도 자유롭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는데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내는 세금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행정서비스에 있어서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물이나 전기, 도로와 항만과 같은 공공재나 사회간접자본은 국민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이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오늘날 국민연금공단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있습니다. 국민이 낸 돈으로 운용되는 정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통행료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자도로를 자동차로 주행할 때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도로들보다 통행료가 비싸다는 느낌을 누구나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민자도로의 운용회사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이거나 외국투기자본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 민자도로가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이름은 민자도로이지만 그 '민자'라는 글자는 이제 '민간자본'의 뜻이 아닌 '국민연금자본'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국내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초고금리 대출투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의원은 "공단에서 운용하는 자산 중 국내 인프라 규모는 8조946억 원으로 기금의 1.7%를 차지하며, 총 63개(50개 회사, 13개 펀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공단은 투자방법에 있어서, SOC 특성상 초기단계의 수익 부진을 해결하고 단기간 고수익 창출을 위해 지분투자와 대출투자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후순위 초고금리 대출투자방식이 문제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민자 SOC 고속도로, 터널에 대한 초고금리 대출방식의 대표적 사례는 서울외곽순화도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일산대교, 미시령 터널 등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이들 민자 기업에 받는 대출이율만 최소 20%에서 최고 65%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민자 SOC기업의 경우 경영상으로는 흑자지만, 재무구조상 고금리의 이자 부담으로 인하여 재정상으로는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나아가 "정부·지자체는 손실보상 부담을, 국민은 높은 통행료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며공단의 고금리 대출투자 형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물론 민간투자 사업은 국민의 편익과 국익, 그리고 민간자본의 창의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7~18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건설된 유료 도로들과 1869년 프랑스회사가 건설한 수에즈 운하 등도 민간투자 사업입니다. 하지만 민간투자의 본래의 의미를 망각하고 국가의 편의에 의해 국민들에게 조세부담 이외의 또 다른 비용을 부담시키는 현재의 비뚤어진 민간투자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국민연금공단이 실질적 주인인 민자도로의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준으로 인하하여야 합니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또한 그렇게 운용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운용 기금의1.7%에 불과한 국내 인프라 투자는 고리대금업자 수준의 수익을 내기보다는 국민들이 최소한의 합리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이름뿐인 민자도로를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 상식이고 국민연금공단이 국가를 대신해서 국민에게 해야 할 책무인 것입니다.


태그:#민자도로,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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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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