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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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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메밀꽃을 보러 선학동 마을에 간다. 선학동 마을은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관음봉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다. 임권택 감독이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천년학>은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이다.

마을 초입에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해마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 물결이 일렁이고, 가을이면 메밀꽃이 흐드러져 찾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현대 소설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은 이곳 전남 장흥 진목리 출신이다.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학관 건립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려온다.

장흥 회진 읍내에는 재래시장인 5일장(1,6일)이 있다. 우리네 이웃들의 풋풋한 정과 에누리가 넘쳐나는 전형적인 시골 장터다. 팥죽과 야채호떡, 된장물회 등은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장터 옆의 회진포구는 현대화 공사로 이곳을 이용하는 선박들과 어민들은 편리해졌겠지만, 옛 정취가 사라져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 나그네 발길 붙드는 천년학 세트장

천년학 세트장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천년학 세트장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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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밝은 색감의 마을지붕과 하얀 메밀밭의 대조가 퍽이나 곱다.
 형형색색 밝은 색감의 마을지붕과 하얀 메밀밭의 대조가 퍽이나 곱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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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가을 하늘을 배경 삼아 펼쳐진 천년학 세트장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빛바랜 건물은 가을을 한껏 품었다. 이곳은 남도 이순신길 재건로다. '뚝방'에는 갈바람에 억새가 흔들린다. 이별을 경험한 이들은 억새를 싫어한다는 속설이 있다. 쓸쓸한 가을에 피어나는 억새가 떠난 이의 뒷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뚝방길 너머에는 푸르른 바다가 넘실댄다. 저 멀리에는 제주도를 오가는 배가 있는 노력도 항구다. 오늘따라 하늘빛이 유난히 곱다. 문득 이곳 회진 출신인 김영남 시인의 시 <회진항에는 허름한 하늘이 있다>가 떠오른다.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잡아당기면 갈매기 우는 소리가 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름한 바다와 하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중략)

낚시바늘에 걸린 농어새끼가 은빛으로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함성을 내지른다.
 낚시바늘에 걸린 농어새끼가 은빛으로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함성을 내지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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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진항에는 허름한 바다와 허름한 하늘이 없는 듯하다. 회진항은 현대화로 최신시설로 바뀌었고, 하늘빛은 유난히 곱다. 허름한 옛날 다방의 창너머로 보인 하늘 또는 찢긴 창호지 사이로 보였던 하늘빛은 허름했다. 어떤 이는 뒷간에서 볼일 보면서 보는 하늘이 허름하다고도 한다.

언덕배기 위 노송은 세월을 품었다. 바다로 이어진 개울가에는 낚시객들이 북적인다. 낚시바늘에 걸린 농어새끼가 은빛으로 퍼덕일 때마다 그들은 함성을 내지른다. 고개 숙인 벼 이삭은 황금물결이다. '탕~ 탕~' 새를 쫒는 총성이 들녘에 울려 퍼진다.

금빛은빛 가득한 선학동마을

하얀 메밀꽃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얀 메밀꽃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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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산은 온통 메밀밭이다.
 마을 뒷산은 온통 메밀밭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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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는 장흥군, 이곳 회진에도 우사가 유난히 많다. 갈바람에 이따금씩 우사의 분뇨향이 전해져온다. 산자락에는 메밀꽃이, 들녘에는 가을 꽃이 흐드러졌다.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금빛은빛 가득한 선학동마을에서는 메밀꽃축제가 한창이다.

선학동마을은 천년학의 고장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공지산 아래 위치하여 산저라 부르다 2011년 선학동으로 개칭 오늘에 이르렀다. 마을 뒷산은 온통 메밀밭이다. 초입에는 벌써부터 메밀꽃이 지고 있다. 이미 메밀밭을 돌아보고 나온 이들이 위쪽으로 가면 메밀꽃이 좋다고 귀띔해 준다.

"쩌기~ 우에가 좋네요."

마을 소식을 알려주는 메밀밭가의 스피커가 예스럽다.
 마을 소식을 알려주는 메밀밭가의 스피커가 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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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해 아가도 엄마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해 아가도 엄마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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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선학동 마을이다.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선학동 마을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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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을 알려주는 메밀밭 주변의 스피커가 예스럽다. 푸른 바다와 누런 황금들녘, 하얀 메밀꽃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을빛에 푹 빠져든다. 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해 아가도, 엄마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산 능선에 올라 바라본 선학동마을은 흡사 이곳이 선계(신선이 사는 곳 - 편집자 말)가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든다. 형형색색 밝은 색감의 마을지붕과 하얀 메밀밭의 대조가 퍽이나 곱다.

가을 들녘은 온통 누런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가을 들녘은 온통 누런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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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10월 4일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학동마을, #메밀꽃, #천년학, #맛돌이, #장흥 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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