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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0일 포천오일장, 하천변을 따라 형성된 오일장이 제법 크다. 천천히 오일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족히 1시간은 걸린다.
▲ 포천오일장 5, 10일 포천오일장, 하천변을 따라 형성된 오일장이 제법 크다. 천천히 오일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족히 1시간은 걸린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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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은 오일에 한 번씩 열리는 지역의 축제다.

우후죽순 생긴 대형마트와 소비의 형태나 생활습관의 변화 등으로 옛날의 영화는 다소 잃었지만, 아직도 지역에 따라서 시대를 역행하듯 오일장이 활기찬 곳들도 있다. 5, 10일에 오일장이 열리는 포천오일장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경기권 오일장 중에서는 교통이 편리한 모란오일장과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는 이천오일장, 전철역과 가까운 마석오일장이나 용문오일장 정도가 그나마 오일장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포천오일장도 하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포천오일장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즘이라, 올해 거둔 햇과일을 비롯해서 햇열매들이 오일장에 풍성하다.
▲ 포천오일장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즘이라, 올해 거둔 햇과일을 비롯해서 햇열매들이 오일장에 풍성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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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이 활성화 되고 클수록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장돌뱅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도 많이 모인다는 이야기고, 북적거리는 가운데 나름나름 찾는 이는 많아지는 법이다.

지난 5일,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으로 가는 길은 그리 시원스럽지는 않았다.

가구점과 의류점이 밀집한 지역들과 그 뒤로 노란 황금들판과 드문드문 서 있는 커다란 건물들과 성냡갑 같은 아파트 단지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으로 방문하는 포천오일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요즘 농촌에서는 아직도 긴요하게 쓰이는 물건들이다.
▲ 포천오일장 요즘 농촌에서는 아직도 긴요하게 쓰이는 물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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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대형마트도 제법 큰 것이 있고, 오일장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포천오일장이 열리는 둔치(하천변)에 들어서자 갑자기 과거로 회귀한 듯 한 눈에 보기에도 제법 볼 것이 많은 장이었다.

하천변에 길게 들어선 천막은 꽤나 길었다.

가을이라 장에 나온 물건들도 '햇'자가 들어가는 것들이 많았다. 도로 주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지역이므로 싱싱한 물건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포천오일장의 특징은 난전이 아닌 경우에도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을 많이 판매한다는 점이다.
▲ 포천오일장 포천오일장의 특징은 난전이 아닌 경우에도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을 많이 판매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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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은 도매상에서 떼온 것 같지 않았다. 음식장사를 하는 이들도 아예 주변 건물에서 수도를 연결해서 장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오일에 한 번 이곳에서만 장사하는 분도 많은 것 같았다.

마침 시장기가 돌아 간단하게 요기를 한 집은, 어쩌면 하루 벌어 사흘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요즘이야 흔한 해산물이지만, 과거에는 해안가와 먼 마을에서 해산물 구경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 포천오일장 요즘이야 흔한 해산물이지만, 과거에는 해안가와 먼 마을에서 해산물 구경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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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초입에서 멀어질수록 손님들의 발길은 한산했다.

그래도 남은 물건을 보니 파장 전에 가지고 나온 물건들은 죄다 팔 수 있을 것 같다. 물건이 싱싱해 보이니 장구경을 갔다가 이것저것 많이 사왔다.

오일장에는 다양한 민간요법으로 만드는 약들도 있다.
▲ 포천오일장 오일장에는 다양한 민간요법으로 만드는 약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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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 나온 보암직스럽고 먹음직 스러운 과일들과 채소들이 군침돌게 한다.
▲ 포천오일장 오일장에 나온 보암직스럽고 먹음직 스러운 과일들과 채소들이 군침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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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안 되서 불편? 사람 사는 '맛'이 있다

며칠 전 오미자차를 담갔는데도 붉은 오미자를 보니 탐스러워 조금 더 샀고, 이면수, 명태코다리, 고들빼기, 쪽파, 홍어무침까지 사니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아내는 아예 장을 봐갈 요량으로 따라나섰는지 달랑무에도 관심이 많다.

오일장이 대형마트보다 더 물건값이 싸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대체로 신용카드도 안 된다. 이런 것들이 오일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요인 중 하나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많이 불편하다.

하지만, 오일장에는 사람 사는 맛이 있고 물건이 싱싱한지 아닌지, 좋은 물건인지 아닌지는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좋은 물건이면 사는 것이고, 오일장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면 사는거다. 가을을 맞아 오일장에 나온 물건들은 모두가 실했고, 탐스러웠다.

초등학교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 아직도 나온다는 것이 신기스럽다.
▲ 포천오일장 초등학교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 아직도 나온다는 것이 신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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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좌판 한켠에는 추억의 장난감도 있었다.

저 장난감이 아직도 나온다는 것은 그것을 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랴, 따그닥, 따그닥!"하며, 방바닥에 빙 둘러모여서 경마(?)를 하던 어린 시절, 저 장난감은 혼자서 노는 장난감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대체로 혼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대부분이다. 추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시절엔 대체로 같이 노는 장난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혼자 놀기 보다는 늘 같이 놀았으므로 그렇게 각인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구슬 하나만 해도 혼자서 무슨 재민가?

친구들과 어울려 구슬따먹기도 하고, 싸우면서 놀던 그 재미였고, 딱지치기도 그랬고, 대체로 그러했었다.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카세트테잎,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중 하나다.
▲ 포천오일장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카세트테잎,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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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 시대에서 뒤안길로 사라질 것들 중 하나다.

아직은 카세트테잎을 틀 수 있는 라디오나 기기가 있지만,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동차에서 카세트테잎을 꽂는 장치가 사라지고 USB단자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집에 있는 기계들이 고장나고 자동차마저 카세트테잎을 넣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을 때의 당혹감도 잠시, 이젠 그들 없이도 잘 살고 있다. 과연 이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공테이프도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녹음방지를 위해 제거한 카세트테잎의 뒷면에 다시 스카치테잎 같은 것을 붙여서 이중녹음을 하기도 했고, 한번 구입한 공테이프는 몇 번의 재활용을 하기도 했다. 영어회화 같은 것을 녹음한 테잎에서 느닺없는 뽕짝을 듣는 맛도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 이젠 지나간 추억의 단편이다.

포천오일장에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이곳 손님들 말로는 포천오일장에서 이 집의 등갈비가 제일 맛나다고 한다.
▲ 포천오일장 포천오일장에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이곳 손님들 말로는 포천오일장에서 이 집의 등갈비가 제일 맛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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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냄새에 끌려 미각과 시각에 청각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오일장을 오감으로 느꼈다.

먹는 것, 그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시절도 있었다. 그저 하루 세끼 건사하면 되었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먹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알약같은 게 개발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 그것도 맛있게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알아간다.

포천오일장, 풍성한 가을이라서 더 풍성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오일장이라면 잘 지켜가면 오일마다 한번씩 열리는 지역축제로 부족함이 없겠다 싶었다.


태그:#포천오일장, #디지털시대, #공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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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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