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바꿨다. 컴퓨터에 도전한다. 프로그래머다. 교육을 수료했다. 국가에서 학원비를 부담한다. 생활비까지 준다. 매달 30만 원쯤이다.
취업옵션은 3개다. 상중하로 나뉜다. 대기업 공기업은 상이다. 자체 S/W업체는 중이다. 파견업체는 하다. 나는 하에 속한다. 나이도 실력도 그렇다.
파견업체에 입사했다. 곧바로 이력서가 생긴다. 회사에서 만들어준다. 내가 4년차 개발자가 됐다. 면접 대처방법을 배운다. 거짓말 교육이 이어진다.
부대낀다. 자존심 상한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그래도 외운다. 연습한다. 초라한 나를 인식한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참고 계속 한다.
면접일자가 잡혔다. 파견지에 면접보러 간다. 가짜 이력으로 진행된다. 면접관이 묻는다.
"여기 업체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요?"외운 걸 뻐끔거린다.
"DBMS는 어떤 걸 주로 쓰나요?"구체적 질문이 나왔다. 속수무책이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버텨야 한다. 얼버무린다. 면접관에게 미안하다. 들통날까 두렵기도 하다.
집으로 복귀한다. 찜찜하다. 뽑혀도 걱정이다. 뻥을 감당해야 해서다. 할 줄 안다 말했다. 해봤다 말했다. 가짜 이력서에도 적혀있다.
컴퓨터로 이메일을 읽는다. 발신이 학원이다. 구인업체 리스트를 보냈다. 익숙한 회사명이 보인다. 내가 속한 회사다. 소개가 화려하다. 본 것과 다르다.
소속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해. 오늘 면접 잘 봤네. 다음주부터 출근이야. 강남 본사로 바로 가렴. 담당자 전화번호는 이따가 카톡으로 알려줄께. 고용계약서는 내일 쓰자." 마음이 바빠진다. 기쁨은 잠시다. 막막함이 휘몰아친다.
"파견지에서도 다 알면서 너 뽑은 거야. 이쪽 바닥이 원래 그래. 너무 걱정하진 말고. 그래도 무척 힘드니 잘 버텨야해. 내일 보자."위로로 통화를 끝낸다.
이전 직장에선 영업을 했다. 적성에 안맞았다. 진실만 말하고 팠다. 그래서 기술직을 택했다. 근데 오히려 여기가 더 심하다. 시작부터 그렇다. 거짓말 연습이 첫 업무다. 그걸 실행하기가 두번째 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