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토요일(9월 19일)에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동문 야유회가 있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재단이 00학원으로 재단 내에 남고등학교, 여고등학교, 중학교, 여중학교가 있다. 그래서 남고등학교와 여고등학교는 모아서 동문회를 한다. 현직에 있을 때는 바빠서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었는데 퇴직을 하고나니 시간이 있어 참석하였다.

그날 비가 온다고 예보가 있었는데 날씨가 우중충하기는 하지만 오전에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버스 2대로 참석하신 분이 100분 정도 되었다. 나는 1호차를 탓는데 버스 안에서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사람씩 버스 통로에 나와서 소개를 했다. 위 기수부터 소개를 하는 데 내가 세번째로 했다. 70대이신 분이 한 분 오셨고 그 다음에 60대 후반, 그리고 60대 초반인 내가 소개를 했다.

대개, 오신 분들은 40대 그리고 50대 초반 분들이다. 나하고 비슷한 기수의 여성분들은 손자 보는지 한 분도 안 왔다 . 갑자기 노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어디가나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이 든 축에 속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은 출입을 안 하고 어데 가셔서 노는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평생교육원, 동문회, 시청자미디어센터 등등 어데서도 1930년대, 1940년대 생 분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집에 틀여박혀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노대동 노인건강타운에 가서 노는 것일까.

나는 내 소개를 간단히 했다. 금융권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백수라고. 우리 시대는 자기를 낮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는데 후배들은 자기소개도 거창하게 한다. 하기사 요즈음은 자기 홍보시대 아닌가. 직함도 대단들 하다. 

구례 산동면에도 이순신 장군이 들르신 곳을 유적지로 잘 가꾸어 놓았다. 그리고 구례 토지의 피아골에 있는 연곡사를 들렀다  절 주변에 밤나무가 많이 있어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다른 사람들은 같이 온 동기생들끼리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구경하는데 나는 같이 온 동기도 없어 혼자서 밤나무 아래서 밤송이나 깟다.

다행히 돌아오면서 부터서야 비가 내렸다. 버스 안에서 잘들 놀았다. 통로에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는데 나는 시켜서 별수없이 노래는 했지만 그 뒤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놀줄 몰라서 그런게 아니다.  갑자기 노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나가서 설친다면 후배들이 마음속으로 '선배가 주책이다'라고 생각할 것 같아 도저히 나가지를 못 하겠다. 가만이 앉아있는 것이 젊은 후배들 노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나로서는 정말 재미없는 동문회였다. 돌아와서 친구들과 대화를 해 보니 나이 65세가 넘으면 그런데 안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괜히 가면 후배들이 거추장스럽게 여긴단다. 조금 마음을 풀고 놀면, 말은 안 하지만 주책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웃으면서 한마디를 했다.

"동문회는 현직에 있을 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업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 자네같이 백수를 누가 눈여겨 본단 말인가. 그러니 그런데 안 가는 것이 맞네."

사실 나이가 들어 그런 모임에서까지 보이지 않는 퇴출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린아이처럼 속없이 사는 삶을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늙어지면 고독하게 되고 고독을 친구삼아 살아가라고 했던가.

선인들의 말씀은 옛날 퇴직하고 조금 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시대이니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지금에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은데 말이다. 나는 생각을 다시 갖기로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옷도 젊게 입고 젊은 생각을 하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노년도 즐거운 삶이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노년을 보내고 싶다. 대선배님들도 이런 모임이라든가 사회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밌게 노셨으면 좋겠다. 젊은 후배들 주책없다고 하든 말든 말이다. 그런 후배들에게는 한마디 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안 늙나?"


태그:#동문회, #나이듦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