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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텐테너스'라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팝페라) 그룹이 있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성황리에 내한 공연을 한 팀이다. 특히 전설의 록 밴드인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팝페라로 부른 영상은 인터넷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호주에 '텐테너스'가 있다면, 인천엔 '보헤미안'이 있다고 자처한 팀이 있다. 인천의 명물이 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남동구 만수동 그들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성악가들이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참 고왔다.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보헤미안 팀원들. 백재훈(왼쪽) 안민규(가운데) 김영한(오른쪽).
 보헤미안 팀원들. 백재훈(왼쪽) 안민규(가운데) 김영한(오른쪽).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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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popera)란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거나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 또는 대중화한 오페라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키메라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최근에는 임형주의 인지도가 높다.

"얼마 전에 남동구 소래아트홀에서 정기공연을 했어요. '남동구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선두주자가 되자. 인천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보헤미안의 리더인 안민규(30)씨의 말이다. 지난해 4월, 동인천고등학교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팝페라 그룹 보헤미안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불러주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다닌다. 공연장은 물론 작은 야외무대나 빌딩 로비, 시골 장터에서 열리는 행사장에 가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 장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술 한잔 하신 어르신이 저희한테 오셔서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춤을 추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좋게 말씀을 드리면 순순히 돌아가시기도 한다는데, 이런 일들보다 시골 장터에서 공연할 땐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장터에서 저희 공연을 보신 분들이 날계란이 목에 좋다고 유정란을 주시기도 하고, 과일을 주거나 오미자차를 타 주시기도 해요. 무척 감사하고 기분이 좋죠."

팀원 김영한(28)씨와 백재훈(29)씨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최근에는 버스킹 공연을 한 적도 있다는데, 팝페라 그룹 중 버스킹 공연을 하는 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할 것이라고도 했다. 어디서든 사람들을 만날 준비가 돼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동인천고 선후배들이 만나 팀 결성

1961년 개교한 동인천고는 1988년에 남동구 만수동으로 이전했다. 1970년대 중반께 동인천고에 '파이어스'라는 중창단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중창단 활동을 했을 때 인천시장상을 타기도 했고,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실력도 실력이려니와 학교의 자랑이기도 했죠. 담임한테 파이어스니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빼달라고 하면, 먹혔다니까요."

중창단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교직원과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한 파이어스는 지금도 선후배 동문모임을 끈끈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그 중에 보헤미안으로 묶인 네 명은 특별히 더 친하다고 했다. 25기 안민규(테너)씨와 26기 백재훈(테너)·안기범(테너), 27기 김영한(바리톤)씨는 파이어스 동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맞는 구성원들이다.

리더인 안민규씨가 팝페라 팀을 만들자고 했고,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보헤미안이라는 팀 이름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알고 지낸지 10년도 넘은 동문들로 구성된 보헤미안은 어느 팀보다 훌륭한 호흡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다른 멤버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공연을 하다보면 바로 느껴요. 그 친구를 대신해 그 파트를 불러주기도 하죠. 마치 짠 것처럼 어색하지 않게요. 워낙 함께 공연하고 같이 지낸 시간이 많다보니 서로 잘 알고 있는 거죠."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지난 7월 계양구가 주최한 ‘2015 토요문화한마당’에서 공연을 했다.
 지난 7월 계양구가 주최한 ‘2015 토요문화한마당’에서 공연을 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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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 활동을 하면서 클래식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대학에서 모두 성악을 전공했다. 학교는 달랐지만 계속 연락하며 지냈기에 졸업하자마자 다시 뭉칠 수 있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들도 청소년 시절에는 클래식보다 대중가요에 더 관심이 많지 않았을까?

"파이어스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결정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성악 레슨을 받으러 다녔는데 레슨 받을 때를 제외하곤 대중가요를 들었어요. 지금은 다 좋아요.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져요."

퍼스트 테너인 백재훈씨의 말에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백씨는 노래가 좋아 중창단 오디션을 통과해 처음 성악을 접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바리톤 김영한씨는 "오페라나 클래식은 영원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죠. 대중가요들은 히트치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클래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나,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사랑해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인천의 명물이 되자

"인치엘로라는 팝페라 팀이 있어요. <KBS> 열린 음악회에도 나오는 팀이죠. 저희보다 연배가 있는 팀인데, 저희도 열심히 하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다른 길들이 열리더라고요."

안민규씨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특히 인천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봄에 인천시에서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거리에 붙어 있는 홍보 포스터를 봤어요. 축하공연으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팝페라 팀을 섭외했던데, 사실 조금 서운했습니다."

백재훈씨의 솔직한 말에 다른 멤버들도 동의했다. 팝페라 팀이 전국적으로는 많이 있지만 인천에서 활동하는 팀은 현재 보헤미안 한 팀뿐이다. 이들은 팝페라와 자신들의 팀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4월 결성 이후 12월까지 매달 한 번씩 인천지하철1호선 부평시장역에서 '찾아가는 음악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는 다소 용감하고 무식한 질문을 던지자, 곧바로 '활동하고 있는 팝페라 팀들 중 3% 안에는 든다'는 준비된 것 같은 답을 하기도 했다.

상업적이지 않은,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서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싶다는 보헤미안 멤버들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결성한 지 1년 조금 넘었잖아요. 어린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과학자·의사·교사 등, 여러 가지를 다 얘기하는 것처럼 저희도 아직은 꿈이 많은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일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사무실 좀 확장하고,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계획도 있고, 저희처럼 성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친구들을 육성하는 교육도 하고 싶고, 계획이 끝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팝페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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