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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녹색연합에서 펴낸 <작은 것이 아름답다> 창간 13주년 특별 호에서는 '지구를 행복하게 하는 13가지 물건들'을 소개했다. 생태지도, 상자 텃밭, '느린 옷', 흙벽돌, 자전거, 식초, 빗물받이, 태양전지, 공정 무역 설탕, 컵, 장바구니, 초, 재생 종이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녹색 지구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요즘 부쩍 늘어난 것 중에 하나가 '상자 텃밭'이지 않을까? 도심 속 빌라든 아파트든, 곳곳마다 상자로 된 텃밭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 작은 공간 안에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부추도 심어서 먹을거리를 활용하고 있지 않던가?

일본에서 유행하는 '녹색커튼' 운동

오창길의 <일본 환경 견문록> 표지사진.
▲ 책겉표지 오창길의 <일본 환경 견문록> 표지사진.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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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텃밭과 함께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게 있다. 이른바 '녹색커튼 운동'이다. '녹색커튼 운동'이란 건물의 벽면에 여주와 수세미 같은 덩굴식물을 키워 햇빛을 차단하여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는 생활 녹화운동을 일컫는다.

"녹색커튼은 교실에 에어컨을 필요 없게 만드는 훌륭한 친환경 커튼 역할을 한다. 녹색커튼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교실 내 온도를 측정해 본 결과 여름철이라 벽면 온도가 40도인데 6도나 낮은 34도를 기록했다. 옥상을 녹화하기 전 바닥 온도는 52도인데, 녹화를 한 경우 지면 온도는 30도였다."(154쪽)

사단법인 자연의벗연구소가 기획하고 오창길 선생이 쓴 <일본 환경 견문록>에 나온 내용이다. 오창길 선생은 도쿄 가쿠게이대학의 대학원 과정으로 4년 동안 일본의 환경교육에 대해 연구했는데, 일본 열도 47개 현 가운데 42곳을 직접 발로 밟으며 배우고 익힌 내용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음 부분이 눈에 띈다. 도쿄의 이타바시 구의 공공건물과 개인 주택에는 그렇듯 저마다의 창문에 덩굴식물들이 즐비해 있다고 한다.

왜 녹색커튼이 중요한가? 무엇보다도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덩굴성 식물이 창밖으로 자라 천연 커튼 역할을 해 주고, 식물의 잎이 증산작용을 하므로 주변 온도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 사람과 자연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그것은 탄소배출권으로 거래하는 것보다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녹색 지구는 바로 그런 운동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바다.

환경을 위해 빗물을 활용한다고?

한편 이 책에는 아주 중요한 물 이용방침이 나와 있다. 그것도 빗물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는 물 부족 국가라고 말을 하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빗물만 잘 이용해도 그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도쿄 동부의 인구 24만 스미다 구에는 141개의 빗물 공공시설과 '빗물지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곳의 청사마저도 빗물을 이용한 공공시설로 준공되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년간 4600톤의 빗물을 모으고 1천 톤 크기의 저류조에 항상 500톤을 채워두고, 빗물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조절하는 댐 역할도 하며 장마까지 대비한다고 한다.

물론 다들 그런 염려를 할 것이다. '빗물을 그대로 이용했을 때 산성비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가' 하는 점 말이다. 대도시에 그런 산성비가 내릴 법도 하지만, 빗물을 모으면 대부분 약산성이나 알칼리성이 되어 조경 용수나 화장실 또는 설거지용으로 그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도 100갤런(약 5천 리터)의 빗물 탱크를 2개 설치해서 빗물을 모으고 있는 가정도 있다. 빗물을 음용수와 농수로 사용하기도 하며 생활하수는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토양 속의 자갈로 이루어진 정화 장치를 통해 재활용 탱크에 모은다. 정화 과정을 거친 물은 화장실이나 과수에 물주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세탁과 설거지를 할 경우에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집수→정화→재활용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빗물을 하나도 버리지 않는 것이다."(229쪽)

그런데 일본의 지자체만 그렇게 빗물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빗물을 이용하려는 도시가 있었다. 이른바 서울시와 수원시가 바로 그곳이다. 서울시는 2012년 말에 12곳의 빗물 저금통을 설치했고, 수원시는 2013년부터 '레인 시티'(Rain-City)를 추진하여 일반 가정에 시의 보조금을 지원해 '빗물 저금통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어린이들에게 도전과 모험을 길러주는 '플레이파크 운동'이라든지, 환경 모델 도시로 거듭난 '미나마타 시'의 모습이라든지, 청소년들이 살려 나가는 시마네 현의 '사카타 늪지에서의 습지 체험'이라든지, '따오기 쌀'로 유명해진 니가타 현의 '사도 섬'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생태환경과 그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 모두가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원천임을 알 수 있다.


일본 환경 견문록 - 미나마타에서 후쿠시마까지

오창길 지음, 자연의벗연구소 기획, 우리교육(2015)


태그:#녹색지구, #녹색커튼, #빗물, #탄소배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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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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