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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정민수 활동천사
 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정민수 활동천사
ⓒ 정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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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아름다운가게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청년이 계산대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여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7일, 정민수(건국대 기계공학부, 24세)씨를 아름다운가게 광진 자양점에서 만났다.

정민수씨는 매주 목요일 학교 수업을 가기 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를 한다. 정민수씨가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게 된 건 학교 팀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동생에게서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나서부터이다. 전역하고 얼마 되지 않아 봉사활동을 많이 하던 중 새로운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신입 자원활동가 교육을 받고 지금까지 약 1년 반 정도를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활동천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꺼내놓았다. 과거 강남구청역점에서 같이 활동했던 활동천사 누나가 들려준 이야기인데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과연 저게 팔릴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이게 정말 팔릴까' 싶은 물건을 30분 동안 고민하신 끝에 1500원을 내시고 사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작은 것도 함부로 생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찮게 보이는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값진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

정민수씨는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활동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2월 말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 3기'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학기까지는 학교 내에서 '십시일밥' 봉사활동을 했다.

'십시일밥'은 '여러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따온 이름이다. 십시일밥 봉사는 매주 공강 시간 1시간을 투자해 학교 내에서 봉사해서 얻은 식권을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맨 처음 한양대학교에서 시작된 십시일밥 프로젝트는 현재는 건국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7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군고구마 장사, 국토종주에도 도전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아무래도 자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꾸준히 봉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궁금해졌다.

"그동안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점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하는 활동들을 보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남들이 TV를 보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에 저는 봉사를 하는 거니까요."

봉사를 시작하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를 묻는 말에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봉사는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이지 보람을 느끼려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까 딱히 보람을 느꼈던 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이력이 있다. 바로 군고구마 장수이다. 1년 전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친구 2명과 군고구마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때까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썼는데 대학생이나 되어서 내 손으로 돈 한 번 못 벌어봤다는 생각에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고민하다가 장사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젊은 패기로 뛰어들었다.

친구들과 군고구마 장사를 하던 시절
 친구들과 군고구마 장사를 하던 시절
ⓒ 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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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기계도 들여오고 직접 장터에 가서 좋은 고구마를 사 와서 자취하는 집 앞에서 팔았는데 한 달 동안 600만 원을 벌었어요. 그런데 '내가 자신 없는 물건은 팔지 말자'는 장사철학이 있었어요. 그래서 싼 가격에 맛있고 좋은 고구마를 팔려다 보니까 고구맛값으로만 400만 원이 들었고 기계 비용과 가스비까지 빼고 나니 150만 원밖에 남지 않더라고요. 3명이 한 달 동안 막노동만 했어도 400만 원은 벌었을 텐데 정말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장사를 접고 남은 돈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품목 중 군고구마였을까?

"그냥 군고구마를 정말 좋아했어요(웃음). 기획단계에서 붕어빵이나 어묵 장사 그리고 축제에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그때 한국에서 한참 셀카봉이 유행할 때였는데 필리핀에서는 아직 셀카봉이 유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래서 필리핀에 가서 셀카봉을 팔아보면 어떠냐는 생각도 해봤어요.

필리핀에 있는 한인 타운에 전화도 해봤죠. 이렇게 이것저것 고민했는데 마땅히 장사할 것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단가가 제일 괜찮은 것이 고구마였어요. 찾아보니까 어떤 사람은 군고구마로 한 달에 순수익 1000만 원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군고구마로 일확천금을 노려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결국 시작한 지 2달 만에 장사를 접었다.

"저희는 콘셉트를 '군인이 파는 군고구마'로 잡아서 군복을 입고 LED 명찰도 달았어요. '고구마 송'도 만들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다 보니까 인기가 점점 많아져서 고구마는 정말 잘 팔렸어요. 고구마 기계도 처음엔 한 대로 시작해서 나중엔 두 대까지 늘렸어요.

전단지도 붙이고 명함도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노력을 했죠. 그런데 노점상의 한계가 있더라고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해야 잘 팔리는데 그런 곳은 자릿세를 내야 해요. 몰래 불법으로 하다 보면 구청에서 단속반이 나와서 기계를 들고 가거든요. 이때 세상 물정에 대해 많이 배웠죠."

이번 여름방학 때는 4박 5일 일정으로 대학교 동기 3명과 함께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서 주관하는 4대강 국토종주에 도전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자전거로 완주하는 633km 코스다.

엉덩이에 피멍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강 옆의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면서 인증수첩에 스탬프를 채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하지만 두 번은 못하겠다며 웃었다.

4대강 국토종주 완주
 4대강 국토종주 완주
ⓒ 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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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수씨는 확고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24살,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계속될 그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태그:#아름다운가게, #4대강 국토종주,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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