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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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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 대한 해석이 어려울 때, 이후 발생되는 후속 내용들이 앞서 발생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경우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논란이 이에 해당한다.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은 <동아일보>의 특종에서 출발한 것인가, 아니면 일부 팟캐스트에서 나오는 주장처럼 주연이 '청와대'이고 언론이 낚인 것인가. 상황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언론보도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하는 '친박 실세'들의 파상 공세를 보면 해석의 실마리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친박' 윤상현의 일갈, 반격 못하는 김무성

<신동아> 9월호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신 실세그룹'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의 부제가 재밌다. '현 정권 2인자는 김무성'이 바로 그것. <신동아>는 "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파워의 과반을 차지한다"라고 기술했다. 송승호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를 박 대통령 다음의 2인자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사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권 2인자'로 불리는 김무성 대표 '마약 사위' 뉴스가 터졌다. 김무성 대표는 '자식 이기는 아버지는 없다'는 감성적인 해명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이례적으로 기자 칼럼을 통해 '누가 흘린 것이라면 확인하느라 몇 주간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면서 자체 특종임을 강조했다.

마약을 15회 투약·흡입한 김무성 대표의 사위는 구속된 지 2개월 만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자 양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1심이 끝나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형이 확정됐다. 여러 의심쩍은 정황이 등장했지만, 7개월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은 쉽지 않았다. 상황은 이대로 정리되는 듯했다.

이 무렵 언론 지면에 등장한 사람들이 있다. '친박' 실세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차기 지지율 1위를 독주하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지금 여권의 대선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 실세가 매우 강경한 어조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독주하는 김 대표를 겨냥해 '대선 불가론'을 지핀 것이다.

윤 의원이 주장한 다른 하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 대한 반대였다. 그는 "야당과 합의를 통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제도 도입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에 확인 사살을 가한 것이다.

또 다른 친박 실세도 등장한다. 3선인 홍문종 의원의 활약도 윤 의원에 못지않다. 그는 지난 10일과 15일에 연속적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주장하면서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무력화에 나섰다. 

'사위 마약'과 함께 사라진 김무성

지난 2013년 6월 27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상현 의원과 얘기를 나누며 입을 가리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27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상현 의원과 얘기를 나누며 입을 가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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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여권 내 압도적인 대권주자였다. 8월 말까지만 해도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해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가 여러 번의 의총을 거쳐서 당론으로 확정됐는데, (새누리당 의원 연수 자리에서) 뜻이 바뀐 분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라면서 "모두 박수로, 그대로 관철해야 한다고 확인해줬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6월 '친박' 재선인 김재원 의원이 보낸 문자는 김 대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재원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 입수' 발언을 언론에 흘린 인물로 지목됐다. 김 의원은 문자에서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김무성 의원)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최근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선 그는 미국에 가선 '중국보다 미국'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외교적 고려는 그의 사전에 없는 듯했다. 또 '포털 뉴스 편향이 심각하다'며 포털 길들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위세는 지난 10일 사위 마약 뉴스가 터지면서 멈춰 섰다.

언론에는 김 대표를 더욱 벼랑으로 모는 보도도 나왔다. 김 대표의 사위 자택에서 필로폰 투약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가 나왔는데 DNA 검사결과 하나는 사위의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것은 DNA 주인공을 밝혀내지 못한 채 검찰이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검증이 거듭될수록 두 가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하나는 김 대표의 메시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친박'의 김무성 공격이 파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공격의 정점은 지난 15일 윤상현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였다. <한겨레>는 기사 제목을 통해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기사 제목은 '윤상현 특보, 사실상 김무성 대선 후보 불가론'이었다.

돗자리 깐 유시민, 적중할 예언인가 음모론인가

14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마약 사위' 관련해 유시민씨가 '청와대 기획설'을 언급하자 이를 특종한 언론의 자회사인 종편 <채널A>가 '근거 없는 음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채널A> 9월 15일 방송
▲ 유시민의 '근거 없는 음모론?' 14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마약 사위' 관련해 유시민씨가 '청와대 기획설'을 언급하자 이를 특종한 언론의 자회사인 종편 <채널A>가 '근거 없는 음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채널A> 9월 15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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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무성 대표의 처지에 대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4일 공개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을 두고 '청와대에서 마음만 먹었으면 <동아일보> 취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렇게 안 한 건) 연내에 김무성 대표를 축출하겠다는 청와대의 뜻을 표현한 거라고 봐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만간에 또 다른 게 터져 나올 수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대목은 유 전 장관은 이미 두 달 전인 지난 7월 '유승민 파문' 당시에도 "다음 타깃은 김무성 대표일 것"이라고 전망한 점이다. 그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청와대와 친박이 김무성 대표에게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당 내 극심한 권력투쟁을 예견했다.

지난 7월 '유승민 파문' 이후 '무대(무성 대장)'의 서슬퍼렇던 위세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 친박 실세 정치인이 '친박 대선주자'를 언급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김무성 대표는 '사위 마약 사건'과 함께 사라져 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의 위축된 위세만큼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차기 공천권을 놓고 다투는 '친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윤상현,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행동대장들이 나섰다. 이들은 공천권 차원을 넘어서 '친박 대선주자'를 언급하는 호기까지 부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예전의 위상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돗자리를 펴고 '친박 최경환이 당을 접수할 것'이라고 전망한 유시민 전 장관의 예언이 '성지'가 될까.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둘러싼 '큰 싸움'이 이제부터 본격 시작되는 모양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김무성, #마약사위,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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