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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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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엄마 : "L 이사 간대."
나 : "어머 그래? 어디로 간대?"
J엄마 : "A 아파트."
나 : "아하..."

J엄마 : "방글이네는 좋겠다. 우리도 12월에 전세 만기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 "집주인이 집 안 판대? 잘 고쳐놨고 꽤 오래 살았으니까 네가 집 사겠다고 집주인한테 말해보지?"
J엄마 : "(설레설레) 안 팔 것 같아. 게다가 우린 반전세잖아. 처음에 전세 2억이었다가 갱신할 때, 월세 15만 원 추가, 다시 갱신할 때 월세 35만 원으로 올랐어."
나 : "아이코. 비용이 만만치 않구나."
J엄마 : "이번 12월이 전세 만기인데, 그래서 이사를 갈까 집을 알아볼까 해."
나 : "하긴. K는 3억에 전세 들어갔다가, 갱신하면서 보증금 1억 월세 100만 원으로 바꿨다고 하더라."
J엄마 : "100만 원? 와~ 엄청나다. 어마어마한데?"

얼마전 우리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 L이 지하철역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3천 세대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요. 초등학교 입학 및 중학교 진학을 겨냥한 이사인데요. 이 친구뿐만 아니라 요즈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5, 6세 기간 동안 같이 유치원을 다니던 쌍둥이 남매 친구들이 이사를 많이 가는 분위기에요.

지금 거주하는 동네에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가 3개 가량 있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아이들은 모두 그중 하나인 A 학교로 배정이 돼요. 문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마땅한 중학교가 없다, 혹은 다닐 만한 학원이 충분치 않다는 거에요(동네 엄마들의 중론).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갈까 말까 망설이는 엄마들이 많더군요.

도곡동, 대치동의 아파트들은 매년 학기 초마다 전학생과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아파트 단지 하나 건너마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고, 중학교도 지척이죠. 또 버스정류장 4, 5개 이내에 진학률이 높은 일반 고등학교가 몇 개씩이나 있대요.

게다가 학원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유흥가와는 거리가 멀어 학교-학원-집이라는 트라이앵글 영역이 아이들을 키우기 최적의 조건이라는 거예요. 또 양재천, 대모산이 있어 공기가 좋고, 지하철 접근성이 뛰어나며 고속도로와 가까워 지방에 내려갈 때도 편리하대요.

그래서 실제로 강남구의 R 아파트 공급면적 85㎡(구 25평)의 경우 기타 지역의 아파트 공급면적 105㎡(구 32평)를 팔아도 전세로 들어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전세 가격을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죠.

꼭 학교라는 요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즈음 전세난이 무척 심각하다죠? 어떤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매매 가격을 넘어섰다는 기사도 볼 수도 있었는데요. 작년 12월 결혼한 남동생의 경우에도 아파트 전세를 찾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 전세를 얻어 신혼살림을 시작했어요.

친구 L 역시 전세로 살다가 같은 전세인데도 대출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J 엄마도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 매물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답니다. 사실, 전세 매물이 없다기보다는 돈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재정적으로 넉넉하다면 이사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을테죠.

어쨌거나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쌍둥이 남매도 "우리는 왜 이사를 안 가느냐"고 묻습니다. 새 집으로 가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집안의 가구 위치를 바꿔줬더니 새집이 되었다며 금세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

이사를 가는 쪽으로 거의 마음을 굳힌 J 엄마를 보면서 친구가 이사를 가면 또 한동안은 심심해할 쌍둥이 남매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도 있어요. 유난히 쌍둥이 남매와 동갑내기 친구들이 이사를 많이 가서 유치원에서도 7세의 정원수가 최근 2~3년에 비해 많이 줄은 상태거든요.

직장맘인지라 동네 엄마, 아이의 친구 엄마를 사귀기도 어려워 그런지 아이들 못지않게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나연 시민기자의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초등학교입학, #전세난, #까칠한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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