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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의 실수로 혼혈 자녀를 낳았다는 미국 백인 여성의 소송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정자은행의 실수로 혼혈 자녀를 낳았다는 미국 백인 여성의 소송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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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은행의 실수로 흑인의 정자를 받아 출산한 미국 백인 여성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미국 법원은 정자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백인 여성 제니퍼 크램블렛의 소송을 '법적 가치 결여(lacked legal merit)'의 이유로 기각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동성 애인과 함께 사는 크램블렛은 지난 2011년 미드웨스트 정자은행에서 백인 기증자의 정자를 주문했으나 흑인 혼혈 딸을 출산했다. 크램블렛이 380번 백인 기증자의 정자를 주문했으나 병원 직원이 330번으로 잘못 쓰는 바람에 흑인의 정자를 받은 것이다.

정자은행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크램블렛에게 정자 비용을 환불급해주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크램블렛은 자신과 딸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최소 5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크램블렛은 딸을 무척 사랑하지만 백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 혼혈 자녀를 키우는 것이 큰 고통이며, 자신의 딸이 배타적인 백인 문화에서 '왕따(outcast)'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세웠다.

또한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기 위해 흑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까지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도 혼혈인 딸은 분명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딸에게 아동 심리상담이 필요하고, 딸의 교육 환경을 위해 인종적 다양성이 갖춰진 좋은 학군의 지역으로 이사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법원 "혼혈은 잘못된 출산 아냐"... 소송 기각

그러나 재판부는 크램블렛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일리노이 주 듀페이지 카운티 법원의 로널드 수터 판사는 크램블렛의 딸은 유전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이 아닌 건강한 출산이며,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출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터 판사는 일리노이 주의 혈액 및 장기 거래 책임 법에 근거해 정자은행 측의 '보증 위반'을 소송 이유로 제기한 크램블렛의 주장도 정자 기증은 이 법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크램블렛이 정자은행 측의 근무 태만과 부주의에 소송의 초점을 맞춘다면 다시 제소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태그:#정자은행, #혼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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