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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된 청주 지게차 사망 사고 관련 고용노동부에서 해당 업체인 에버코스를 상대로 특별감독을 벌인 결과, 이 업체가 지난 3년 동안 26건의 산업재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 현장에 만연한 안전경시와 법 위반이 끝내 한 청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2013년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만 9만18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하루 평균 251명꼴로, 이 가운데 1929명이 사망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재로 인한 직·간접손실액은 교통사고의 1.6배, 자연재난의 16배 수준인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양산하고,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외면하고 있다.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이 곧 경쟁력이 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세월호 안산'을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안전사회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화학섬유노조 수도권본부,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3일 오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노동자 스스로 지켜가는 노동안전과 건강권-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안산지부 소속 노동조합 간부들과 안산시의회 전준호 의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조, '나'만 살자 아닌 '함께 살자' 정책 펼쳐야"

3일 오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안산지부 주최로 ‘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안산지부 주최로 ‘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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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민주노총 안산지부장은 '노동조합운동은 왜 지역을 주목하는가?'라는 발제에서 "민주노조운동은 자기중심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나'만 살자가 아닌 '함께 살자'는 정책을 펼쳐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역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식은 더 풍부하고 깊게 발전할 것이며, 이것은 다시 노조운동을 좀 더 유연하고 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지역사업에 대해 "농사로 비유하면 땅심을 키우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며 "산별 중심으로 열매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땅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초 작업에 모든 산별 조직들이 더 많은 힘을 기울여 '땅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민주노조)을 중심으로 하되 시각을 지역사회로 넓히자는 주장이다. 그 일환으로 김 지부장 등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지난 6월부터 (가칭)'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센터의 방향과 관련 그간의 논의는 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해 상시적인 상담과 산재처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구축하는 데 두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 및 노동안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제기하고, 안전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뒀다.

주요사업으로는 산재상담 및 산재업무 대행, 산재문제 및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 산재해결 및 노동안전권을 증진하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노동안전인권감시단 형태의 민관 협력시스템 구축 등을 꼽았다.

"노동안전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새 안산 설계하는 출발점"

3일 오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안산지부 주최로 열린 ‘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이 안산시흥지역 노동안전 현황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3일 오후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안산지부 주최로 열린 ‘안산노동안전센터 설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이 안산시흥지역 노동안전 현황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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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과정에서는 4·16가족협의회 등과 연계해 노동부문의 안전은 민주노총이 맡고, 안산지역 차원의 안전은 가족협의회가 맡는 방안도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 같은 위험사회를 되풀이하지 않고 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단적 대응이 필요하고, 조직력을 갖춘 노동이 구심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은 '반월시화공단의 현황과 노동안전' 발제에서 "산재 은폐를 제외하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산재가 발생한 지역으로 연간 40~70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중대재해 발생율도 최대 수준"이라며 "전국에서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반월 5만6806톤, 시흥 9394톤)인데 비해 조사업체 15곳 중 평균 19건 이상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상황이 이런 만큼 전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권의 문제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유해물질 등은 노동자 안전의 문제를 넘어서 시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안산을 설계하는 출발점이자 근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대표는 '노동자 건강 및 안전 정책 핵심 요구' 발제문에서 정부와 원청 기업의 책임과 의무 강화와 노동자들의 실질적 권리와 권한을 강화하는 2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 실질적 재해 예방 효과가 있도록 하고, 정부 감독 인프라를 확충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건강과 안전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산재보험 이용 장벽을 철폐하여 모든 산재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6대 핵심 요구를 제시했다.

그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사업주 처벌 수준 ▲정부 지도·감독 인프라의 부족과 허울뿐인 기업 자율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노동자 권리 보장의 제한 ▲작업환경측정 등 건강과 안전에 대한 서비스의 질 미흡 ▲산재보험 적용 제외 노동자와 이용 장벽으로 인한 이용률 저조를 지적했다.

노동자 힘으로 센터 설립... 안정적 운영 위한 대안 등 제기 

안산노동안전센터는 민주노총 안산지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오는 11월 중 설립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등기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센터 설립 기금과 운영비를 확보하는 문제다. 먼저 센터 공간은 일단 산업단지근로자복지관을 리모델링한 후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기금은 안산지부 산하 노조에서 센터 설립의 취지와 의미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자력갱생'을 기본방침으로 삼았다. 목표는 조합원 300명으로부터 매달 300만 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장으로부터 조합원들의 힘과 의지만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원칙을 세운 셈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동희 공인노무사가 '현장사례를 중심으로 본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에서 지적한 것처럼 조합원 자동이체(CMS)만으로 운영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1명뿐인 상근자를 충원하면서 안정적으로 폭 넓은 사업을 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안산시와는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눈치다. 시가 '인권조례'를 준비하고 있지만 노동과 안전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 도시 안산에서 노동인권조례는 여전히 허공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안산시도 각종 시설을 요구했지만 정작 노동현장의 안전과 건강을 지원하는 사업은 전무했다.

제종길 시장의 민선6기가 생명존중과 안전우선 가치의 '사람중심 안산특별시'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안전한 안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태그:#안산노동안전센터 , #안전한 도시 안산만들기, #산업재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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