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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보다 강하게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법이 통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정부는 관피아 문제를 다시 감추려 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취업 제한 심사 대상이 되는 공직자가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민간 기업이나 기관에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취업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은 공직자가 퇴직 전 5년 간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다.

그런데 인사혁신처는 지난 7월 27일, 참여연대가 정보 공개 청구한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관련 정보 중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및 직위'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이의 신청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공직자 윤리법에 그런 내용을 공개하라는 규정이 없고,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참여연대는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2006년부터 이 제도를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를 발간해왔고, 정부가 취업 승인을 해준 사례 중 제대로 심사되지 않은 사례를 추려냈다. 퇴직 전 공직자가 수행한 업무나 소속된 부서를 알지 못한다면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9년간 공개해온 정보, 이제 와서 비공개하는 이유?

인사혁신처는 취업 심사 결과와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항목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의5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규정에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부서 및 직위'에 대한 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5는 공직자윤리법에 의해서 공개 사항을 구체화하는 법령이지, 비공개의 근거 규정이 아니다. 인사혁신처의 주장대로라면 법률에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는 모두 비공개 대상이 되는 셈인데, 이는 공공 기관에서 생산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 공개법에 위배되는 해석이다.

공직자윤리법 어디에도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부서 및 직위를 비공개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대법원(2011두4602)의 판례를 보더라도 '공시 제도를 둔 것이 공시 대상 이외의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5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정보를 공개해서 민간 유착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공무 수행의 공정성 제고하겠다는 입법 목적에 정면으로 반대되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및 직위'를 비공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해당 정보가 개인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비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성명, 부서, 직위, 전화 번호 등은 이미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는 정보들이다.

정보공개법에서도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설령 해당 정보가 보호받아야 할 정보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주요 정보이기 때문에 '공익에 필요할 경우' 개인 정보라도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인사혁신처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 지난 3일 행정 심판 및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보는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관피아 척결'을 내걸고 탄생한 부처가 아니던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담당자 : 유동림 간사)에서 작성하였습니다.



태그:#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법, #관피아, #퇴직공직자취업심사,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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