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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 때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안효대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무실 모습.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총선 때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안효대 새누리당 예비후보 사무실 모습.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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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에서는 진보진영 국회의원 탄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전년도 치른 동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구청장이 당선된 것도 그 배경이었다.

특히 당시 현대중공업에서는 정규직의 3배에 달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항마로 나선 통합진보당 이은주 의원이 그동안 하청노동자 보호에 앞장섰던터라 야권에서의 기대감이 더했다.

하지만 돌연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가 그동안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하청노동자 3500명의 정규직화 공약을 내걸면서 선거 분위기가 역전됐다.

안 의원이 현대중공업 간부 출신이면서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오른팔로 불렸던터라 이 공약에 대한 진정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선거를 6일 앞둔 4월 5일 방송된 국회의원 후보 TV토론에서 이은주 의원은 "현대중공업 비정규직을 5년간 3500명 정규직 시켜 준다했는데, 회사와 합의했나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에게 의논하고 허락받았나"고 물었다.

이에 안효대 후보는 "그것은 이제 회사와 협의해야 한다. 당선되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해야 되겠죠"라고 답했다.

투표 결과 결국 안효대 의원은 51.5%(4만1395표)를 얻어 43.6%(3만5033표)를 얻은 이은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지역정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경제민주화 등의 공약이 먹혀 들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안효대 의원의 정규직화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더해 안 의원이 정부의 노동개혁에 동조하면서 당시 자신이 내걸었던 약속과는 판이한 의견을 내놓자 노동계에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공약한 안 후보, 3년뒤엔 노동시장 선진화 강조

안효대 의원측은 그 당시 인터뷰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의 점진적 정규직화를 위해 1년에 1000명식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 일부를 연수원에서 교육시킨 후 정규직화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울산동구비정규직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이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안효대 의원의 약속부분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동구비정규직지원센터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연수원을 거쳐 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정규직 1300여명이 구조조정되면서 줄었고, 하청노동자는 4만5000여명으로 3년전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이기도 한 안효대 의원은 지난달 18일, 당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해 "사상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청년들의 취업난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최근 선진국들은 노동선진화 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노동시장 선진화를 통해 청년 실업과 경기 침체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안효대 의원은 "'한 지붕 아래 두 근로자'라는 표현과 같이 동일한 공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소행하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성과금, 복지혜택 수준에도 큰 차이가 있다"며 "노동시장 선진화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앞으로 사내협력사 직원, 계약직 직원, 파견 직원이라는 점과 무관하게 일한 만큼, 성과만큼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동문화와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안 의원이 밝힌 '노동선진화 정책'은 현재 노동개혁을 다루는 노사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경영계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계는 "취약근로자 근로조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 고용유연성 확대 등 노종시장 활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결국 비정규직을 더 늘릴 수 있는 고용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노조는 "안효대 의원이 말하는 노동시장 선진화는 새누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안을 말한다"며 "안효대 의원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때 약속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는 전혀 다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얀효대 의원실은 "당시에는 현대중공업 퇴직자의 자리에 하청노동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2013년 현대중공업 노사가 정년연장에 합의하고, 조선경기가 어려움에 직면하는 등 여건이 바뀌었다"며 "하지만 지금도 연수원 연수를 통해 많은 하청노동자가 정규직화 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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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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