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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9월 말 고시를 목표로 2015 개정교육과정시안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볼수록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7차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국가수준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연구와 개정과정, 내용을 지켜본 현장교사로서 2015 개정교육과정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 기자 말

2015개정교육과정이 9월 고시를 앞두고 있다. 총론은 지난 8월 6일 1차 공청회를 한 뒤, 오는 9월 4일 2차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장소는 두 번 모두 한국교원대다. 1차 공청회 때는 방학 때라 갈 수 있었지만, 2차 공청회는 장소도 멀지만, 금요일이어서 교사인 나는 수업 때문에 가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교과별 공청회도 열리는데, 오전에 많이 열린다. 오후 시간이라 할지라도 수업이 있는 현장 교사들은 갈 수 없는 시간대에 열린다.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열리는 교과가 많아서 이 역시 참가하기 어렵다.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공청회'가 과연 누가 오라는 공청회인지 모르겠다.

진행 장소와 시간은, 정작 교육과정이 직접 영향을 받는 현장 교사들은 수업 때문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청회'인지 모르겠다.
▲ 8월 20일자, 2015 개정 교육과정 관련 공청회 참석 협조 공문 진행 장소와 시간은, 정작 교육과정이 직접 영향을 받는 현장 교사들은 수업 때문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청회'인지 모르겠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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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개정교육과정에서 큰 변화 중 하나가 초등1, 2학년에 새로운 교과를 신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역사로 볼 때 초등학교에서 새로운 교과가 생기는 것은, 5차 교육과정(1987~1992) 때 1, 2학년의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통합교과가 생겼고, 6차 교육과정(1992~1997) 때 부분개정(1995.11.1)으로 3~6학년의 영어교과가 신설된 이후 처음이다. 20년 만에 새로 생기는 교과가 1, 2학년의 '안전 생활' 교과다(현재 교과 이름이 확정되지 않은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

안전 교과를 신설하는 근본 뜻은 충분히 이해하겠다. 우리나라에 큰 사고들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일어나는 일을 반복해 오다가, 지난해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로 삼백여 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당시 받은 충격은 죽을 때까지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500여 일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에는 상부기관에서 보내는 안전 교육 관련 공문이 그야말로 폭탄처럼 쏟아졌다. 안전 교육 몇 시간을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몇 시간을 했는지 보고하게 되어있다.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반복해 온 일이다. 그래서 관련 업무처리한다고 정작 실제 해야 할 아이들 안전을 돌보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학교 폭력이 생기면 갑자기 학교폭력 관련 공문이 쏟아져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적어지는 것과 같다.

안전 교과가 생기면 과연 안전해질까?

안전 교육 연간 몇 시간을 얘기하더니, 이제는 아예 안전 교과를 만들겠단다. 그동안 안전교과가 없어서 안전 사고가 일어났나?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교육과정에 도덕 교과가 있는 나라가 몇 나라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도덕 교과가 있어서 우리나라가 과연 도덕을 교과로 배우지 않는 나라들보다 도덕적인가?

경험으로 볼 때 우리나라 도덕 교육은 결코 도덕성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교과로서 배우는 공부와 실제 생활이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전 교육도 마찬가지다. 안전교육을 강조하고 강화하자는 데는 동의하나, 안전 교육과 안전 문제는 교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생활 속에서 늘 해야하는 것이다. 따로 떼어서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해야 한다. 삶 속에서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 교과를 만드는 이유가 참 이상하기도 하다. '선진국에 비해서 일일 수업시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얘기는 8월 6일 총론 1차 공청회 때 한 토론자가 교육부 자료를 참고해 발표한 토론문에 담겨있다.

'교육부의 입장은 우리의 경쟁국인 선진국들에 비해 1~2학년 수업시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업 시수를 증가시켰고,(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 71쪽)'

안전 교육이 중요하다고 안전 교과를 신설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는데, '선진국에 비해서 일일 수업시수가 적기 때문에' 안전 교과를 신설한다는 것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같은 수의 총 수업시기간이라도 수업일수에 따라 일일 수업시간이 차이가 난다. 일일수업시간이 적은 게 문제라면 수업일수를 선진국처럼 줄이면 일일수업시간은 저절로 늘어나게 마련이다. 

안전교과든 무슨 교과든 교과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 한 번 신설한 교과는 교사양성과정의 커리큘럼과 연계되기 때문에 없애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교과는커녕 시수 한 시간 줄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교과를 신설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도 필요하다. 만들었으니 따르라는 일방적인 홍보와 연수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도 없이 짧은 시간 동안 현장교사들이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교과를 뚝딱 만들 것이 아니다.

융합, 통합 강조하면서 안전 교과는 거꾸로 분리?

특히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가장 앞세우는 말이 '문이과 융합' 그리고 통합이다. 인재상도 '창의융합형 인재'를 내세우고 있다. 원래 안전교육은 공부시간보다 노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같은 공부시간 외 시간에 더 필요하고, 강조해야 한다. 안전 교육은 국어시간, 수학시간, 음악시간 등 모든 공부시간에 해야 한다.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실제적인 통합적인 안전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원래 통합적으로 지도해야 하고, 그러고 있는 것을 굳이 1, 2학년 안전 교과를 통합과 반대되는 분과로 신설해서 하겠단다. '융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안전'만 따로 빼고 교육하겠다는 것은 무엇인지? 1, 2학년의 안전 교과 독립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 권으로 되어 있는 1, 2학년의 통합교과마저도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 교과를 통합한 8개의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는데, 8개의 주제로 세 교과를 묶었지만 여전히 주제별 분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정으로 삶의 통합으로 교육을 하려면 교과서가 한 권이거나 또는 없어야 맞다. 그런데 1, 2학년에 새로운 교과를 또 하나 만들겠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안전교육이 중요해서 안전교과를 신설해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 오히려 통합이 더 필요한 1, 2학년에서만 안전 교과를 신설해야 하는지를 이번 2015개정교육과정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교과 신설을 하지 않는 3~6학년은 안전교육이 필요없어서 그렇다는 것인지?

아이들 안전교육하기 전에 어른들이 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안전교육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교과 신설은 아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이 내세우고 있듯이 모든 교과에 모든 삶과 생활 속에서 융합적으로 통합적으로 해야 진짜 안전 교육이 이루어진다. 특히 1, 2학년은 더욱더 그렇다.

마지막으로, 안전교과 신설 과정을 보면서 결국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전관련 사고가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서, 특히 안전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문제라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이 보여서 안타깝다. '창의융합'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을 여전히 교육받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듯 안전문제는 아이들 책임이 아니다. 아이들을 안전하지 않게 만든 어른들 책임이다. 기자를 비롯한 어른들은 안전 교육과 교과 신설 이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태그:#2015개정교육과정, #1,2학년안전교과신설문제, #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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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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