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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토요일 저녁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스크린도어를 고치라는 지시를 받고 혼자 선로 안에 들어갔다가 전동차에 치인 것. 몇몇 언론들은 '안전 불감증', '안전 수칙 위반'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는 서울메트로 정규직이 아닌 사내 하청 업체 노동자였다.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보고 없이 과연 수리가 진행되었을까요? 어떻게 신고가 들어왔으며 제 친구는 거기에 갔을까요? 우리나라 언론의 힘을 빌어 진실규명 원합니다"는 글을 관련 뉴스 댓글로 남겼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보수·유지 업무를 비롯해 전동차 경정비, 모터카 및 철도 장비 취급 등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들을 외주화했다. 어제 정규직이 하던 일을 오늘 비정규직이 하게 만들었다. 광주와 대전 지하철은 역무원까지 외주화했다. 일터의 하청화, 위험의 외주화가 스물여덟 청춘의 죽음을 불렀다. 우리 아들 딸, 청년이 스러졌다.

'헬조선'의 비정규직 절규, 이젠 멈춰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시 업무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안전 업무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안전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다음날 아침, 진돗개 새끼 출산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헬조선'에서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오늘의 모습이다.

30대 재벌 사내 유보금은 1년 새 38조 원이 증가해 710조 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10대 재벌은 5년 동안 인수합병으로 98개의 계열사를 잡아 먹어 592개 회사로 늘어났다. 10대 재벌 시가 총액은 700조 원을 넘나들며 전체 시가총액의 50%에 달한다. 재벌의 탐욕이 하늘로,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1100조 원를 돌파해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전셋값도 치솟아 오르고, 청년 실업률도 사상 최고다. 경제협력개발국가 가운데 자살률, 산재사망률, 노동시간, 저임금 노동자 비율 모두 1위다.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이, 가난한 서민의 한숨이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헬조선'에는 법도 없다. 법원에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해도, 10년 넘게 불법으로 노동자를 착취해도 정부는 재벌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한다. 현대차, 동양시멘트, 한국지엠, 빙그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광고탑에 올라 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82일째 절규하고 있다.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의 나이 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88일 동안 송전탑에 매달려 합의한 복직 약속을 짓뭉갠다. 쌍용자동차,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기륭전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약속 파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늙은 사내하청노동자는 복직 약속을 지키라며 145일째 60m 크레인에 매달려 있다.

'비정규직 시대 이제 그만' 9월 12일 희망버스

노조도 인정하지 않는다. 부산의 생탁과 택시 노동자는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138일째 불볕에 달궈진 광고탑에 갇혀 열사병을 견뎌내고 있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170명 전원을 공장에서 쫓아냈다.

박근혜 정권은 임금 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비정규직 기간 연장, 파견 업종 확대로 우리 딸, 아들을 최저임금 받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20대에는 인턴과 알바, 35세가 넘으면 기간제 비정규직, 55세가 되면 파견직으로 살아가라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평생 고용불안, 평생 비정규직 일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만드는 박근혜 노동개혁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9월 비정규직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8월 25일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각계각층 1231명이 '비정규직 시대 이제 그만'을 선포했다.

오는 9월 12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와 불법 파견 실제 책임 당사자 정몽구 회장 구속을 촉구하고 서울 인권위원회 광고탑 위에서 싸우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출발한다.

대우해양조선 비정규직 노동자가 60m 크레인에 157일째 매달려있는 거제에서 배를 만드는 3만 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들을 만난다. 생탁-택시 노동자가 150일 동안 광고탑 위에서 싸우고 있는 부산시청에서 연대의 밤을 보낸다.

이에 앞서 9월 5일에는 구미 지역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길거리로 쫓겨난 아사히글라스 노동자와의 연대 마당이 열린다. 9월 18일에는 기아자동차 국가인권위 고공농성 100일 투쟁이 이어진다. 비정규직 시대, 이제는 끝내야 한다.

희망버스
 희망버스
ⓒ 비정규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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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입니다.



태그:#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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