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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부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416 가족협의회 등 주최로 세월호 참사 500일을 추모하는 ‘애들 보러 학교가자’가 열렸다.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에서 도종환 시인(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22일 오후 2시부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416 가족협의회 등 주최로 세월호 참사 500일을 추모하는 ‘애들 보러 학교가자’가 열렸다.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에서 도종환 시인(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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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 남쪽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지켜본 바닷바람이 / 세상의 모든 숲과 나무와 강물에게 알려준 슬픔이었다 /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 /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 열두 번째 '304 낭독회' 도종환 시인의 '화인'(火印) 중에서

22일, 가을을 시기하는 늦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은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오는 8월 28일, 세월호 참사 500일을 앞두고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걸음, 걸음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기억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탄압으로 횡행하는 '세월호 지우기'에 맞서 진실의 이름으로 침묵을 깨고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자리였다. 진리의 기준이 실천이듯, 망각에 대항하는 기억의 책임은 행동이 되어야 하니까.

세월호 참사 500일 단원고 2학년 교실...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1반 고 조은화양 책상. ‘은화야 보고 싶다 얼른 돌아와’라는 문구가 적힌 추모 글,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과자, 음료수 등이 놓여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1반 고 조은화양 책상. ‘은화야 보고 싶다 얼른 돌아와’라는 문구가 적힌 추모 글,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과자, 음료수 등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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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2반 고 허다윤양 책상. 다윤이 부모가 쓴 ‘잊지 않고 있어. 엄마 아빠가 다윤이 포기 안 해’라는 글,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과자 등이 놓여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2반 고 허다윤양 책상. 다윤이 부모가 쓴 ‘잊지 않고 있어. 엄마 아빠가 다윤이 포기 안 해’라는 글,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과자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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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고 남현철군 책상. ‘현철아 우리 집에서 기타 치던 모습이 그립구나’라고 쓴 글과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초콜릿, 과자 등이 놓여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고 남현철군 책상. ‘현철아 우리 집에서 기타 치던 모습이 그립구나’라고 쓴 글과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초콜릿, 과자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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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고 박영인군 책상. ‘얼른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렴 보고 싶다 영인아’라고 쓴 추모 글과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초콜릿, 음료수 등이 놓여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고 박영인군 책상. ‘얼른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렴 보고 싶다 영인아’라고 쓴 추모 글과 하얀 국화와 작은 화분, 초콜릿, 음료수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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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안산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이날 만남은 '애들 보러 학교가자'라는 제목으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2학년 교실을 찾은 시민들에게 준비한 꽃 한 송이와 '304 낭독회' 소책자 '2학년 교실'을 건넸다. 꽃을 손에 든 시민들은 2학년 교실을 1반부터 10반까지 찬찬히 둘러 봤다.

각 교실에서는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배우들이 시민들을 안내하며 2학년 교실의 현황과 교실 존폐 문제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했다.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4명의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교실에서는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학생들의 책상에 앉아 세월호 유가족이 마련한 '기억의 공책'(방명록)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글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내용이었다. '엄마아빠가 기다려. 얼른 돌아와야지',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게',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어머니 아버지의 말씀이 너무 슬프다… 하루빨리 돌아와.'

오후 3시 30분부터는 1층 로비에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주간 선언과 416 가족-시민 진상규명 모니터단 발족식이 진행됐다. 2학년 교실을 둘러 본 시민 등 200여 명이 함께 했다.

열두 번째 '304 낭독회'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22일 오후 4시 16분 안산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가 진행되는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2일 오후 4시 16분 안산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가 진행되는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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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6분부터는 12명의 문인과 시민이 낭독자로 나선 가운데 '2학년 교실'을 주제로 열두 번째 '304 낭독회'가 열렸다.

'304 낭독회'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기 위해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문인들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자신이 직접 만든 추모시를 낭독하거나 그리운 이들을 기리는 노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낭송 등 자신만의 기억방식을 준비해 참여할 수 있다. 

이날 낭독회는 문학평론가 양경언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양씨는 낭독회를 시작하며 "우리는 함께 모여 괴롭다는 고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미안하다는 참회를, 도대체 진실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이어가려 한다"며 "가라앉은 진실이 뭍으로 떠올라 이 어둠을 밝힐 수 있도록 지금 서 있는 시간으로부터 시계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오래 읽고, 쓰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낭독회는 시인 김사인, 김성규, 김정환, 도정환, 이영광, 소설가 권여선, 김탁환, 황정은, 평론가 이만영, 신학자 김근수, 대학원생 오서영, 한지혜 등 12명의 작가와 학자, 학생이 '기억의 말'로 304명을 추모하며 잔상규명을 위해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세월호로 잃어버린 304명을 '사람의 말'로 기록하기 위해 저마다 준비한 문장을 한 사람씩, 천천히, 차례대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김사인 시인은 "오늘 단원고를 처음 찾았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두렵고 힘들어 오지 못 했는데, 오늘은 힘을 내 꾹꾹 걸어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낭독회 동안 유가족은 연신 눈물을 닦았다.

시민들은 로비 중앙에 앉아, 로비 곁 신발장에 둘러앉아, 화단에 앉아,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아이를 안은 채 '2학년 교실'을 듣고, 읽었다. 차분한 낭독 소리 외에 로비에서는 그 흔한 휴대폰 신호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낭독회는 사회자와 시민들이 '함께 읽는 글'을 한 소절씩 읽으면서 끝났다.

22일 오후 안산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는 사회자와 시민들이 ‘함께 읽는 글’을 한 소절씩 읽으면서 끝났다.
▲ "오늘은 494번째 4월 16일입니다" 22일 오후 안산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열두 번째 ‘304 낭독회’는 사회자와 시민들이 ‘함께 읽는 글’을 한 소절씩 읽으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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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오늘은 4월 16일입니다.
다 같이 : 494번째 4월 16일입니다.

사회자 :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다 같이 : 목숨이 삶으로, 무덤이 세상으로, 침묵이 진실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사회자 :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다 같이 : 떠오르도록, 떠오를 수 있도록,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사회자 : 이유를 알고, 책임을 묻고,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다 같이 :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세월호 선체의 훼손 없는 인양을 촉구합니다. 모두의 이름으로 명령합니다.

사회자 : 함께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다 같이 : 그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사회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 같이 :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이날 낭독회에서 약속했듯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지금 서 있는 시간으로부터 더 먼 시간까지 오래 읽고, 쓰고, 행동하겠다는 다짐이 분명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약속들이 가슴과 가슴을 흔들고 약속의 불씨가 될 때, 진상규명은 가능하고 세월호 가족들은 희망의 거리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테다.

'304 낭독회'는 문인들로 이루어진 '304 낭독회 일꾼모임'에서 작가 섭외와 원고, 프로그램 진행 등 실무 준비를 한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첫 번째 낭독회를 가진 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주제와 장소를 달리하며 열어 왔다. 앞으로 292번의 낭독회가 남았다.

'2학년 교실' 존폐문제 "교실은 지켜져야 한다" 시민들 한목소리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4반 교실을 찾은 시민들이 찬찬히 둘러보고 있다. 학급 표찰은 명예 3학년 1반~4반으로 되어 있다. 교실과 복도에는 희생·실종 학생과 교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 글이 빼곡하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4반 교실을 찾은 시민들이 찬찬히 둘러보고 있다. 학급 표찰은 명예 3학년 1반~4반으로 되어 있다. 교실과 복도에는 희생·실종 학생과 교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 글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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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가 끝난 후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에서는 2학년 교실을 둘러 본 소회와 2학년 교실 존폐 문제가 주제로 올랐다.

2학년 교실은 단원고 1, 2학년 일부 학부모들이 경기도교육청에 내년 1월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식 후 교실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며 존치 문제가 불거졌다. 도교육청은 교실이 모자란 만큼 졸업식 때까지 보존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담회에서 시민들은 "의미 있는 공간인 2학년 교실은 지켜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신을 건설회사에 다닌다고 밝힌 어느 시민은 "현재 5층 건물을 7층으로 증축하면 교실 부족 문제는 해결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학년 교실 존폐 문제와 관련 김탁환 작가는 앞서 열린 낭독회 '기억의 교실'에서 "아무리 뛰어난 비유나 상징을 동원한 추모 공간도, 생생한 교실에 미치지 못한다. 학생들을 존중하고 그 삶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면 이 유일무이한 공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며 "누구나 이 기억의 교실로 오면 된다. 오늘처럼"이라며, 왜 2학년 교실이 유지되어야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음악인들이 참사 500일을 맞아 추모앨범 '다시, 봄' 발매 기념공연을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시청 다목적 홀에서 무료로 공연한다. 앨범 판매 수익금은 416연대에 기부된다.

28일 오후 7시 30분부터는 안산문화과장에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이튿날인 29일에는 오후 1시부터 서울 동서남북에서 지역 추모 시민행동이 열리고, 3시부터는 서울역에서 추모국민대회가 열린다. 추모대회가 끝나면 서울역에서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추모행진을 한 후 7시에 '다짐과 약속의 시간'이 열릴 예정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 #애들 보러 학교가자, #304 낭독회, #단원고 2학년 교실 존폐 , #세월호 500일 추모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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