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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샤칸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집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샤칸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
ⓒ 샤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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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부가 혐의가 없는 민간인들을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두고 2년이 다 돼서야 형사법원에 사건을 회부해 미결구금 기간을 연장시킨 데 대해 국제앰네스티가 이집트의 인권과 법치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샤칸(Shawka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집트의 사진기자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MahmoudAbu Zeid)는 지난 2013년 8월 14일 수도 카이로의 라바아 알 아다위야 광장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이집트 보안군이 강경 진압하는 현장을 촬영하다 체포됐다. 공식적인 혐의 없이 2년 가까이 구금됐던 그는 지난 11일 형사법원에 정식으로 회부됐다.

이집트 형사절차법에 따르면, 일시적 구금에 대해서는 재판이나 혐의 없이 수감 명령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무한정 구금이 가능하다. 또한 형사소송법 143조에 따르면 미결구금기간을 최대 2년으로, 이 기간 내로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구금자를 즉시 석방하도록 하고 있다. 마흐무드의 경우 일시적으로 구금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2년을 이틀 앞두고 형사법원에 회부됨에 따라 또다시 구금이 연장된 것이다. 마흐무드와 마찬가지로 2년이 넘는 시간을 재판도 없이 구금되어 있는 사람은 이집트 전역에 수백여 명에 이른다.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는 양심수, 석방돼야"

사이드 부메두하(Said Boumedouha)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국장대행은 "이집트 형사법원은 스스로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집트 헌법과 국내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는 기자로서 정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으므로 양심수이며, 그에 대한 모든 혐의가 취소되는 동시에 즉시 무조건적으로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흐무드의 변호인단은 담당 검사로부터 사건이 2015년 8월 11일 형사법원으로 회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샤칸의 변호인단은 혐의 목록과 피고인 수, 해당 사건에 적용된 형법 조항 등 검사의 형사법원 회부 결정에 관련된 중요 문서를 열람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제대로 변호 활동을 하지 못했다. 또한 변호인들은 담당 검사가 불과 일주일 전 형사재판에 회부된 피고인 중 마흐무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던 터라, 17일 회부된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변호인단은 마흐무드의 미결구금 기간이 이집트 법으로 정해진 2년을 초과했으므로 즉시 그를 석방할 것을 촉구하며 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체포 당시 마흐무드는 인터넷 뉴스 통신사데모틱스(Demotix)에 제공할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으며, 데모틱스 역시 검찰 측에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최소 18명 이상의 기자들이 구금되어 있다.

마흐무드가 체포된 2013년 8월 14일 이집트 전역에서 1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간부 모하메드 바디에 등 400여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마흐무드와 같이 지난 11일 형사법원에 회부됐으며, 금지단체 소속(정부가 이후 '테러 단체'라고 선언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칭), 화기 소지, 살인 등의 날조된 동일한 혐의로 심문을 받았다. 마흐무드는 2년 전 검찰 조사에서 무슬림형제단과의 관련성과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마흐무드의 사건은 체포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많은 인권적 결함이 발견된다. 그는 변호사가 동석하지 않은 채 심문을 받았고, 카이로 경찰서의 지나치게 좁은 유치장에 구금된 채 고문과 부당대우에 시달렸다. 이후 아부 자바알 교도소로 옮겨졌지만 찌는 듯한 8월의 더위 속에서 교도소 밖의 경찰차에 갇힌 채 7시간을 보냈고,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또다시 구타를 당했다. 현재는 악명 높은 토라 교도소의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 수감되어 있다.

비참한 구금 환경... "짐승처럼 대우한다"

재판도 없이 2년 넘게 갇혀있는 이집트의 사진 기자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 일명 샤칸
 재판도 없이 2년 넘게 갇혀있는 이집트의 사진 기자 마흐무드 아부 제이드. 일명 샤칸
ⓒ 샤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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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는 2015년 4월 국제앰네스티에 보내온 편지에서 자신의 비참한 구금 환경을 설명하면서 "이집트 교도소에서는 짐승처럼 대우한다"며 자신의 무기한 구금 상태는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체포되기 전부터 C형 간염 진단을 받은 상태였으며, 약물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이러한 건강상의 이유로 검찰에 여러 차례 석방을 탄원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마흐무드가 체포된 지 사흘 후인 2013년 8월 17일,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 시내의 한 이슬람 사원에 들이닥쳐 이곳에서 몸을 피하고 있던 아일랜드 출신 양심수 이브라힘 할라와(Ibrahim Halawa)와 시위대 등 327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현재 이들도 마찬가지로 현행 이집트법에서 규정하는 미결구금기한을 초과한 상태다.

국제법에서는 미결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피고인에 상당한 도주 위험이 있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거나, 증거 또는 조사에 개입할 위험이 있는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 사건마다 구금의 필요성과 지속적인 합법성에 대해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이드 부메두하 국장대행은 "정당한 이유 없이 수백여 명을 2년 넘게 구금하는 것은 정부에 반기를 든 사람들의 입을 막겠다는 명백한 보복 조치"라고 말했다.

마흐무드의 구금이 연장되기 며칠 전,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검찰에 최대 7일까지 구금 기간을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장기간 구금하기 더욱 쉬워지는 신규 '반테러법'에 서명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이집트 형사소송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2년 제한은 실질적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반테러법'이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는 범위는 지나치게 넓어, 정부는 이에 따라 평화적인 정부 비판론자들과 기자 등을 모호한 이유로 구금하고 자유롭게 탄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법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한 정보 또는 통계를 보도하는 기자에게 과도한 벌금을 부과해, 독립적인 언론보도를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역할도 한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무엇인지는 정부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2일 이집트 대통령에게 신규 '반테러법'을 폐지하거나, 이집트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상응하도록 근본적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2013년 11월에도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결사의 자유를 막고 모든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우 엄격한 '시위법'을 제정한 바 있다.


태그:#국제앰네스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집트, #샤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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