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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모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귓전에서도 맴돌고 있을 라디오파지만 그냥 두 귀만 잔뜩 기울여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분명 눈앞에도 있을 TV파도 그냥 두 눈만으로는 제아무리 동그랗게 뜨고 쳐다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라디오나 텔레비전이라고 하는 도구만 있으면, 라디오파가 소리로 들리고 TV파를 영상으로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10대 청소년들 귀에만 잘 들리는 주파수로 만들어진 벨소리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가진 벨이 울릴 때, 같은 공간에 있는 대개의 50∼60대 장년들은 이 벨소리를 거의 듣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에 버금가는 청력을 가진 어떤 장년이 있다면 그 사람 귀에는 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같은 50∼60대 장년이라도 개인별 능력(청력)에 따라 누구는 벨소리를 듣지 못하고 누구는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귀신을 믿느냐?", "신통력을 믿느냐?"는 말을 가끔 주고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맹신도 하지 않지만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이런 답을 하는 배경 역시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화 상인 수행이야기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지은이 선화 상인 / 옮긴이 각산 정원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8월 10일 / 값 15,000원>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지은이 선화 상인 / 옮긴이 각산 정원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8월 10일 / 값 15,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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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지은이 선화 상인, 옮긴이 각산 정원규,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미국불교사상 처음으로 스님을 배출시킨 중국 스님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이 한 강설을 우리글로 편역해 출간한 신간입니다.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상인(上人)이라는 호칭을 잘 쓰지 않지만, 규모가 큰 절엘 가면 뵐 수 있는 '큰스님', 불제자로서 지덕(知德)을 갖춘 '큰스님'이라는 호칭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은 중국 위앙종(潙仰宗)의 제9대 법손인 선화 상인이 생전에 대중들에게 펼쳤던 법문과 수행이력, 질의 응답과 신통력 등을 자전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종교와 관련된 내용들은 문장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의미와 상징을 간파해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걸 문자 그대로 믿으라고 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표현이 석가모니부처님이 그때당신 두 번째 계급인 크샤트라(왕족) 출신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재미있는 비유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선화 상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무시로 내렸다는 가피야말로 "신통력을 믿느냐?"는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반신불수의 앉은뱅이가 선화 상인이 대비주로 가피를 주니 벌떡 일어서는 기적, 머리가 아픈 사람은 머리를, 팔이 아픈 사람은 팔을 한 대 때리면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지는 기적…

한 사람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 동물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는 선화 상인의 능력 등은 어떤 의미와 상징으로 이해를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서 알지 못하는 어떤 초능력쯤으로 생각해야 할지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1968년 시애틀 워싱턴대학 학생의 요청을 받아 '능엄경 하계연수반'을 만들었다. 96일간의 연수 후 상인에게 감화 받은 많은 사람들이 귀의하여 수계를 받았으며, 그중 5명의 미국인이 발심 출가하여 미국불교사상 처음으로 스님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265쪽-

상식(相識)이라는 보편적 기준으로 보면 선화 상인이 보였다는 기적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요행이며 허구입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어느 세대 보다 과학적 증거와 논리적 증명을 요구하는 미국 대학생들이 감화해 발심 출가했다는 이야기는 선화 상인이 보였다는 어떤 사실들은 선화 상인은 우리에게는 없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선화 상인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며 산 수행의 삶입니다. 능엄경을 독송하고, 육근을 섭수하며 관세음보살을 염하고, 서두르지 않고 업을 소멸시키며 닦은 수행이력이 단색광을 일곱 빛깔로 구분해내는 삼각프리즘처럼 세상만사를 기적으로 관통하게 하는 능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화 상인이 들려주는 수행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선화 상인이 내린 기적 같은 가피는 부처님 말씀을 그대로 행하여 얻은 또 다른 형태의 사리가 아닐까 생각되니,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절로 우러납니다.

덧붙이는 글 |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지은이 선화 상인 / 옮긴이 각산 정원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8월 10일 / 값 15,000원>



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 선화 상인이 들려주는 수행 이야기

선화상인 강설, 정원규 편역, 불광출판사(2015)


태그:#부처님 말씀 그대로 행하니, #정원규,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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