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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CNN 뉴스 갈무리.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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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뜨리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뜨거워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를 1.86% 기습적으로 내린 것에 이어 12일에도 1.62% 인하해 달러당 6.3306위안의 환율을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불과 이틀 동안 3% 넘게 절하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곧바로 요동쳤다.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증시도 하락하며 위안화 절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파급력을 보여줬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위안화 환율이 최근 4년 만에 가장 높은 6.4301위안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190.8원으로 올라 연내 12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위안화 절하에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의 부진이 심각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자 다양한 부양책을 시도했으나 모두 효과가 없었다.

중국은 결국 '극약 처방'으로 환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위안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위안화가 고평가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추가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환율전쟁' 막 오르나

과감하고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에 중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미국,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무역 경쟁국인 한국과 일본을 압박할 것이며,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을 시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동안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부당한 방법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려왔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라며 "중국이 미국 경제를 파괴할 것(devastating)"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중산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하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이번 위안화 절하의 다음 단계나, 전체적인 변화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았다.

위안화 절하 놓고 딜레마 빠진 글로벌 경제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수많은 딜레마를 낳고 있다. 일단 중국은 당장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살아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업률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성장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킨 국가 경제를 개혁하고, 연착륙을 시도하겠다는 중국의 장기적 목표와는 어긋난다. CNN은 "중국은 신속하고 엄격한 위안화 통제를 위해 개혁을 꺼리고 있다"라며 "자유로운 거래를 억제하는 위안화는 기축통화로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이나 일본도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수 있다. 위안화 절하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전망은 엇갈린다.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 경제가 살아난다면 한국의 수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뒤섞였다.

미국도 고민에 빠졌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를 피하고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9월로 예고한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은 "미국도 중국의 환율 조작을 반격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라며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IMF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SDR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DR이란 국제준비통화의 한 종류로, 가맹국이 자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었을 때 IMF로부터 담보 없이 외화를 보충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달러화, 유로화 등과 함께 세계적인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된다. 그동안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최대한 미뤘던 것도 SDR 편입을 위해서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은 결국 위안화 절하에 나섰다. 이제 전 세계가 과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언제, 어디까지 떨어뜨릴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그동안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중국발 환율전쟁'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태그:#위안화, #세계 경제,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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