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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가 국회 정문 앞에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1000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12일 오후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가 국회 정문 앞에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1000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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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추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초중등학교 교과용 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 기준'(아래 한자병기 편찬 규정) 지침을 폐지하라는 지적이 처음으로 나왔다.

갑자기 교육부가 내세운 한자병기 근거, 알고 보니

12일 오후 2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교육부는 2011년에 몰래 만든 한자병기 편찬 규정을 한자병기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고 있다"면서 "오는 9월 고시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 규정도 없애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와 초등 적정한자 제시는 필요한가'란 제목의 토론회에서다. 이 토론회는 야당의 김성주, 도종환, 신기남, 안민석, 우원식, 유은혜, 정진후, 정호준 의원은 물론 여당의 정두언 의원도 공동 주최했다.

2011년 9월에 교육부가 만든 한자병기 편찬 규정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추진이 입길에 오르자 지난 4월 이 같은 규정을 내세워 "이미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병기가 허용되어 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 상임대표는 "기존의 한자병기 편찬 규정은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 추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이 규정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한자 병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상임대표는 "기존 규정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한자병기 정책을 꺼내면서 2011년에 몰래 만든 이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갓길 주행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궤변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박규석 한국전문번역사협동조합 이사장은 "디지털시대에 한자는 자판을 이용한 컴퓨터 입력이 번거로워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 중국과 일본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이미 한국은 디지털시대를 맞아 한자의 종말이 다가온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자에 비해 타이핑 속도가 7배나 빠른 한글 옆에 한자를 다시 병기시킨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토론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국회 정문 앞에서 '한자병기 반대 교사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12일 하루 동안 진행된 이 서명에 이름을 올린 교사들은 모두 1456명이다.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선언문에서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정책은 소중한 우리말과 글을 죽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는 한자 사교육과 급수시험을 유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3일 오전 '한글 교과서 장례식'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3일 오전 '한글 교과서 장례식'을 시작할 예정이다.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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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글 교과서 장례식 시작', 24일 발인

한편, 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한글 교과서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교육부가 45년만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를 실행하면 한글 교과서가 죽음에 이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0시 한글회관 앞마당에서 노제 대열이 출발한 뒤 오후 11시에는 청와대 앞에서 한글 교과서를 애도하는 곡을 할 예정이다. 이 장례식의 발인은 교육부의 '한자병기 정책 공청회'가 열리는 오는 24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한자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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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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