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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9일 '학교 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청소년 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설치 및 범정부적 지원체계 구축 등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해 지난 2014년 5월 28일 법이 제정된 지 1년여 만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은 학생이어야 하며,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은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탈적 존재로, 선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그 결과 이 법이 시행되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 법에 따라 설치된 '대구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에서 근무하고 있는 성은주 팀장을 만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학교 밖 청소년들은 어떤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학교 밖 청소년이란 초·중학교에서 3개월 이상 결석 또는 취학을 유예한 청소년, 또는 고등학교에서 제적·퇴학·자퇴를 한 청소년을 말한다(학교 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대구광역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입구, 꿈드림은 '꿈을 드린다.'의 준말로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드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구광역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입구, 꿈드림은 '꿈을 드린다.'의 준말로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드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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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대구광역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성은주(대구광역시 꿈드림센터 팀장) :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는 학교라는 제도권교육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 또 다른 방법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우선 검정고시 졸업지원, 학교 재입학·편입학 등 학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하지 않으며 개인별 의사와 특성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또 직업체험 지원, 기술 습득 등의 자립지원이나 직업훈련 과정 등의 사업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직업을 얻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취업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센터에 오는 청소년 중에는 하고 싶은 것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무엇인가를 할 동기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있어 동기부여를 위한 집단상담을 통해 개인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꿈드림의 직업 체험프로그램.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이 화장해 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꿈드림의 직업 체험프로그램.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이 화장해 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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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학교 밖' 또 다른 공간에서 청소년과의 만남은 어떤가?
"가장 힘든 것은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 자체이다.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고 상담에도 열심히 참여하다가 갑작스럽게 소식을 끊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 곳에 오는 청소년들 중에는 소위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도 있고, 어른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청소년, 집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청소년 등 다양하다. 이런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이 센터 프로그램의 시작인데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고 힘들다.

청소년들을 만날 때 강약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이것은 무척 섬세함이 필요한 일로 쉽지가 않다. 상담용어로 라포(rapport, 불어로 인연이란 뜻으로 신뢰감, 관계형성 등을 말한다)형성을 잘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 어려운 만큼 보람찬 경험도 많았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일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청소년 스스로 동기를 만들고, 목표를 정해 본인이 얻고 싶은 직업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원서를 쓰고 시험을 보러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더 나아가 자기 인생에 처음일지도 모르는 성취라고 하는 결과물을 얻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쁜 것 같다.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 그런 걸까? 청소년들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인 것 같다."

-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 말하는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나?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친구사이 등 대인관계 문제, 학습의욕이 없거나 비행 등으로 결석을 해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은 학교를 나온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또래들과 밤새도록 놀다가 놀만큼 놀았다고 생각되면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특히 서울에 가보고 싶어서 무작정 올라가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생계대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활비가 없어서 절도, 성매매 등의 비행에 노출되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 학교를 그만뒀다는 사실 때문에 불이익이나 차별을 경험하는 일이 있나?
"가족으로부터 '학교도 가지 않는 게'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거나 주변에서 학교 안 다니는 것만으로 문제아 취급을 당하는 것 같다. 사업주들 중에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이 있어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일부 사업주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을 약점 취급하면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제안하거나 더 긴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은 후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청소년 중에는 일반전형보다는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4년제 대학의 경우 검정고시 특별전형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고, 전문대학의 경우 전공과가 다양하지 않아 진로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학업을 마치고 나서 취업을 할 때 검정고시 출신이어서 불이익을 받거나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스스로의 마음의 장벽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장벽이 이미 경험한 검정고시 출신에 대한 사회의 차별 때문에 생긴 것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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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더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대학입학 과정에서 검정고시 출신에게도 지금보더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가장 큰 바람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문화 공간, 휴식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사실 청소년문화공간이라는 것이 PC방, 보드게임방, 당구장, 만화책방 정도다.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전무한 상태라 음지(?)로 모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청소년들에겐 WIFI 잘 터지고 친구들과 놀러 와서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이면 족한 것 같았다.

그리고 좀 무거운 이야기지만 정부에서 청년층 취업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제도가 많지 않아서 소위 일하고 싶은 '위기청소년'이나 '학교 밖 청소년'을 채용하였을 때 주어지는 세재혜택과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끝으로 센터를 찾는 청소년 중에는 존중받아본 경험을 가진 청소년이 많지 않다. 앞으로는 존중받는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다."

- 학교 밖 청소년들이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올해 전국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 동시에 문을 열었고, 대부분의 기관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같이 운영되고 있으니, 청소년전화 '1388'로 전화를 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 전문가와의 면접, 상담을 통해 학업계획, 희망진로를 세우고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처음 시작부터 계속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말지도 스스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든 부담없이 전화를 하면 좋겠다. 대구지역 꿈드림센터의 전화번호는 아래와 같다."

대구지역 꿈드린센터 연락처
 대구지역 꿈드린센터 연락처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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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6만 명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은 28만 명 정도라고 한다. 학교 안 학생인 청소년도 학교 밖 청소년도 모두 소중한 우리의 현재이고 미래다.

"청소년=학생"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학교 안과 밖의 물리적·사회적 경계를 넘어 우리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그들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청소년=학생'이라는 편견을 깨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인권위와 함께 하는 시민기자단이 꾸려갈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글쓴이 이준기님은 대구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상담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 밖 청소년, #청소년 인권, #비학생, #청소년, #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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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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