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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가 10일 공개한 4일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지뢰 폭발장면
 합동참모본부가 10일 공개한 4일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지뢰 폭발장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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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0일 오후 1시 10분]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터진 폭발물이 북한의 목함지뢰라는 것이 한미 합동조사단에 의해 최종 확인됐다.

조사단은 북한이 총 3발의 지뢰를 살상 의도로 우리 군이 오가는 길에 매설했다고 밝혔다. '노크 귀순', '대기 귀순' 사건에 이어 군의 전방 경계가 또 한 차례 뚫린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내보냈던 'DMZ 또 뚫렸나... "터진 지뢰는 북한제"' 보도 내용 역시 조사단 발표로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4일 발생한 지뢰 폭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국방부 측은 "북한의 지뢰 매설은 북한군의 분명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가혹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측 철책 출입구에 목함지뢰 총 3개 매설

한미 합동조사단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폭발 현장에서 조사를 벌였다. 사고 지점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440m, 우리 군 초소(GOP)로부터는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이다.

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안영호 준장은 북한군이 MDL을 넘은 후 440m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 군이 이용하는 철책 통문(출입구) 부근에 목함지뢰를 매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총 5종, 43개의 잔해물을 수거했다"면서 "수거한 증거물들로 볼 때 폭발물은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폭발한 목함지뢰는 비교적 최근 매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준장은 "수거한 철재 잔해물이 녹슬거나 부식된 것이 없고 소나무로 만든 목함 파편에도 부식 흔적이 없을뿐더러 강한 송진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 작전병력을 해칠 목적으로 적(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사건 초기에 "최근 폭우로 (우리 쪽) 지뢰가 유실돼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조사단은 이날 발표에서 유실지뢰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사고 지점 지형 자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진 경사지여서 북측의 목함지뢰가 남쪽으로 떠내려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준장은 "철책 남쪽 지역은 정밀 작업을 통해 이미 지뢰제거를 완료했고 만에 하나 이 지역에서 지뢰가 떠내려갔다면 흙이 함께 떠내려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매설된 목함지뢰는 총 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추진철책 통문 북쪽 40cm 부근에 지뢰 2개가, 통문 남단 25cm 지점에 지뢰 1개가 각각 매설됐던 것으로 추정했다. 북쪽에서 터진 지뢰가 폭발력이 훨씬 컸다는 이유다.

사고 당일 최초로 지뢰를 밟은 것은 수색조 두 번째 진입자였던 하아무개 하사였다. 하 하사는 첫 폭발로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가 절단됐다. 통문 북쪽에 있는 지뢰를 밟고 쓰러진 하 하사를 동료들이 부축해 함께 구출하는 과정에서 수색조 첫 번째 진입자였던 김 하사도 통문 남쪽에 묻힌 지뢰에 우측 발목이 절단됐다.

"항상 다니던 지역... 탐지 활동 소홀히 한 듯"

수색대 병사들이 수시로 오가는 통문에 적 지뢰가 매설됐는데 왜 국군은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까. 더군다나 북한은 올해 초부터 DMZ 주변에서 지뢰 매설과 유사한 움직임들을 보여온 바 있다. 이날 국방부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이 지점에 모였다.

안영호 준장은 "지뢰를 언제 매설한 것으로 보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7월 22일 이전에는 우리 병력이 그곳에서 활동했었다"면서 "7월 23일부터 8월 2일 사이에는 언제고 그 지역에 들어와서 지뢰를 설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는 "북한이 DMZ 주변에서 지뢰 매설 활동을 하는 것이 감지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우리 군이 예상하고 있었는데 당한 이유가 뭐냐는 의미다.

안 준장은 "이것(경계)은 기상의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당시에 기상이 좋지 않아서 감시를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7월 23일 이후에 녹화된 TOD(열상감시장비) 화면을 모두 재생시켜서 확인했는데 북한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비·안개 등의 기상 조건에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국군 전방병력을 목표로 한 지뢰 매설 시도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작전 병력이 이런 적의 도발에 대비해서 많은 준비와 훈련을 실시하면서 수색작전, 매복 작전을 시행한다"면서도 "하지만 통문 지역은 항상 다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뢰가 없었을 것이다'라고 추정해서 이런 탐지활동을 좀 소홀히 하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방부 측은 이번 사고를 '북측의 도발'로 정리했다. 국군이 수색 작전을 수행하고 경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지뢰를 매설한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국방부 측은 브리핑에서 연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한 기자가 '우리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냐'고 묻자 "그 내용은 실시(전)까지는 비밀"이라면서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북한, #지뢰, #국방부, #노크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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