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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생이던 지난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나온다"는 루머가 돌면서 기대에 부풀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가수 정난이는 '제 7광구' 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당시 유행했던 디스코풍의 노래 가사가 지금도 입가에 맴돈다. 지난 2011년에는 하지원, 안성기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7광구>가 개봉돼 22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원유 수입액은 57조 6800억 원으로, 올해 우리나라 예산 375조 원의 15%가 넘는다.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미 시행하던 복지정책마저 축소하는 현실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라면..."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볼 듯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엄연한 산유국 반열에 올라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두성호 모형 울산박물관에 기증 

한국석유공사가 울산박물관에 기증한 우리나라 최초 가스 발견 시추선 두성호의 모형
 한국석유공사가 울산박물관에 기증한 우리나라 최초 가스 발견 시추선 두성호의 모형
ⓒ 울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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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 바다에 위치한 대륭붕 제 7광구는 지난 1978년 한국과 일본이 2028년까지 50년간 공동개발하기로 '한일대륙붕협정'을 맺고 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1986년 일본이 중단을 선언해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은 9억2000여만 배럴로 이중 중동산이 84%, 아시안산 9.6%, 아프리카와 유럽산이 각각 2.7% 아메리카산이 1.1%다. 이중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량이 33.5%로 2억8600만 배럴로 가장 많다. 한 해 약 18조 원을 사우디 한 나라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렇게 수입해 온 원유는 울산과 여수 등에 있는 SK, S-OIL 등 정유회사의 정제를 거쳐 LPG, 가솔린, 등유, 중유, 경유, 윤활유 등으로 나눠져 판매돼 산업생산이나 자동차연료 등으로 사용된다. 자동차 구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원유 수입에 따른 국민 부담은 가중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산유국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지난 1998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의 탐사 시추에 성공해 2000년 2월 산유국 선포식(현 동해-1 가스전)을 가지면서 세계 95번째 산유국 대열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동해-1가스전은 2004년부터 경제성이 있는 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대한민국 최초로 천연가스를 발견할 때 사용한 시추선이 바로 '두성호' 다.

두성호는 한국석유공사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해 지난 1984년 5월 건조한 국내 유일의 반잠수식 시추선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 9개국에서 119개 광구의 시추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건조 비용은 1984년 당시금액으로 542억 원이며, 높이 94m, 너비 82m 규모로 작업 가능 수심은 100~1500피트(30~450m), 최대시추심도는 2만 5000피트(7500m)다. 승선 가능 인원은 112명 최대적재하중 4000톤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성호는 시추공을 뚫을 때마다 원유와 가스를 발견한 확률이 높아 전 세계 석유·가스 기업 사이에서 행운의 시추선(lucky rig)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두성호는 적극적인 HSEQ(Health, Safety, Environment & Quality) 활동으로 국제시추선사협회인 IADC의 기준에 의거해 무재해 인증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 두성호가 중단된 제 7광구 시추에 투입된다면 우리나라도 원유를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일대륙붕 협정에서는 우리나라가 독단적으로 제 7광구에서 시추를 하려면 일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두성호의 모형을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 두성호 모형은 실물의 약 1/100 정도 크기(가로 750㎜ 세로 580㎜ 높이 900㎜)로, 지난 2013년 대한민국 에너지 체험전에서 대한민국이 산유국임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다. 울산박물관은 기증받은 이 모형을 앞으로 산업사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은 5일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 있었던 시추선의 모형을 한국석유공사에서 기증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산업수도 울산을 알리는 자료로 소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 산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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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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