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가 추진한 '한국 청소년 교류 초청 프로그램'이 논란이다.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 150여 명과 인솔자 21명이 지난 7월 29일부터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역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후쿠칸네트는 핵발전소와 약 60~70km 떨어진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의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자는 앞으로 3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출발 당시를 전하는 르포와 이번 행사와 관련된 논란과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를 올릴 예정이다. - 기자말

'풍문 피해 해소 프로젝트'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 7월 27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청소년 문화교류' 행사를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행사를 기획한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 정현실 이사장을 소개했다. 이어서 기사에서는 후쿠시마 교류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전주에서 거주하는 주부의 발언이라며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나는 매년 후쿠시마에 다녀오고 있다. 모두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으로 권유하는 전략을 전개하였다. 결국 모집 목표의 2배가 응모를 했다."

또한,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 정부가 원전 사고를 이유로 후쿠시마 현지 수산물 등의 수입 금지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국 상황을 언급했다. 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일본의 수산물 오염'이 거론되거나, '일본 정치인에게 이용되고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비판도 뿌리가 깊다"고 전했다. 기사는 "정 이사장은 '어려운 반응도 있지만, 오히려 후쿠시마의 실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한국 청소년과 대학생 150여 명의 후쿠시마 방문은 안전성 논란에도 일정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관련 기사 : "안전하다고 들었다" 그들은 왜 후쿠시마에 갔나). 앞서 언급한 현지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단순히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행사 주최 측 "후쿠시마에 편견 가진 사람들이 참여"

주최 단체의 블로그에 소개된 이번 행사 관련 전주 설명회 글.
▲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 논란 주최 단체의 블로그에 소개된 이번 행사 관련 전주 설명회 글.
ⓒ 후쿠칸네트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번 청소년 교류 행사를 주최한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는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지난 7월 18일 게재했다.

"한국의 미디어가 흘리는 잘못된 정보에 의해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 행사에) 참여합니다."

150여 명의 참가자를 마치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지역 참가자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전주 종합운동장 앞에 모였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과 참가자들은 '편견을 가졌다'기 보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소문을 통해 모집했다"는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처럼 많은 학부모들은 "지인의 권유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후쿠시마 쪽 출장을 자주 가는 지인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녀를 후쿠시마 교류 행사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주최 측의 말을 믿고 보내려는 상황에서 안정성 논란이 거론되자, 참가자와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출발 당일이었던 지난달 29일,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의 진위를 묻는 말이 나왔다. 언론에서 제기한 '방사능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은 내용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 중 하나였다.

후쿠칸네트는 지난 7월 18일 전주의 한 교회에서 설명회를 한 바 있다. 학부모들과 행사 참가자들이 모인 설명회에는 정현실 이사장도 참석했다. 그러나 당시 "후쿠시마는 안전하다",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하여 방문 지역을 측정할 예정이다" 등의 간단한 정보만 제공했다고 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전주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제대로 듣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단체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된 자료집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A씨는 "팜플렛을 받았는데, 후쿠칸네트 단체 소개와 문화 교류에 관한 정보가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방문단이 후쿠시마로 떠난 지난달 29일, 한국 측 준비위원회 관계자에게 해당 자료를 요구했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출발 당일에 전북교육청은 탈핵교재의 내용 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개요'와 '방사능 안전 수칙'이 담긴 자료를 현장에서 배포했다. 이를 받아서 읽은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많은 학부모가 행사 현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이다.

한 학부모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이유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가는 곳에 방사능 수치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모르니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관계자는 "안전합니다"라는 내용의 설명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검출되는 방사선량보다 적게 검출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피폭에 대한 우려, 과연 '풍문'에 불과한가

후쿠칸네트는 한국 청소년들의 방일 행사 중 비가 내리자 다음과 같이 방사능 측정 검사를 했다. 한국에서 검출되는 자연방사능과 달리 일본 후쿠시마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은 인공방사능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 논란 후쿠칸네트는 한국 청소년들의 방일 행사 중 비가 내리자 다음과 같이 방사능 측정 검사를 했다. 한국에서 검출되는 자연방사능과 달리 일본 후쿠시마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은 인공방사능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 후쿠칸네트 이사장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3년 2월, 후쿠시마 현의 도로 가장자리와 중앙 등 위치에 따라서 방사능 검출량이 다르게 측정되었다. 이 사진은 지난 2013년 11월 전주를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의 발표 사진이다.
▲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 논란 지난 2013년 2월, 후쿠시마 현의 도로 가장자리와 중앙 등 위치에 따라서 방사능 검출량이 다르게 측정되었다. 이 사진은 지난 2013년 11월 전주를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의 발표 사진이다.
ⓒ 히로유키 요시노

관련사진보기


탈핵신문 간사를 맡은 일본인 오하라씨는 주최 측이 '한국보다 안전하다'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지반 등의 영향으로 자연 방사선량이 높게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검출되는 것은 자연 방사선이 아니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의한 것이에요. 이것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기사 제목과 같이 후쿠시마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풍문'일까?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후쿠칸네트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내용이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후쿠시마 현은 "2011년 사고 당시 18세 이하인 청소년들에게서 새로 16건의 갑상샘암 진단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사고 이후 현재까지 모두 127명의 어린이, 청소년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근 지역 유아들에게서 갑상선암이 많이 보고된 바 있다.

후쿠시마 현은 방사선 노출과 급성 갑상샘암과의 연관성에 대해 특별한 논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지역에서는 피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계획, 논란 많아"

후쿠시마에 방문한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현지에서 문화 교류 행사를 펼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인근 지역을 방문한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 논란 후쿠시마에 방문한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현지에서 문화 교류 행사를 펼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인근 지역을 방문한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15일 후쿠시마 현은 "핵발전소 사고 피난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 주택 제공을 2017년 3월부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피난자 주택 지원은 일본의 '재해구조법'에 따라 2년을 기한으로 두고 1년마다 연장하며 지속된 정책이었다. 무상 주택 제공은 스스로 후쿠시마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지원이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피난자 중 약 25%를 차지하며 그 수는 3만6000여 명에 이른다.

"현재 후쿠시마가 피난구역이 되면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약 12만 명정도 됩니다. 자발적 피난자는 피난구역 밖에 있는 이들로 일본 정부가 피난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주지 않아서 위험성이 있더라도 거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어요. 직장이 후쿠시마 현에 있다든가, 집을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죠. 이들은 스스로 조심스럽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최근 자발적 피난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이들이 다시 후쿠시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 것이죠." - 탈핵신문 오하라 간사

이뿐만 아니다. 현재 일본은 피난지시구역(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반경 20Km를 중심으로 최대 50~60km 지역까지 연간 20밀리시버트를 넘는 지역을 피난 지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중에서 정말 문제가 심각한 '귀한 곤란 구역'을 제외한 모든 피난구역을 2017년 3월까지 해제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피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환에 관한 조사에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가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많은 주민이 후쿠시마로의 귀환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지역 정화를 위한 작업인 '제염 사업'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오하라 간사는 "제염이 완료된 지역이 일시적으로 방사선량이 내려가더라도 주변 산림에 쌓인 방사성 물질이 비바람을 타고 날아오면 국지적 핫스팟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후쿠시마 현 약 7만 6000곳에서 제염작업을 통해 모아둔 방사선 폐기물이 개별 보관되어 있는데, 폐기물을 담은 포대가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염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장기적인 건강 관리도 의문인 상황이다, 방사선 피폭에 취약한 16세 청소년을 현장에 투입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제염작업과 이를 보관하는 중간 저장 시설을 마련하는 비용은 약 3조 5천400엔으로 알려졌다. 오하라 간사는 "애초 효과가 불확실한 제염사업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오히려 주민들의 피난 권리를 인정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제염을 통한 후쿠시마의 부흥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고, 이를 통해 피폭을 피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오히려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주민들이 벗어나기 위해 피난 가는 선택의 폭을 좁혔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염사업과 피난 지역 해제 추진은 '후쿠시마 부흥'의 목적으로 보인다. 이번에 후쿠칸네트가 추진한 일명 '풍문 해소 프로젝트'에 일본 외무성이 적극 지원을 했다는 사실도 <연합뉴스>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어쩌면 이런 움직임은 일본 정부의 정책적 기조와 교류 행사 목적이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후쿠시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