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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남과 돌아옴이 어우러지는 미학이다. 누구나 떠남을 꿈꿔 보지만 일정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안락함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돌아옴으로 여행은 완성된다. 돌아온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방학이면 트레킹이나 백두산 산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에게 네팔에서 트레킹이나 백두산에 다녀오면 안 되겠냐고 자꾸 채근하였다.

"자꾸 밖으로만 싸돌아다닐 생각 말고 전국 기차여행 어때? 나랑 같이. 여정은 당신이 알아서 하고."

"아니야."라고 말 할 건더기가 없었다.

아내와 20년을 살면서 단 둘이 한 여행은 딱 한 번이다. 결혼을 한 해, 충청북도 보은에 있는 속리산과 단양이었다. 속리산을 오르며 상고대가 녹았다 다시 얼어 나무 전체가 투명한 얼음으로 쌓여있는 얼음꽃을 보면서 어찌나 찬탄을 했던지! 겨울에 작은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타고 움직이며 참 행복했다. 그러나 자가용이 생기자 대중교통의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더불어 가지고 다니는 짐이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자가용이 일반화된 시대에 기차여행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기차여행은 목적지에 대한 문전연결성과 시간운용이 자가용과 비교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빠르다고 해서 진실은 아니다. 비행기를 타서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리를 당기는 것도 중요하다. 걷고 자전거와 기차를 타면 거리보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떠남은 불편을 내면화하여 견디는 것이다.

▲ 책표지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 지식너머
인터넷에서 '기차여행'을 찾았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맞다. 모든 기차여행 자료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차라리 서울로 가 있으면서 여정을 꾸리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인터넷에서 실마리를 얻으려다 막막해졌다. 실망스러웠다. 지방에서 떠나서 돌아오는 나는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

경상도와 강원도, 수도권, 전라도를 이어 도는 여정을 생각했다. 장소를 정하여 이동할 때는 언제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한 권의 책이 눈에 뛰었다.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임병국 박준규 정진성. 지식너머. 2014'. 이 책도 모든 여정이 서울을 중심으로 되어 있지만 각 지역 역에 대한 정보가 충실하고 대한민국 기차여행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장소를 정하여 기차로 이동하고 책에 있는 정보와 역에 있는 지역여행지를 바탕으로 둘러보아야겠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두고 2주 이상 집을 비워야하는 부담이 생겼다. 아들은 여행을 따라나서는 일보다 집에 있는 것을 택했다. 아내는 부모가 없는 동안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한다며 출발하는 날짜를 연장하자고 했다. 결국 생활하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고 우리는 그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로 출발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다. 오늘 떠나지 못하면 내일도 떠날 수 없다. 기차여행은 기찻길이 끝까지 평행을 유지해야 완성된다. 여행은 떠남과 돌아옴이 어우러지는 미학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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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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