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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언론은 우리가 다루지 못하는 20대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20대 언론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고, 당사자성의 아이러니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20대 대표 언론 <고함20> 최효훈(23, 남) 기자의 말이다. 지난 달 30일, 서울 마포구 '무대륙' 지하 공연장에서 <고함20> 주최로 열린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XXX 하자' 토론회에 참석한 최 기자는 "20대 언론은 (20대가 20대를 말하는) 당사자성 덕분에 차별성을 얻었지만, 당사자성의 아이러니 때문에 20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20대라고 해서 20대를 더 잘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20대의 삶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최 기자는 "'당사자성'이 기성 언론의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다. <고함20>의 기자도 대부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서울·경기권에서 자라난 사람이 많아서 지역에 있는 20대는 다루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20대 언론도 피해갈 수 없는 한계를 토로했다.

최 기자는 20대 독립 언론 기자가 가지는 신분적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털어놨다. 최 기자는 "<고함20>은 우리의 직장이 아니다. 우리는 학업,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과 병행해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시간을 많이 들여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기사는 잘 다루지 않게 된다"며 이를 20대 독립 언론 기자가 겪는 아이러니라고 강조했다.

20대의 다양함을 심층 취재할 마음은 있는데, 상황이 안 따라준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20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20대 언론의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기성세대의 프레임 벗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소리 내야"

토론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황수연(26), 최효훈(23), 김필준(26), 이해찬(21), 이유진(25)
▲ 사진2 토론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황수연(26), 최효훈(23), 김필준(26), 이해찬(21), 이유진(25)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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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 이유진(25) 에디터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3 사진 오른쪽 이유진(25) 에디터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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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 토론자로 참석한 20대 전문 웹진 <트웬티스 타임라인> 이유진(25, 여) 에디터는 20대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기성세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20대의 모습은 기성세대가 20대에게 씌워준 프레임이다. 프레임을 벗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런 색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20대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쉽게 보면, 달관 세대, 3포 세대, 88만 원 세대 등 청년 세대를 일컫는 단어들은 기성세대가 청춘 세대에게 씌운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에디터는 "물론 기성세대는 타자의 시선으로 청년을 보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라면서도 "20대를 한 덩어리로 정의하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효훈 기자는 기성 언론이 기성세대의 프레임 안에 청춘을 모두 가두고 있다며 "'20대의 의견' 혹은 '20대의 실상'을 이야기할 때, 기성 언론에서는 '인서울' 4년제를 다니는 대학생만 보인다"면서 "지방대나 전문대 다니는 대학생이나 대학생이 아닌 사람은 '20대 의견', '20대 생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최 기자는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너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20대도 아니고, 너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청년도 아니고, 너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청춘도 아니야'라고 규정짓는 행위와 같다"면서 "누군가는 '20대는 이런 거지', '청춘은 이래야지' 라고 규정짓는 것을 계속 거부해야 20대의 다양성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기성 언론은 청춘을 기성세대 프레임 속에 가두고 다양성을 무시해왔고, 하나의 현상이 생기면 그것을 청춘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비춰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 언론의 기사를 본 청춘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토론자 황수연(26, 여) <고함20> 기자는 "기존 언론이 쓰는 청년에 대한 글을 보고 우리가 공감하나? 그렇지 않다.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물음표만 많아진다"며 "그런 글을 봤을 때, 20대가 왜 찝찝함을 느끼는지를 알아내고 탐구하는 게 20대 언론이 가진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20대 언론 살아남으려면, 어찌 됐든 '차별성' 필요하다

최효훈 <고함20>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최효훈 <고함20>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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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고함20>, <트웬티스 타임라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20대 독립 언론은 후원이나 광고로 운용되고 있어서, 꾸준한 독자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성 언론과 차별성 있는 기사를 써낼 수 있어야만 한다. 기성 언론과 똑같은 말을 한다면 굳이 찾아 읽을 이유가 없다. 좀 덜 심층적이어도, 색다른 기사가 많으면 독자들이 실제로 꾸준히 찾는다.

토론자로 있던 이해찬(21, 남) <트웬티스 타임라인> 에디터는 "결국 내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와 연결될 거라 믿는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20대는 계속 있을 것이다. 그들을 담아낼 매체는 늘 필요하다"라며 여전히 '당사자성'을 통해 20대 언론만의 차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효훈 기자는 언론사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보지만, 그 과정에서 20대 언론만의 색깔이 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언론사로서 생존하려면 규모가 커져야 한다. 그래야 광고가 들어온다. 근데 규모가 커지면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서로 의견 충돌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템 회의 때 싸우지 않으려고 좋게좋게 넘어가는 쪽으로 가고, 그럼 무난한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20대 언론이라는 차별성을 갈수록 잃을 위험이 있다. 나은 환경을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는 있지만, 차별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결국엔 '당사자성'이 정답이다

토론이 끝나고 어쿠스틱 팝 밴드 ‘메이앤줄라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사진4 토론이 끝나고 어쿠스틱 팝 밴드 ‘메이앤줄라이' 공연을 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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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대 언론이 20대 언론으로서 남기 위해서 잘 보존해야 할 가치는 '당사자성'이다. 20대가 아니면 담아내지 못하는 20대의 모습은 분명 존재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기성 언론보다는 20대 언론이 강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최효훈 기자는 20대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소개하지 못하는 한계를 팀 동료들과 회의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 기자는 "사실 <고함20>이 전국에 있는 다양한 20대를 다루고 있느냐? 그건 장담할 수 없을 거 같다"면서도 "우리는 팀 회의를 통해 '이런 시각을 곁들이면 어떨까?', '이건 좀 위험한 생각인 것 같다', '이런 20대를 다뤄보는 건 어떨까?'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당사자성을 메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기획한 <고함20> 강지원(23, 여) 대표는 "우리 모두 청년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담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각 매체에서 청년 문제를 열심히 다루는 20대 언론인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면 좀 더 높은 차원의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오늘 이 자리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 대표는 "구체적인 방안을 바로 제시하지는 못해도 오늘 이 자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XXX하자' 20대 독립 언론 라운드테이블 홍보 포스터
▲ 사진1 '우린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XXX하자' 20대 독립 언론 라운드테이블 홍보 포스터
ⓒ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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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고함20, #20대 언론, #트웬티스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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