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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나비' 서포터즈들이 29일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평화 나비' 서포터즈들이 29일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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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 1억인 서명운동 중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29일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걷고 싶은 거리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을 부탁하는 대학생 19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희는 1만5000분을 목표로 서명을 받아, 8월 12일에 일본대사관에 서명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입니다."

오는 8월 12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 중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이자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8월 14일이 있는 주의 수요일이다. 이날을 전후로 세계 각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노란 티셔츠를 맞춰 입고 서명을 받는 학생들은 '평화 나비' 서포터즈(정식명칭 :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FESTA 서포터즈)였다. 평화 나비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이화 나비'를 시작으로 전국에 뜻이 맞는 대학생들이 함께하면서 지난해 3월 발족한 대학생 연합동아리다.

평화 나비는 오는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있을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행사를 맞아 지난 7월 서포터즈 200명을 모집했다. 서포터즈들은 지난 7월 10일 첫 모임을 한 후 팀별로 요일을 정해 제주·경기를 비롯해 전국 8개 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운동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

'푹푹 찌는' 더위 속,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한다"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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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마포구 날씨는 28℃가 넘어갔고, 습도는 84%였다. 말 그대로 '푹푹 찌는' 더위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온몸을 적셨다. '평화 나비' 학생들은 흐르는 땀을 보충하려는 듯 거푸 생수를 들이켰다. 손에 든 피켓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서명운동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평화 나비' 학생들은 인원을 반씩 나눠 서명운동을 펼쳤다. 절반은 서명을 받기 위해 마련한 임시 가판대에서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홍대 일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학생들은 서명운동을 하는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며 시민들에게 "서명하세요"라고 외쳤고, 피켓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동시에 가판대에서는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행사 자금 마련을 위한 팔찌를 3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날 청일점이었던 김한재(21)씨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시민들에게 인쇄물을 나눠줬고 외국인에게도 영어로 말을 붙여 가면서 서명운동 동참을 독려했다. 그는 "덥고 힘들지만 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라며 "위안부 문제는 7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행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그래서 우리 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쇄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평화 나비 서명운동 홍대팀의 팀장을 맡고 있던 문수빈(21)씨는 "작년에도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일본대사관에 전달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이런 활동을 함으로써 주변 친구들이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고, 인식이 바뀌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일본 정부 잘못인 걸 알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온 김경민(25, 왼쪽)씨와 에드먼드 포츠(24, 오른쪽)씨가 위안부 피해자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온 김경민(25, 왼쪽)씨와 에드먼드 포츠(24, 오른쪽)씨가 위안부 피해자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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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던 시민들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14살 여중생들부터 세 딸과 함께 서명하는 아버지, 영국에서 여행 온 교포와 그의 남자친구 그리고 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서명했고,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홍대에서만 534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홍대 부근을 구경하러 왔다는 여중생 김두나(14) 학생과 권현선(14) 학생은 "위안부 문제를 잘은 모르지만, 할머니분들께 힘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서명하게 됐다"라며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 동참 소감을 밝혔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한국인 김경민(25)씨는 고등학교 졸업 논문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고 했다. 그녀는 "일본을 뭉텅이로 봐서는 안 된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모금 운동을 하는 개개인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라면도 "일본 정부에 분명한 잘못이 있다, 하루빨리 (일본 정부의) 사죄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녀의 남자친구 에드먼드 포츠(24)씨는 "여자친구에게 듣고, 뉴스를 봐서 위안부 문제를 안다"라며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일본 정부가 잘못했다는 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쟁 가능한 나라 일본... "올해는 꼭 위안부 문제 해결해야"

길을 걷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을 하고 있다.
 길을 걷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서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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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관련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위안부 문제는 3억 엔(약 28억 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공분을 샀고, 일제 강점기 때 근로정신대 동원에 앞장섰던 미쓰비시는 지난 27일 한국인 강제노역은 합법적인 동원령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별다른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 나비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지난 6월 25일부터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고,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평화 나비 서울대표 박은혜씨는 "최근 들어 아베 총리의 3억 엔 발언, 미쓰비시의 망언 등이 쏟아지고,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고 있다"라면서 "이 때문에 꼭 올해야 말로 위안부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해여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책임이 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면서 "평화 나비는 이땅에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활동하겠다, 그때까지 장기적으로 보고 1억 명 서명을 모으겠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서명운동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최은혜(22)씨는 "할머니 분들께 도움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뿌듯하다"라면서 "그냥 지나가는 분도 있지만 서명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우리와 생각을 함께하는 것을 확인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평화 나비는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6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문수빈 팀장은 "8월 12일까지 계획했던 1만5000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올해 들어 7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다. 현재 국내외 포함 48명이 생존한 상태다.

덧붙이는 글 | 박현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평화나비,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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