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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1일 새벽,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의 아내가 투신자살을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대량해고에 의한 비극적인 죽음의 첫 시작이었다. 그 이후 쌍용차 해고와 관련되어 총 스물여덟 명이 세상을 떠났다.

쌍용차 매각은 전형적인 회계조작에 의한 먹튀가 빚어낸 비극이다. IMF 직후 외환은행이 헐값에 론스타에 매각된 것과 유사한 경로로 쌍용자동차도 상하이차의 먹튀 자본이 인수해 기술만 빼먹고 인도의 마힌드라 자본에 재매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09년 '참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는 정부 관료가 개입돼 투기 자본에 매각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쌍용차 매각은 론스타 사태와 비슷하다. 정부관료 주도로 투기자본에 매각됐다. 자본의 유형은 다르지만, 인수사가 기업의 부실만 키우고 기업의 핵심을 빼간 것이다. 매각주도사도 론스타와 같다."

이시백 장편소설
▲ 검은머리 외국인 이시백 장편소설
ⓒ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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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백 장편소설 <검은머리 외국인>은  금융마피아와 금융 관료가 손잡고 국내 자본을 외국 인수 금융권에 투자해 수익을 챙긴 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론스타와 쌍용차 사태와 유사하지만 작가는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건전한 까멜리아 은행을 외국에 매각하면서 금감원은 동일 계열 카드사인 까멜리아 카드를 합병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외국계 기업 '유니온 페어'를 내세워 알짜배기 은행만 헐값에 되사들여 경영권과 이익을 손에 쥐려던 까멜리아 은행의 노앙(한국인)은 금융 관료와 결탁해 주가 조작을 한다. 그 결과 멀쩡한 카드사는 부실기업이 되고, 유니온 페어는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절반이 넘는 지분을 손에 쥔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어요. 감자설을 흘리고 경영 지원을 무 자르듯 뚝 끊어서 까멜리아 카드를 더 부실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니 카드 주가가 폭락할 수밖에요. 결국, 유니온 페어는 싼값으로 까멜리아 주식을 사들이고 51%를 훨씬 넘기는 지분을 손에 넣게 되지요."

"아니. 어차피 자기 것이 될 회사라면 어떻게든 살리려 애쓰는 게 상식인데 일부러 경영을 악화시키고 루머를 퍼트려 주가를 폭락시키다니"

"사모펀드에 경영이 무슨 문제야? 어떻게든 싸게 사서 먹고 튀는 게 우선이지."
                                                                 -<검은머리 외국인>에서

관권과 모피아가 결탁해 멀쩡한 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만들고, 매각될 은행에서 돈을 빌려 매입할 외국계 은행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매국'을 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것, 불법 회계조작으로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 먹튀자본에 쌍용자동차를 매각한 것이 그 증거다.

"그저 담배만 피우며 하루하루 돈벌이에 급급하던 까멜리아 국민들은 뒤늦게나마 유니온 페어의 먹튀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긴 돈을 지키라고 임명한 금융 관료들이 외국의 투기 자본과 손을 맞잡고 은행을 헐값에 팔아먹은 거로도 모자라, 유니온 페어가 까멜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행각이었다. 전통적으로 검은 머리에 대해서 무한한 긍지를 지니고 있던 까멜리아 사람들에게 머리는 검으면서도 노랑머리에게 붙어 제 나라 은행을 팔아먹은 것에 치를 떨었다." -<검은머리 외국인>에서

다행히 소설에서는 범죄가 백일하게 드러나 처벌을 받게 되는 명쾌한 결말을 맞이한다.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부딪힌 정부가 '검은머리 외국인'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금융사나 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기술만 빼내는 '먹튀'는 계속되고 있다. 불법 회계조작임이 드러났어도 먹튀 자본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려 투쟁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상하이차의 먹튀와 사측의 불법회계조작에 의해 '부당해고' 당했다고 말한다. 어느덧 그 투쟁은 7년 째다. 관료와 국가가 자본가와 결탁해 자본가의 이익만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진짜 경제 활동의 주체인 노동자들 편에 서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검은 머리 외국인/ 이시백 장편소설/ 레디앙/ 1만 4000원



검은 머리 외국인

이시백 지음, 레디앙(2015)


태그:#이시벡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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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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