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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새로운 인물은 헬라철학의 양대 산맥, 에피쿠로스와 함께 헬라철학을 대표하는 스토아학파의 설립자 제논입니다. 원래 에피쿠로스는 정신적 쾌락을 말하면서 약간 밀교형식으로 빠집니다.

그러나 제논의 철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토아철학에서 스토아(stoa)의 뜻은 '원래 전방을 기둥으로, 후방을 벽으로 둘러싼 고대 그리스 여러 도시에 있어서의 일종의 공공건축을 의미'입니다. 즉, 대중적인 철학이라는 것이지요.

스토아학파를 따르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3기로 구분되어 기원전 3세기를 '전기 스토아' 시기(제논, 클레안테스, 크리시포스), 기원전 2~1세기를 '중기스토아' 시기(파나이티오스, 포세이도니오스), 기원후 1~2세기를 '후기 스토아' 시기(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고 부릅니다.

스토아학파는 너무나 많아서 다 할 수는 없고 창립자 제논만 하겠습니다. 제논은 기원전 335년에 퀴프로스에 있는 키티온에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상이었고 제논도 아버지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무역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원전 300년부터 제논은 아테네에 있는 스토아(주랑이라고도 합니다)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철학적 논의에 종사하기 시작합니다. 정리해 보면 그리스 변두리에서 태어나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리스로 와서 철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하네요.

원래 제논은 견유학파 철학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견유학파는 키니코스학파라고 하기도 하는데 자연과 일치된,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학파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오니게스가 있죠. 그는 신기한 일들을 많이 합니다. 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자위를 하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에게 '무엇을 해줄까?' 물어보자 그는 '햇빛이나 가리지마'라고 했는데 알렉산드로스가 '내가 왕이 아니라면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죠.

다시 돌아와 제논은 견유학파의 영향력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는 변증가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며, 플라톤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생각을 이어받아 제논만의 독특한 철학을 만들었고, 그로인해 개방적인 스토아철학의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제논은 당시 반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역설을 내놓아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역설 때문에 그는 얼마나 인기가 없었는지 왕에게까지 미움을 받아 무참히 처형되고 말았습니다. 처형 당시 그는 형장에서 마지막으로 왕에게 직접 전해야 할 중대한 비밀이 있다며 왕에게 가까이 가 왕의 귀를 물어뜯었답니다.

왕을 호위하고 있던 병사의 칼로 목이 잘려진 뒤에도 그의 목이 왕의 귀를 물고 있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집념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그 때가 기원전 262년이었습니다. 시대를 보면 제논도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헬라시대 사람이었고 전쟁과는 뗄 수 없던 사람인 것은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애는 이정도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사상은 무엇일까요? 일단 제논의 역설부터 시작해 보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먼저 상상해 보세요. 그림을 그려보셔도 좋아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합니다. 토끼가 결승선에 절반을 갔을 때 거북이가 토끼의 절반을 가는 것입니다. 토끼가 결승전까지 남은 거리의 반을 간다면, 거북이도 똑같이 자신이 남은 거리에 반을 가는 것이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는 토끼가 가다가 잠을 자면 거북이가 토끼를 제치고 이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논의 역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반씩 줄어든다면 결국은 잡지 못한다는 것이 제논의 역설입니다.

간단하죠? 그렇다고 제논이 말장난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역설인데 이 역설로 목숨까지 잃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제논이 영향을 받았던 견유학파는 소크라테스와 비슷한 노선입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기본명제인 '지식과 좋음은 함께 간다'는 것으로 철학을 사유합니다.

다시 말하면 좋은 사람은 지혜롭고 나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반드시 지식에서 옳은 행위가 나오고 최고로 나쁜 것은 영혼의 나쁜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제논의 기본 목표는 실천적 목적이었으며, 사람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가 몸소 보여주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토아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철학을 사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논은 또한 언어 이론에 대한 일반적 관심과 논리적 재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로고스'에서 시작합니다. 로고스를 처음 말한 사람은 헤라클레이토스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지금은 '로고스'를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고, '말씀'이라고 번역하지만 제논이 살았던 시대에서 로고스는 굉장히 흔히 사용하는 단어라고 보입니다. 문제는 로고스의 해석이 '말씀'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지요.

로고스의 뜻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말씀', 언어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세상이 돌아가게 해주는 간단히 생각하시면 동양철학의 '도'같은 존재가 로고스입니다. 제논은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도'같은 로고스가 나타나는 것이 '말씀'이라는 로고스인데 이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제논은 견유학파의 영향도 받았고 로고스 해석의 영향도 받았고 플라톤의 영향도 받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도 역시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제논도 궁극적으로 행복하자고 말합니다. 그 행복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에서 돌고 있는 로고스를 이해하고 또한 그 로고스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그렇게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제논은 주장합니다.

또한 제논은 에피쿠로스처럼 폐쇄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입하여 사회를 좋은 행복한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것은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를 이 땅에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스토아학파의 설립자 제논의 사상을 단어로 정리해 보려합니다. 전쟁, 역설, 행복, 로고스, 이데아입니다.

그럼 한주동안 건강하시고 다음시간에 다른 철학자로 찾아뵙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팟캐스트, 팟빵에서 방송하는 '철학인물사'를 기사로 만든 것입니다.



태그:#팟캐스트, #팟빵, #철학, #인물, #제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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