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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오일장 경춘선 마석역에서 열리는 3, 8 오일장이다. ⓒ 김민수
지난 28일 마석오일장(3, 8오일장)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았다. 메르스와 가뭄의 여파로 한동안 오일장마다 손님이 줄어 썰렁했기 때문이다.

마석오일장은 마석역(경기도 남양주시) 주변에서 열린다.

나에게 마석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길목이었다. 경춘가도를 타고 동해바다를 향해 가는 길, 마치터널을 넘어 마석에 이르면 이제 곧 경기도가 끝나고 강원도가 시작되겠거니 했던 길이다.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에는 이제 곧 서울에 입성할 것이라는 표지 정도였다.
마석오일장 채소를 다듬어 파는 아주머니들, 이젠 손수 가꾼 것들을 가져와 팔기보다는 떼어다가 판매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 김민수
대학 시절 천마산을 오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마석에 온 일, 친구 부모님이 마석으로 이사를 하여 인사를 드리러 온 일 외에 마석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마석 모란공원묘지, 마석가구단지 등을 통해서 몇몇 열사들의 묘지와 외국인 노동자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휴가철에 동해로 가려면 경춘가도를 이용해야먄 했던 시절, 마치터널을 넘으면 차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옥수수나 뻥튀기를 파는 분들도 많았다.

마석에는 운전자들을 위한 변변한 휴게소도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마석과 그리 멀지않은 화도휴게소에서 한숨 돌리고 가평이나 춘천 혹은 동해로 갔다. 마석은 또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곳이었다.
마석오일장 할머니의 거친 손이 안쓰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주름진 손, 거친 손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손이 아닐까 싶다. ⓒ 김민수
그래서일까? 잘 알지 못해도 그리 모르는 것 같지도 않은, 그렇다고 아는 것도 별반 없는 그런 관계, 그것이 마석과 나의 관계인 듯하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은 마석오일장, 오일장은 근래에 만났던 장 중에서는 가장 활기가 넘쳤다. 규모도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해 보였다. 가뭄이 끝났기도 했고, 요즘이 채소나 과일이 많은 시절이라 그런지 장에 나온 채소와 과일은 더 싱싱해 보였다.

할머니는 고구마순, 깻잎, 부추, 강낭콩을 가지고 나오셨다. 오일장에서도 쉬지 않고 고구마순을 까고 계신다. 그것이 할머니에게는 "물건 사시소!"하는 소리다. 종일 구부리고 앉아서 일하는 데는 이력이 나신 듯하다.
마석오일장 물건을 하나 파는 것도 물건을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오일장은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맛도 좋다. ⓒ 김민수
마석오일장 제철 채소와 과일들과 지역 특산물이 풍성한 오일장이었다. ⓒ 김민수
물건들은 넘쳐났고, 넘쳐난 만큼 물건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건 하나 파는 것도,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복숭아의 빛깔에 반해서 복숭아를 샀고, 아내는 깻잎과 포도를 샀다. 마침 시장기가 돌아 어묵을 하나 사서 나눠먹고 천천히 시장을 돌아본다.

배가 약간 고프니 이것저것 사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다. 시장에 갈 때에는 배부르게 먹고 가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충동구매 욕구를 억누른다.
마석오일장 구제가방을 파는 가게, 남이 쓰던 물건을 누가 살까 싶지만,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 김민수
마석오일장 모자를 파는 가게에 있던 마네킹 미녀들, 모자 하나 골라잡아 5천 원이다. ⓒ 김민수
오일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약간의 촌스러움이 촌스럽게 여겨지지 않고, 약간의 저렴함이 싸구려로 느껴지지 않고, 조금 오래된 것이 낡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제품들도 오일장에서 만나면 뭔가 꼭 필요한 이들이 있을 것 같고, 짝퉁 메이커가 달린 옷들은 편한 작업복으로 딱 좋다. 가격도 착하다.
마석오일장 오일장에서 종종 만나는 초상화 그림을 그려주는 분들, 이번 장날에 사진을 맡기거나 찍고 가면 다음 장날에 찾을 수 있다. ⓒ 김민수
오일장에서 종종 만나는 풍경이다. 영정 그림, 사진만 가지고 오면 다음 장날까지 그려온다. 옛날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정 사진도 미리 찍어서 벽에 걸어두었고, 그것조차도 없이 돌아가시면 작은 증명 사진을 확대해서 영정 사진을 만들거나 속성으로 영정 사진을 그려서 사용했던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지. 어쩌면 저렇게 쏙 빼닮게 그릴꼬?"
"아제가 그리요?"

맨 위의 사진 배열이 재미있다. 김구 선생, 이승만 초대 대통령,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몇몇 대통령은 없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다. 그림 속에 없는 인물들은 왜 그려지지 않았을까?
마석오일장 토마토, 옥수수, 복숭아, 노각, 가지, 감자... 제철 채소와 과일이 즐비하다. ⓒ 김민수
마석오일장 나에게 있어서 오일장의 주인공은 변변한 좌판 하나 펼치지 못하고 소쿠리나 박스 몇 개 펼치고 장사하시는 분들이다. ⓒ 김민수
오랜만에 나름 풍성한 오일장을 경험했다.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오일장을 찾아와 북적여주면 좋겠지만, 근래에 다녔던 오일장에 비하면 활기가 넘쳤다. 오일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아쉬운 것이 있다.

좌판을 펼친 할머니들이 가져오신 채소들이 직접 가꾼 것보다는 도매상에게 떼어온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젠 채소를 가꿀 여력도 없으신 것이다. 그러니 집에서 먹을 것만 간단하게 텃밭에 심고, 오일장에 내다 팔 것들은 떼다 파는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들이 얼마나 순박하신지, "할머니가 키우셨어요?"하면 "예!"하면 그만일 듯한데, 아니면 아니라고 하신다.

"요즘은 떼다 파는 할머니들이 더 많아요. 농사 못 져. 힘들어."

오일장의 할머니들은 영악하지도 못하다. 그저 억척스럽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왜 그들이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7월 28일 다녀왔습니다.

태그:#마석오일장, #오일장, #경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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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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