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민 보행권 확보" VS "정치적 목적, 횡단보도 더 위험"

부평역광장 입구 4거리와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3거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시민 보행권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횡단보도 설치가 부각하자, 부평역 일대 지하상가 또한 반대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부평역 일대 횡단보도 설치는 민선4기부터 시작된 화두다. 부평문화의거리상인회와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 설치를 두고 수년째 갈등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쪽에서 횡단보도 설치를 적극 주장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새누리당과 보수성향의 국민운동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유제홍 인천시의회 의원(부평2)과 한국자유총연맹 부평구지부, 문화의거리상인회, 장애인단체 등은 "부평역 일대에 황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은, 지하상가와 지상점포 상인 간의 상권 싸움이 아니라, 교통약자의 보행권과 시민들의 보행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평역 일대 지하상가연합회 쪽은 "보행권 확보라고 말하지만, 말이 바뀌었다. 처음엔 안 그랬다. 사실상 상인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순수한 횡단보도 설치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업이다. 아울러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무단횡단에 따라 보행자가 더 위험하다. 오히려 지하가 더 안전하다"고 반대했다.

갈등이 지속되자, 부평구는 지난 14일 부평역 일대 지하상가연합회와 문화의거리상인회 관계자, 지방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인천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와 인천시 광역교통정책관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참석했으나,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부평역사에서 내려다 본 부평역 일대 사진. 사진 왼쪽 아래 4거리가 부평역 광장 입구 4거리다. 부평역부터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3거리까지 도로 지하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지하상가가 펼쳐져 있다.
▲ 부평역 입구 부평역사에서 내려다 본 부평역 일대 사진. 사진 왼쪽 아래 4거리가 부평역 광장 입구 4거리다. 부평역부터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3거리까지 도로 지하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지하상가가 펼쳐져 있다.
ⓒ <사진출처ㆍ부평구>

관련사진보기


지하상가, "유 의원 허위사실 유포, 고발 대응"

부평역 일대 횡단보도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가 지난 23일 오전 시청에서 유제홍 시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는 "14일 부평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와 인천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유제홍 의원은 부평역 지하상가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유 의원을 고발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태손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이사장은 "유 의원은 간담회 때 '지하상가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지하상가가 메르스의 온상인 것처럼 호도했다. 유 의원은 또 예결위에서도 시 건설교통국장에게 '메르스 환자가 한 번 지나가면 지하상가를 폐쇄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유 의원은 3만 지하상가 상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또, "유 의원은 부평역 일대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사업과 관련해 문화의거리상인회 쪽과는 간담회를 세 차례나 진행했다. 반면, 지하상가 상인들과는 단 한 차례의 간담회도 진행하지 않았다. 엄연히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의견만 듣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가 기자회견을 한 날 오후 유 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우리는 지하상가 상인들이 사회적 약자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것을 보고 살아왔다. 이제는 시민들에게 선택적 보행의 자유를 부여해 시민의 권리에 부합하는 행정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현대 사회는 공존의 사회다. 갑과 을이 나눠지는 사회가 아니라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 상생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할 숙제가 있다. 여러분의 협조와 이해가 장애인, 노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하상가 상인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횡단보도 방치는 보행권과 시민건강권 방치"

시민 보행권과 더불어 건강권 확보를 위해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게 유 의원의 의견이다.

유 의원은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왔을 때 시민들이 지하로만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부평역은 인천 최대의 환승역이다.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다닐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횡단보도가 없다. 시민들이 선택적 보행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진국에서는 횡단보도를 설치한 다음에 필요에 따라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 그런데 여긴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시민건강권과 보행권을 모두 방치하는 것이고, 설치하는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의거리상인회는 횡단보도 설치가 보행권을 확보하는 일이자 부평 전체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일이라고 했다.

오석준 문화의거리상인회 회장은 "횡단보도 외에도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과 주말 차 없는 거리 운영으로 부평 특성에 맞는 거리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 올 수도 있고,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네스북에 오른 지하상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지하상가와 문화의거리, 부평전통시장을 한 권역으로 묶어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부평역부터 부평시장까지를 벨트화해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단초가 횡단보도다. 이젠 전체 상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횡단보도는 상권 싸움이 아니라, 부평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지하보도 있는데 횡단보도 설치는 난센스"

그러나 지하상가 쪽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노태손 이사장은 "통행에 불편이 없으면 된다. 지하보도도 횡단보도인데 (지상에) 횡단보도를 추가하는 것은 난센스다. 게다가 보행 취약지역에 엘리베이터 등 대체시설을 확충했고, 7월에 또 증설하는 용역을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부평지하상가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문화 관광형 시장'에 선정됐다. 이 사업에는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이 포함돼있다.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횡단보도 설치라는) 충격을 주면 유능한 상인들이 떠나기 마련이다. 횡단보도는 상권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다. 지상 상권에서 지하 상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노 이사장은 또, "통계를 보면 (지상)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많았던 만큼, 횡단보도가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횡단보도가 더 편리하다고 하면 몰라도 안전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지하보도가 더 안전하다"고 한 뒤 "지하상가도 보행약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생존이 걸린 상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0년 10월 27일 대법원(98두 8964)은 '횡단보도가 설치된 도로 인근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자에게 횡단보도의 설치에 관해 특정한 권리나 법령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부여돼있다고 말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를 토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횡단보도 설치가) 횡단보도와 지하도 간 거리 제한 규정에 위배되고 지하상가 상권과 관련돼있어 현실적으로 횡단보도 설치가 어렵다는 것 모두 (장애인) 차별행위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인천지방경찰청에 동인천역지하상가와 석바위지하상가 지상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인천지방경찰청은 올해 5월 동인천역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석바위지하상가의 경우는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대화와 타협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역, #부평문화의거리, #횡단보도, #국가인권위원회, #부평지하상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