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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작년 7월 23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전략'보고회에서 '초·중등 SW교육 활성화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 7월 21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개혁과제인 '창조경제 핵심성과 창출'을 앞당기기 위한 'SW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IT교육 열풍

소프트웨어 열풍은 비단 한국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K-12(초·중·고등학교에 해당)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확산을 위해 2011년에 컴퓨터 교육과정을 개편했고, 한국과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1,2위를 다투는 핀란드도 2016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크래치(Scratch)는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개발한 아동용 코딩교육 프로그램이다.
▲ 스크래치(Scratch) 스크래치(Scratch)는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개발한 아동용 코딩교육 프로그램이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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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IT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는 반쪽짜리 정답이다. UN이 발표한 국제정보화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온라인참여지수, 온라인 활용지수 등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준비지수(12위), 국가경쟁력지수(18위, 기술준비도부문), 디지털경제지수(13위)등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은 단순 인터넷 사용률과 접근성 등 '단순한 활용'에는 뛰어나지만, IT를 이용한 기술과 그를 통한 산업 성장 등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육부는 한국의 IT교육 실태를 보고하며 수년간 컴퓨터 교육이 축소되어왔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교육과정 상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교과를 의무에서 선택으로 바꾸는 등의 정책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컴퓨터 교육에 대한 수요의 감소로 정보교사 임용도 줄어들어 현재는 전국에 컴퓨터 교육과가 남아있는 대학은 7개 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소프트웨어교육은 산업계의 일방적 요구를 여과 없이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라며 교육적 당위성이 없음을 이야기하며, 이는 경제발전 등 비교육적 논리에 따라 이후 타 교과들도 임의로 신설, 필수화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교사수급, 학업부담, 사교육... 넘어야 할 산 많아

교육부는 2018년까지 중학교에 '정보'과목을 필수교과로 지정하고 1년에 34시간의 수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의 중학교는 3186개이지만 '정보' 교사는 933명이다. 정부의 말대로 2018년에 모든 중학교에서 35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육부는 교사 수급의 방법으로 기존교사에 대한 연수를 제시하고, 보조인력으로 대학생과 퇴직자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단기간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한 초등학교 실과 수업에서 IT가 차지하는 시간이 12시간에서 17시간으로 증가하고, 중학교의 경우 새로이 35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새로 받아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학업부담을 가중시키고, 소프트웨어 사교육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의무화는 관련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의무화는 관련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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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장기적인 비전 수립

한국의 교육정책은 매우 급변해왔다. 심한 경우 교육과정이 1, 2년마다 바뀌는 등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 정권의 핵심과제라는 이유로 추진된 정책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 사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폐기되버린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었던 NEAT(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는 예산의 낭비와 교육적 혼선만을 남긴 대표적인 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별다른 자원이 없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산업 분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적 교사양성과 탄탄한 교육과정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사회에 더 많은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IT강국 인도의 경우 CMC(Computer Masti Curriculum)라는 체계화된 교육과정이 있다. 이는 2006년 처음 연구가 시작되어, 4년여의 개발과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교육과정에 도입되었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는 100개가 넘고, 온라인으로 배포된 교과서는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었다.

소프트웨어 교육 진흥 정책이 정부의 '창조경제'를 위한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면, 정책을 당장에 시행하는 것 보다는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국민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보도자료>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소프트웨어 교육 청사진 나왔다!", (교육부, 2015년 7월 21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전략", (교육부, 2014년 7월23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공청회를 앞두고 2015 교육과정 전면개정을 반대하는 현장교사들의 기자회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014년 9월 12일)


<기사>
- MB 영어교육정책, 고교생'NEAT'사실상 폐지(http://news1.kr/articles/?1495668)


<학술자료>
- 미국 K-12 컴퓨터교육 개정교육과정의 시사점(김종우, 교육과학연구, 2013년)
- 인도의 초등학교 컴퓨터 교육에 대한 분석 및 시사점(신승기, 정보교육학회, 2014년)
- 초중고에서의 소프트웨어 교육강화에 따른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최숙영, 컴퓨터교육학회논문지, 2015)
- 중등 컴퓨터 교육과정의 운영 현황 분석(이옥화, 2006년)



태그:#교육,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교육, #IT,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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