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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 [당신에게, 실크도르 31]-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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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국경을 넘다

국경에서 짐 검사를 당했다. 여러 국경을 넘어봤지만 엑스레이 검사가 아닌 직접 짐을 풀어보긴 처음이다. '아침에 심혈을 기울여 싼 배낭인데...' 마음이 상했지만 꾹 참았다. 힘들게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다. 여기까지 와서 국경을 못 넘을 수는 없다.

가방을 풀기 시작하자 다들 남의 가방 구경에 신났다. 프라이버시 같은 건 없었다. 그러다 가방에서 책이 나오자 표정들이 심각해진다. 그러더니 묻는다. '이거 종교책이냐'고. 성경이 반입 금지된 나라다. 종교책이 아니라고 설명하자 이번에는 내 약상자를 뒤적인다. 소화제부터 지사제, 두통약, 우황청심환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약이 없냐'고 묻는다. 이게 끝나면 두통약이나 한 알 먹어야겠다.

그러더니 이번엔 '무기가 없냐'고 묻는다.

"무기? 나 무기 있어."

다들 눈이 동그래져 쳐다본다. 가방에서 접이식 부채를 꺼내들었다.

"중국영화 봤지? 내가 이거 날리면 다 죽는 거야."

부채를 날리는 시늉을 하자 다들 웃으며 쓰러지는 리액션을 한다. 그렇게 웃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마음이 단단히 상했다. 배낭이라는 게 풀기는 쉬워도 다시 싸기는 어려운 법이다.

다시 짐을 싸고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빠져나왔다. 국경주변의 풍경은 황량하다. 환전상조차 없다. 승합차 안에서 늘어져 있던 택시기사 두 명이 반색을 한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투르크메나밧까지는 1인당 5달러, 4명이 모이면 출발한다고 한다. 현재 시간 12시 30분,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허허벌판에서 기다리길 2시간 반. 아무도 안 나온다. 오늘 중으로 투르크메나밧으로 간 후, 최종 목적지 마리까지 가려면 이제 출발해야 한다.

파라브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 투르크메나밧 거리 파라브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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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근처 도시에서 만난 빵가게 여인들
▲ 투르크메나밧 사람들 국경근처 도시에서 만난 빵가게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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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마른 풍경을 쳐다보고 있는데 자꾸만 풍경이 흐려진다. 결국 속상한 마음을 못 참고 울기 시작했다. 택시기사 두 명이 당황해서 달래준다.

"무슨 일이야? 택시비가 비싸서 그래?"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해, 이제 출발해야지."

혼자 택시를 타면 4명 분인 20달러를 내야한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간절하게 국경에서 다른 여행자를 만나길 바랐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가기 힘든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단 비자 받기가 까다롭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초청장과 가이드고용이 필요한 관광비자는 포기하고, 5일짜리 경유비자를 받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정보 부족이다. 주로 먼저 다녀온 여행자들이 흘려주는 정보나 인터넷 게시판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주워듣는 식이다. 가이드북 정보도 신뢰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날 절망에 빠트린 것은 인터넷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나라에서 쉽게 심카드를 사서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쉽게 wifi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만은 예외였다. 인터넷마저 안 된다고 생각하자 정보부족에서 오는 두려움이 날 덮쳤다. 

유일한 희망은 함께 국경을 넘는 여행자를 만나는 거였다. 하지만 여행자는커녕, 두 시간 반 동안 국경을 넘는 사람조차 하나 없다. 이계(異界)에 나 혼자 떨어진 느낌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막막했던 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짧은 러시아어로 이런 설명을 할 수는 없고, 한다고 해도 이들이 알아나 들을까. 결국 훌쩍거리며 아무다리야 강을 건너 마리로 향했다.

파라브 국경에서 이 강을 건너서 투르크메나밧으로 간다
▲ 아무다리야강 파라브 국경에서 이 강을 건너서 투르크메나밧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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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대통령

카라쿰 사막을 지나 오후 7시, 마리에 도착했다. 마리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문제는 숙소다. 먼저 다녀온 여행자들에게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숙소 대부분이 지금은 외국인을 안 받고, 오직 비싼 호텔에서만 숙박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들었다. 실제로 가장 저렴하다고 소개 된 게스트하우스는 문을 닫았다. 몇 군데 호텔을 더 다녀봤지만 빈 방이 없거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겨우 프런트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아는 호텔을 구했다.

다음날, 물어물어 인터넷 카페에 갔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선 여권을 보여줘야 했다. 사실 급히 인터넷을 쓸 일은 없었다. 하지만 쓰고 싶었다. 인터넷에 접속하자 깊은 바다를 헤엄치다가 간신히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다. 외부세계와 소통이 되는구나. 막막하던 마음이 조금 놓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새로 지은 건물은 모두 이렇게 하얀색에 금빛 장식을 하고 있다
▲ 마리 지역 박물관 투르크메니스탄의 새로 지은 건물은 모두 이렇게 하얀색에 금빛 장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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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 와이파이는 아직 없다. 인터넷 사용을 위해선 여권을 보여줘야한다. 금액은 1시간에 2500원.
▲ 인터넷 카페 내부 마리에 와이파이는 아직 없다. 인터넷 사용을 위해선 여권을 보여줘야한다. 금액은 1시간에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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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투르크메니스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실크로드 유적지인 메르브와 꺼지지 않는 불길이 타오르는 것으로 유명한 다르바자 '지옥의 문'에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있었다.

세계 4위의 가스 매장량으로 '가스 위에 둥둥 떠 있는 나라'라고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 이 나라의 또 다른 별명은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다. 북한 못지 않은 폐쇄성과 독재자를 지니고 있어서다. 전 대통령 니야조프는 다양한 기행으로 본의 아니게 전 세계 사람에게 웃음을 줬다.

투르크메니스탄 방방곡곡에 자신의 금동상을 세워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신이 심장 수술을 받은 후 금연을 경고받자 모든 국민에게도 금연을 명한다거나, 립싱크를 싫어해서 모든 가수의 립싱크를 금지하고, TV속 남자 출연자의 화장도 금지하는 식이다. 대입시험, 졸업시험, 심지어 운전면허시험에도 자신이 쓴 책 <루흐마나(영혼의 책)>를 공부하게 했고, 의사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신 니야조프 충성서약을 낭송해야 했다.

수도 아슈하바트에 있는 전 대통령 니야조프의 금동상. 방방곡곡에 이런 동상이 세워져있다
▲ 대통령 금동상 수도 아슈하바트에 있는 전 대통령 니야조프의 금동상. 방방곡곡에 이런 동상이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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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무함메도프 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 우상화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인 듯하다. 문제는 현 대통령도 자신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기 시작했다.
▲ 마리 인근 마을에 세워진 대통령 금동상 베르디무함메도프 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 우상화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인 듯하다. 문제는 현 대통령도 자신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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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커스, 오페라, 발레 등도 자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했고, 수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엔 병원과 도서관도 폐쇄시켰다. 사막의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에 아이들이 스키를 배울 수 있는 초대형 얼음궁전을 지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수많은 일화 중 가장 나를 웃게 만든 것은 시적 감수성이 충만한 그가 매일 저녁 TV에 출연해 자신의 자작시를 낭송했다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헌법까지 고쳐가며 임기무제한의 종신대통령을 꿈꾸었던 니야조프 전대통령, 그러나 2006년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은 전날까지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자작시를 낭송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죽었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그가 죽지 않았으면 지금도 대통령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지금은 부총리였던 베르디무함메도프가 대통령이다. 베르디무함메도프는 전임 독재자의 개인숭배정책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 대통령 역시 얼마전 자신의 모습이 새겨진 6미터짜리 순금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건물이나 실내에는 늘 대통령 사진이 있다.
▲ 기차역에 걸린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 사진 건물이나 실내에는 늘 대통령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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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직업이 대통령인지 모델인진 헷갈릴 정도다. 대체 대통령들은 왜 직업체험을 좋아하는 것일까.
▲ 박물관 1층에 걸린 현 대통령 사진들 이쯤되면 직업이 대통령인지 모델인진 헷갈릴 정도다. 대체 대통령들은 왜 직업체험을 좋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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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의 특이한 어법이다. 그들은 말끝마다 "우리 대통령"을 붙였다. 예를 들면 마리와 아슈하바트를 이어주는 신형 기차를 설명하면서 "우리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 새 기차를 사주셨다" 는 식이다. "대통령이 사준 게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 아니냐?" 라고 물어봤지만, "그게 그거 아니냐?"는 대답이다.

수긍은 가지 않지만, 더는 그들이 곤란해 할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대통령이 '일을 하는 것'과 '일을 해주는 것'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에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또한 없다는 뜻일 거다. 실제로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의 자유' 연례 보고서를 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매년 북한, 시리아 등과 더불어 '자유 상황이 최악인 12개 국가, 혹은 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고귀한 도시 메르브

마리를 찾은 이유는 시내에서 30km 떨어진 메르브 유적 때문이었다. 메르브는 중요한 실크로드 유적의 하나다. 이곳은 기원전 3천 년 전부터 번성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인도와 중국을 이었던 중심축 역할을 했다. 페르시아제국, 알렉산더대왕, 쿠샨 왕조 등 다양한 지배자들을 거쳤다. 12세기경엔 인구 2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다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무너지고 만다.

메르브는 드넓은 부지에 다양한 연대의 유적이 모여있다. 수소문 끝에 마리 박물관 연구원인 무함마드를 소개받았다.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다는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데다, 유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이 가능했다. 단지 그의 문제점이라면 배가 고프다는 것. 때는 라마단 기간이었다. 독실한 무슬림인 그는 해가 떠 있을 동안은 물도 마시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몰래 마른 목을 축여야 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벨루지족이 기르고 있는 낙타들. 낙타와 접촉했지만 메르스에 걸리진 않았다.
▲ 메르브 유적지의 낙타 아프가니스탄 난민 벨루지족이 기르고 있는 낙타들. 낙타와 접촉했지만 메르스에 걸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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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보이는 유적은 키즈칼라다. 기원후 6세기에 지어져 600년 후인 셀주크 왕조 때도 사용을 했다는 건물이다. 15미터 높이의 독특한 주름이 잡힌 외벽이 인상적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인테리어다', '빗물의 배수시스템이다', '태양의 복사열 차단이다' 등의 다양한 학설이 있다.

까치발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2층과 돔형의 구조가 남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처녀의 성"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몽골군이 침략했을 때 40명의 처녀가 이곳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과거 하렘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여기서도 하렘은 우즈베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과를 던져 맞추는 형식이다.

스커트 주름같은 외벽으로 유명한 메르브의 대표적 유적
▲ 키즈칼라 스커트 주름같은 외벽으로 유명한 메르브의 대표적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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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모양이 꼭 핑거비스켓을 이어 붙여 놓은 것 같다
▲ 반대편에서 바라본 키즈칼라 주름모양이 꼭 핑거비스켓을 이어 붙여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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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기도해 준 남자 

셀주크투르크의 왕이었던 술탄산자르 영묘에서 무함마드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신이 났다. 술탄 산자르는 메르브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때의 왕이다. 젊은 왕은 어느 날 절세미녀를 만났다. 미녀는 왕에게 '자신의 발을 보지 말라', '머리를 빗을 때 훔쳐보지 말라', '만지지 말라'라는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운 후 결혼했다.

하지만 두 달 후 왕은 궁금증을 못 이겨 그녀의 발을 보았고,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머리를 빗을 때 머리를 떼서 무릎에 얹고 빗는 것을 보았고, 욕심에 못 이겨 그녀를 안았을 때는 그 몸에 뼈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아닌 천녀였던 것이다.

결국 천녀는 하늘로 돌아갔고, 술탄 산자르는 비탄에 빠져 천녀에게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애원했다. 결국 천녀는 매주 금요일에 비둘기로 변해서 그를 만나러 왔고, 지금도 술탄 산자르의 영묘 천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고 한다. 비둘기로 변한 천녀와 술탄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다. 무함마드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실제로 중앙 돔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바로 아래는 관이 안치되어 있었다.

젊은 왕과 천녀와의 로맨스가 깃들어 있는 건물이다
▲ 술탄 산자르 영묘 젊은 왕과 천녀와의 로맨스가 깃들어 있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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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돔의 중앙에는 작은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천녀와 왕이 만났다고 한다.
▲ 천녀가 드나들었다는 작은 구멍 건물의 돔의 중앙에는 작은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천녀와 왕이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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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브 유적을 떠나기 전 우리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두 동료가 묻혀있다는 무덤에 갔다. 이들은 이곳에 이슬람교를 가져온 선지자라고 한다. 이곳은 중요한 성지이기 때문에 그는 잠시 기도를 드리겠다고 했다. 그가 기도를 하는 동안 나는 천천히 돔형 건물과 내부의 관을 살펴보았다. 건물 내부에는 파란색과 하늘색의 타일장식이 있었고, 팔각형 별 안에는 이슬람을 뜻하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기도를 마친 무함마드는 비밀이야기를 하듯 내게 말했다.

"널 위해 기도했어."

만난 지 두 시간도 안 된 그가 날 위해 기도를 해주다니. 조금 감동해서 물어봤다.

"어떤 기도를 했어?"

머릿속에는 내가 바라는 것들이 떠올랐다

"응, 네가 어서 결혼을 해서 다음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이곳을 함께 찾길 바란다고 기도 했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중앙아시아에는 내 결혼을 자신들의 문제인양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1400년 전 가르침을 그대로 이으며 살아가고, 가족과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는 무슬림들의 특성이다. 내가 시큰둥해 하자 그는 답답해했다.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자신의 삶이 행복하며, 그의 행복은 종교와 결혼으로 완성되었다고 했다.

그날 밤, 그는 아슈하바트로 향하는 나를 배웅 왔다. 내 짐을 들어 기차 안에 실어주고, 내 자리까지 살펴봐준 후, 그는 말했다.

"우리는 다음에 다시 보게 될 거야.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너는 네 남편과 함께 있을 거라는 거지."

나는 그냥 알겠노라고 웃으며 그를 보냈다.

기차가 마리를 떠난다. 오늘 나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이었던 메르브, 그 길의 중심에 섰다. 먼 길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모였다가 다시 이란으로, 아프가니스탄으로, 인도로, 우즈베키스탄으로 흩어졌다. 메르브 방문으로 실크로드 여행은 절반을 완수했다.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투르크메니스탄에 온지 이제 겨우 이틀째이다. 앞으로 더 어떤 일이 있을까.

여행정보
- 투르크메니스탄 비자 받기
투르크메니스탄은 비자 받기가 까다로운 나라 중 하나다. 관광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성이 인정한 초청장이 필수다. 또한 수도를 제외한 지역은 가이드를 대동해야하며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5일짜리 경유비자다. 경유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출발국가와 도착국가의 비자가 있어야 한다. 투르크메니스탄 인접 국가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이다.

나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인근인 파라브(Parab) 국경에서 출발해서 이란 바즈기란(Bajgiran) 국경을 넘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히바로 향하는 다쉬오구즈(Dashoguz) 국경도 여행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루트다. 경유비자 발급의 경우 우즈베키스탄에서 신청하면 20일, 타지키스탄에서 신청하면 7일이 걸린다(2014년 기준).

*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신청시
1) 출발국가와 도착국가 비자 미리 받기 2) 두샨베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에서 자필 신청서 작성(10 Akhunbabaeva, Dushanbe, Tajikistan (+992) 372 242 660) 3) 일주일후 다시 가서 NBP(national Bank of Pakistan)에서 55달러 입금 후 입금증 제출 4)비자발급완료

덧붙이는 글 |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의 여행 중, 실크로드- 경주, 중국,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터키, 로마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동쪽과 서쪽을 잇는 실크로드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 진행형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노처녀의 한풀이이기도 합니다. 실크로드에서 건져낸 이야기를 점과 점으로 이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 또 하나의 실크로드가 그려졌으면 합니다.



태그:#실크로드,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메르브, #아슈하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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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여행작가. 저서 <당신에게 실크로드>, <남자찾아 산티아고>, 사진집 <다큐멘터리 新 실크로드 Ⅰ,Ⅱ> "달라도 괜찮아요. 서로의 마음만 이해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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