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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요메가시마의 슬픈 이야기

마츠에 시청
 마츠에 시청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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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떠난 버스는 사카이 수도 대교를 건너 시마네 반도로 들어선다. 길은 431번 도로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나카우미(中海) 호수가 펼쳐진다. 나카우미는 염호(鹽湖)로 시마네 현과 톳토리 현을 경계 짓는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쯤 마츠에(松江) 시청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마츠에 시내를 조망하기 위해 우리는 시청 옥상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간다.

다행히 구름이 걷혀 사방으로의 조망이 괜찮은 편이다. 시청 앞으로는 신지호(宍道湖)가 펼쳐져 있다. 신지호는 담수와 해수가 혼재하고 있다. 이를 기수(汽水: 염분 함유량 0.05-3.5%)라고 하는데, 그것은 신지호와 나카우미 호가 오하시가와(大橋川)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지호는 동서 17km 남북 6km고, 둘레가 47km다. 수심은 5m 정도로 배가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요메가시마 섬
 요메가시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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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은 오하시가와 쪽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하천에는 다리가 세 개나 놓여있다. 다리 좌우로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하천 남쪽으로 JR 마츠에 역이 있고, 북쪽으로 구니비키 멧세가 있다. 그리고 하천 너머 저 멀리 다이센(大山)이 구름에 가려 있다. 눈을 동남쪽으로 돌리면 NHK 마츠에 지국 건물이 보이고, 그 뒤로 시마네 현립 미술관이 보인다.

그리고 미술관 앞 신지호에는 요메가시마(嫁ヶ島) 섬이 떠 있다. 요메가시마의 석양은 신지호 십 경(十景)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섬에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시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한 며느리가 호수에 빠져 죽었고, 이를 불쌍히 여긴 수신(水神)이 며느리를 떠오르게 해 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츠에 시청에서 바라 본 마츠에성
 마츠에 시청에서 바라 본 마츠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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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북쪽으로 돌리면 마츠에 성이 보인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해 마츠에죠 천수각과 숲 사이로 옅은 안개가 흘러간다. 이곳이 마츠에 역사의 중심지 마츠에성이다. 마츠에 성은 우리의 다음 행선지다. 이곳 시청 전망대에는 의자도 놓여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신지코오하시(宍道湖大橋) 다리를 보고는 전망대를 내려온다.

그리고는 수에츠구(須衛都久) 공원을 지나 신지코오하시로 간다. 이 다리는 신지 호수가 오하시가와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한다. 다리에서는 마츠에 시청, 시마네 미술관, 요메가시마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시마네 현립 미술관은 '물과 조화를 이루는 도서관'을 표방하며 1999년 3월 개관했다. 에도시대 초기인 160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림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마츠에죠 이야기

호리오 요시하루
 호리오 요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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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에 시청을 나온 우리는 마츠에죠로 간다. 버스가 시마네 현청을 지나 오테마에(大手前) 주차장에 선다. 이곳이 마츠에 성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이곳에는 마츠에성을 세운 호리오 요시하루(堀尾吉晴)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 후인 1600년 이곳 이즈모(出雲)와 오키(隱岐) 지방의 번주로 도다(富田) 성에 부임했다.

그는 마츠에의 전략적 가치를 생각해서 성을 이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1607년 가메다(龜田)산에 성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5년만인 1611년 완성한다. 그러나 호리오 가문의 마츠에 지역 통치는 손자인 타다하루(忠晴)에서 끝나고, 교고쿠(京極) 가문을 거쳐 바로 마쓰다라(松平) 가문으로 이어진다. 1638년 마쓰다라 나오마사(直政)가 번주가 된 후 1871년 메이지 시대까지 10대를 이어 마츠에 지역을 통치한다.

마츠에성 천수각
 마츠에성 천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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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테몬(大手門)과 성루인 다이코야구라(大鼓櫓)를 지나면 왼쪽으로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이팝나무가 있다. 계단을 오르면 제 3문 터와 제 2문 터가 나온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마츠에 신사 앞에서 잠시 마츠에 성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마츠에성은 혼마루(本丸), 니노마루(二ノ丸), 덴슈카쿠(天守閣)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천수각만 남아 있다.

마츠에 성은 산과 호수를 끼고 있는 특별한 성이다. 현존하는 천수각은 에도시대 초기에 건설된 지하 1층 지상 5층의 복합식 망루형 건물이다. 그리고 내부에 우물이 있는 일본 유일한 천수각이다. 천수각은 면적(447.23㎡)으로는 2위, 높이(30m: 건물 22.43m + 석축 7.57m)로는 3위, 역사로는 4위에 매겨진 가치 있는 건물이다. 그 때문에 천수각은 193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천수각은 마츠에 성의 역사를 대변한다

마츠에성 천수각 치미
 마츠에성 천수각 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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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성은 메이지 시대 초기에 대부분 철거되었다. 그러나 마츠에 성 천수각은 이 지역 유지들 덕분에 살아남았을뿐더러,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현존하는 12개 천수각 중 하나가 되었다. 마츠에 성 천수각은 대여섯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아올렸다. 둘째 천수각 입구의 방어를 위해 망루를 덧붙였다. 셋째 벽을 하얀 흙벽보다는 검고 두꺼운 판자를 덧붙인 미늘판(漆黑)벽으로 만들었다. 넷째 아치형 창과 팔작지붕 형 박공판을 설치했다.

다섯 번째 치미를 나무로 만들었다. 치미는 건물의 지붕 용마루 양쪽에 설치하는 장식으로 암수 한 쌍으로 본다. 현재 지붕 위에 있는 것은 복제본이며, 원본은 천수각 내부 지하 1층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또한 그 유명한 우물을 볼 수 있다. 이 우물의 깊이는 24m나 된다고 한다. 여기서 오동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가면 1층에 이르게 된다. 폭이 1.6m 정도인 오동나무 계단은 5층까지 네 개가 있다.

에도시대 북
 에도시대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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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각 1층에는 마쓰다라 가문에서 사용하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갑옷, 투구, 마구, 활과 칼 같은 무기, 북, 악기, 그림, 생활용품 등 다양하다. 그중 북이 아주 인상적이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마츠에 성의 모습과 천수각의 모습을 모형으로 벌 수 했다. 그리고 마츠에 성을 건설한 성주 호리오 요시하루 부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볼 수 있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최상층인 5층으로 올라간다. 그곳은 사방으로의 조망이 가능한 망루로 창문이 아주 크게 나 있다. 남쪽으로의 조망이 가장 좋은데, 그것은 마츠에 시내와 신지호수가 보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면 동쪽으로 다이센도 보인다고 하는데, 운무로 인해 전혀 볼 수가 없다. 주변의 가까운 산만 보인다. 나는 아들과 함께 사진을 몇 장 더 찍고 천수각을 내려온다.

천수각에서 바라 본 신지호
 천수각에서 바라 본 신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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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도 중요한 유물을 하나라도 더 살펴보려고 한다. 내려오며 보니 천수각의 기둥이 좀 특이한 편이다. 큰 소나무 기둥 표면에 나무판자를 덧대고 쇳대를 박아 기둥을 보강했다. 그것은 하중을 견디는 힘을 늘리는 방법으로, 역학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2층에 사방으로 투석장치가 되어있다고 하는데 보질 못했다.

성 밖으로 만들어진 해자 이야기

마츠에성과 해자
 마츠에성과 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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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에 성은 방어를 위해 성 밖으로 해자를 설치했다. 이곳 마츠에 성도 신지호의 물을 끌어들여 인위적으로 호리카와(堀川)를 만들었다. 해자는 사방으로 한 바퀴를 도는데, 동서남북 각각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쪽이 요나고가와(米子川), 남쪽이 교바시가와(京橋川), 서쪽이 시주켄보리가와(四十間堀川), 북쪽이 기타다가와(北田川)다.

이곳 해자에는 열 개도 넘는 다리가 있어 성으로의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리를 건너 성안의 지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이 한창인 지금은 수국꽃이 많이 피어 있다. 그리고 봄에는 매화와 벚꽃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물과 꽃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마츠에 성을 조망하기 위해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러 간다. 마츠에 성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그림 같은 배, 그것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태그:#마츠에성, #신지호, #요메가시마, #천수각, #호리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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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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