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형부 윤아무개(77)씨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아무개(57)씨는 지난 2013년 5월 구속돼 현재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된 상태다. 구속 당시 황씨는 지난 2008년 통영아파트 청탁비리 사건으로 수배가 됐고, 윤씨에게 자신의 사건을 풀어 달라면서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윤씨의 구명 활동은 실패했고, 이후 황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황씨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윤씨에게) 돈을 돌려 받으라며 위임장을 써줬고, 이에 지인들은 윤씨를 수차례 찾아가기도 했다. 윤씨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에 진정을 넣기 위해 황씨가 자신의 측근인 회계사 조아무개씨를 통해 진정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윤씨의 금품수수 의혹을 추적해 온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황씨의 진정서를 입수했다. 진정서는 황씨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있던 2013년 7월 29일 날짜로 작성됐다. 진정서에는 황씨가 윤씨를 언제 어떻게 만났고, 어떤 방법으로 돈을 전달했는지 자세히 서술돼 있다. 이는 검찰이 작성한 황씨와 지인들의 접견 녹취록 내용과도 일치한다.

윤씨는 박 대통령 이종사촌 언니의 남편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이기도 하다. 지난 1981년 11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세 차례 만나 현금 5천만 원 전달"

황씨가 청와대에 제출하기 위해 만든 진정서 PDF파일 캡쳐본.
 황씨가 청와대에 제출하기 위해 만든 진정서 PDF파일 캡쳐본.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진정서에 따르면, 황씨는 대선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 조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호텔 일식집에서 윤씨를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는 윤씨를 소개해 준 김아무개씨도 동석했다. 김씨는 김영삼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했던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윤씨는 자신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지지 모임이었던 상록포럼의 공동대표이자, 충청향우회 중앙회 부총제(현 공동대표)로 소개했다.

황씨는 진정서에서 "수배중인 통영사건을 풀기 위해 평소에 잘 아는 지인에게 부탁했고, 지인의 주선으로 대선 직후 윤OO을 만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씨가) 이번 대선 때 충청도에서 표가 많이 나오는데 자기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하였고, 대통령 친인척 중 자신이 가장 공헌자라고 했다"라며 "대선 유세때 찍었던 사진 몇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자랑삼아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황씨는 윤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013년 3월 14일(목) 오후 6시경 윤씨가 전화를 걸어 강남구 역삼동 한정식 OO에서 만나자고 했고, 저는 현금 3천만 원을 들고 약속장소로 갔다"라며 "술자리가 끝난 뒤에 콜택시를 불러 저와 윤씨가 함게 타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은 현금 3천만 원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돈은 회계사 조씨가 황씨의 체크카드로 인출했다.

두 사람은 이틀 뒤 또 만났다. 황씨는 "2013년 3월 16일 윤OO에게 전화가 와서 삼성동 소재 호텔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1인분에 22만 원 하는 코스요리를 시켰다"라며 "윤OO는 자기가 정계를 은퇴하고 15년 만에 이런 음식을 먹는다며 고마워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녁식사가 끝난 후 또 현금 1천만 원을 윤OO에게 전달했고, 콜택시를 불러 줬다"라고 덧붙였다.

황씨 진술에 따르면 윤씨는 박근혜 정부의 김아무개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황씨의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했고, 사건이 풀리면 박 대통령을 만나러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자고도 했다. 이에 황씨는 고마움의 표시로 지난 2013년 3월29일 앞서와 같은 호텔에서 윤씨를 만나 현금 1천만 원을 전달했다고 진정서에 밝혔다. 총 세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만 5천만 원을 윤씨에게 전달했다는 게 황씨의 주장이다.

실패한 로비... "윤씨 엄벌에 처해야"

검찰이 작성한 구속돼 있는 황씨와 회계사 조씨의 접견 내용 녹취록.
 검찰이 작성한 구속돼 있는 황씨와 회계사 조씨의 접견 내용 녹취록.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황씨와 회계사 조씨의 접견 내용을 녹취한 검찰의 수사보고서 일부분.
 황씨와 회계사 조씨의 접견 내용을 녹취한 검찰의 수사보고서 일부분.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황씨가 통영지청에 출두했다가 구속되면서 부터다. 황씨 진정서에 따르면 윤씨는 2013년 5월 초, 황씨에게 법무법인 <동인>의 이아무개 변호사를 소개했고, 황씨는 계약금 3천만 원과 통영지청 출두하면서 2천만 원 등 5천만 원을 내고 이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후 황씨는 5월 28일 법무법인 <동인>의 다른 변호사 한 명과 윤씨, 회계사 조씨 등과 함께 통영지청에 자진출두 했다.

그러나 윤씨가 자신의 문제를 풀어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황씨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구속이 됐다. 이후 윤씨와 조씨는 통영에 머물면서 구치소에 수감된 황씨를 접견하며 '구속적부심'(구속 사유의 정당성을 다시 심사)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임아무개 고등검사장에게 이 문제를 부탁해 풀겠다고 했고, 일을 진행하기 위해 현금 300만 원을 특정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구했고, 황씨는 조씨를 통해 돈을 보냈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에서도 황씨는 풀려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지인들과 접견에서 나눈 대화가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으로 검찰에 포착됐고, 접견녹취록은 구속적부심에 증거물로 제출됐다. 황씨는 조씨 등 지인들과 접견에서 수차례 윤씨에게 전달한 5천만 원을 언급했고, 일부 지인에게는 위임장을 써주고 돈을 돌려받아 올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씨는 금품수수 사실을 계속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진정서에서 구속된 후 보낸 300만 원과 직접 건넨 현금 5천만 원뿐 아니라 윤씨에게 약 2천만 원의 향응을 접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황씨는 "대통령님께서는 부디 윤OO을 엄벌에 처하여,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혹시 가능하다면 저의 억울한 사정을 참작하시어, 제가 보석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황씨의 진정서가 청와대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김경협 의원실에 따르면 진정서는 구속돼 있는 황씨가 편지로 내용을 적어 보낸 것을 조씨가 문서화 했다. 조씨는 진정서를 넣기 위해 자신의 연락처를 청와대에 남기기도 했지만, 황씨가 진정서 제출을 놓고 오락가락해 최종적으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윤씨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할 얘기도 없다"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이어 윤씨의 법률대리인은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보도가 됐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와 제보자를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 역시 진성서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지난 13일부터 윤씨와 관련된 황씨의 주변인물들을 차례로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고, 지난 15일에는 경기도 하남 소재 황씨의 물품창고를 압수수색했다(관련기사 : 검찰, '박근혜 사촌형부' 비리의혹 관련자 압수수색).

황씨와 지인들의 접견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일부분.
 황씨와 지인들의 접견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일부분.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박근혜, #청와대, #육영수, #친인척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