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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총 뜻 받들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총 뜻 받들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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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은 남긴 채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난 유승민 후폭풍이 거세다. 

신데렐라 같은 '유승민 지지율', 정계개편 vs 반짝 효과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여권 부문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8일~9일에 걸쳐 진행됐다. 조사결과는 놀랍다. 유승민 지지율이 급등해 19.2%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2등 없는 1등'을 기록하던 김무성 대표는 2위로 내려앉았다. 지지율은 18.8%. 3위는 6.0%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선두그룹과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언론계 종사자들은 '유승민 열풍'에 당혹스러워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구체적 실체를 보이며 차기 대권으로 이어질 '제2의 노무현 바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각의 냉소처럼 '컨벤션 효과'일 뿐인지에 대한 분석이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친박'의 핵심에서 어느새 '반박'의 중심이 된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10일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 의원의 행보에 따라 1990년 3당 합당으로 굳어진 양당체제 자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당체제 자체를 바꿀만한 에너지를 보았다는 의미다. 그는 같은 칼럼에서 "유 의원을 잘 알고 또 좋아하는 필자"라고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11일 유 전 대표의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 내용을 보도하면서 "일시적인 거품이라는 반론도 있다"며 "야당 지지층이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건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서지, 유 전 대표를 지지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층이 아직은 허약하다는 걸 알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승민에 대한 지지가 양당구조를 깰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매일신문> 7월 10일자
▲ "유승민 정계개편까지..." 유승민에 대한 지지가 양당구조를 깰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매일신문> 7월 10일자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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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누가 지지하나 봤더니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사퇴의 변'이 이처럼 '울림'을 줄 것이라 예상했을까? 그 효과로 자신의 지지율이 하루 사이에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싶다. 현재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기 전인 2주전 까지만 해도 그는 '김문수급'이었다.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그 스스로 차기 대권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유승민은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여권의 지지율 1위가 됐지만 어느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른 지지율 1위 정치인이 보이는 행보와 다르다. '헌법 1조 1항'을 언급하며 사퇴한 것도 '차기 대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16년간 매일 아침 여의도 출근길에 스스로에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고 물었다는 유승민은 그 연장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꼭 하고 싶었던 말을 던졌던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그에게 호응을 보내는 지지율의 실체는 있는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런 그에게 호응을 보낸 국민들 모습이 드러난다. 그들의 정체는 연령대로는 30대와 40대이다. 세대별로 정치 성향이 구분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진보·중도 성향의 지지자들이 유승민을 지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연령대로 접근하는 분석이 더욱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유 의원은 40대에서 30.7%, 30대에서 28.8%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김무성 대표(40대 13.1%, 30대 4.8%)와 큰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26.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전라(27.7%)와 대전·충청·세종(23.9%)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40대와 30대에서 보여준 압도적 지지율', 이 대목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 문장에 유승민 지지율의 '실체'가 담겨있다. 과연 그가 신데렐라 같이 화려하게 부상한 지지율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는 이제부터 유승민에게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함께 보면 왜 30대와 40대 지지율이 중요한지 좀 더 명확해진다. '귀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혹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 질문에 32%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주대비 2%P 하락했다.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의견을 낸 응답자는 59%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세대별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30대의 16%만이, 40대의 26%만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30대의 78%가, 40대의 63%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30~40대는 일관되게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15년 5월 2주 지지율을 보면 응답자의 40%가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번 주 대비 8%P가 높은 수치이다. 이때도 30대의 20%만이, 40대의 27%만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일관되게 반대해온 것이다.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유승민을 주목하고 있다. 그의 급등한 지지율의 실체다.

<중앙일보> 7월 11일자
▲ "유승민 여권 지지율 1위" <중앙일보> 7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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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30~40대 기대를 안고 새누리당에서 정치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선언하며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유승민, 그는 담담한 모습으로 버텼기에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었다. 그가 여권 대선후보 1위로 화려하게 부각된 까닭은 그가 버린 것이 다름 아닌 원내대표가 아니라 '박근혜'였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의 변'은 16년 동안 정치를 해온 유승민 그 자체였다. 대통령이 장관들 앞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거명하며 작금의 난을 진두지휘했지만, 그의 입에서는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언급했을  뿐이다. '정치 신념'을 보여준 정치인이 그 동안 누구였던가.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신념'을 언급한 정치인이 몇 명이었던가. 

30~40대에서 시작한 유승민 열풍의 기반은 탄탄해 보인다. 이들이 박 대통령에게 가졌던 문제의식과 불만의 실체를 유승민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반박근혜'이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 아니라, 이 세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상징인물이 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보내지는 지금의 열풍의 실체가 그러하다. 

그도 침묵할 수 있었다. 그러면 대구에서 4선은 어렵지 않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직을 버렸다. 마치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재연인 듯하다. 지난 8일 기자들 앞에 선 유승민에게서, 임금님의 권위에 눌려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옷이 예쁘다"며 아첨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친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유승민이 과연 30~40대의 지지를 인물에 대한 동조화로 흡수한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출발은 매우 순조롭다. 이후는 그의 몫이다.


태그:#유승민,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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