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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노동자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중공업(동구)과 현대자동차(북구)라는 대기업 공장과 거대노조 조합원 규모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후, 1998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북구와 동구의 지자체장과 구의원 선거에서는 진보진영과 새누리당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대등한 경쟁관계를 보여왔다. 그 결과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북구와 동구는 진보진영 구청장이 자리했고, 의회도 대등하게 양분됐었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센 종북바람이 불며 진보진영은 몰락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북구와 동구를 포함해 5개 전체 지자체장을 석권하는 결과가 나왔다. 기초의회에서도 새누리당이 우세한 성적을 거두었다. 더불어 새누리당 일색의 행정·의정 향배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지난 2일 울산광역시와 광역시의회의 지난 1년간 평가를 발표한 데 이어 6일에는 울산지역 5개 구·군 행정과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관련기사 : 새누리당이 장악한 울산시의회, 1년 성적은?).

울산 동구 행정, 의회는 무시하고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에는 미온적

울산지역 각 구군 주민회가 6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행정과 의정에 대한 평가를 발표하고 잇다
 울산지역 각 구군 주민회가 6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행정과 의정에 대한 평가를 발표하고 잇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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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동구주민회·북구주민회·남구주민회·울주군주민회)는 이날 오후 2시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군 행정이 주민의 참여와 이해, 욕구 실현에 얼마나 부합하는 활동이었는지를 평가함으로써 행정이 더욱 더 주민에 의거해 펼쳐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울산 동구와 북구의 경우 진보구청장과 여야 의원 수가 대등했던 지난 회기와 비교 평가해 볼 수 있어 주목받았다.

우선 진보구청장에서 새누리당 구청장으로 바뀐 동구의 경우, 주민들의 설문조사로 정한 7대 의제는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낭비 방지 노력,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좋은 일자리만들기, 염포산터널 통행료 무료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대책 마련, 원전 안전 등이었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평가 결과를 한마디로 "구의회를 경시하고 지역 민의를 외면한 행정으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동구주민회 평가에 따르면 동구의 지난 1년 간 행정 중, 학부모와 지역주민대책위 등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밀어부친 친환경 무상급식 축소, 지역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온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에 대한 동구행정의 미온적인 대응이 나쁜 평가를 받았다,

또한 동구주민 대다수의 요구였던 염포산 터널 통행료 무료화 추진에 대한 방관자적 입장 등은 지역민의를 외면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동구주민회는 "권명호 동구청장은 동구행정의 수장으로 취해야 할 자세와 태도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주민의 대의기관인 동구의회를 경시하는 행정으로 1년을 보낸 것으로 평가됐다. 동구주민회는 "상호견제와 협력, 상호 보완적 관계가 집행부와 의회가 가져야 할 원만한 관계이지만 동구행정은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간주될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들로는 현대중공업 오토바이 주차장 건립을 위한 현대중공업과의 MOU체결이 의회 보고 없이 추진된 점, 보훈회관 건립 토지 매입이 의회 몰래 이루어진 것 등이다. 동구주민회는 "이는 의회를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동구행정 스스로가 자초한 일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관련 기사 : 울산 동구청, 의회 승인 없이 현대중공업에 14억 지불) .

지난 회기 진보진영과 새누리당에서 비슷한 구성을 보였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동구의회도 "갈등과 대립의 연속,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의회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구주민회는 "동구의회 민선 6기 출범은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파행으로 시작돼 이를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둘러싼 마찰과 대립으로 격화되기에 이르렀다"며 "지난 1년동안 갈등과 대립의 동구의회는 주민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선사하기보다 실망만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민선 5기 동구의회에서 보여줬던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힘의 논리로 밀어부친 다수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북구주민의 관심은 '원전', 의회는 결의안도 부결시켜

울산 북구 주민들이 선정한 7대 의제는 원전 안전, 좋은 일자리만들기, 예산낭비 방지 노력, 친환경무상급식 정책확대, 복지예산확대, 동대산 동해상 풍력발전소, 비정규직 해소 등이다.

북구주민회는 "의제 설정을 위한 주민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민들은 핵발전소로부터의 안전관리에 다른 의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구청은 이같은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구주민회는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노후 원전 폐쇄 요구와 더불어 다양한 안전시스템과 물품들을 준비하고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재난 대피 메뉴얼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구주민회는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구청장의 행정을 평가하기에는 지난 1년이 부족함이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행정에서 전임 구청장의 잘한 정책을 평가절하 하고 외면하려는 모습과, 공무원들이 주민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하기 보다는 구청장의 눈치를 살피고 인사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구의회의 경우 전임 회기 때는 진보진영이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이번 회기에는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됐다. 북구주민회는 지난 1년 간의 북구의정을 두고 북구가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의회였다"고 평했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주민이 요구하고 바라는 결의안을 부결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북구의회에는 결의안 3건이 제출됐다. 이중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중단 및 고리원전1호기 즉각 폐기 촉구 결의안'과 '울산광역시 관내 무상급식 확대 촉구 결의안'은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의해 부결됐다.

북구주민회는 "주민설문을 보더라도 시급하게 의회와 행정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특히 울산시의회와 중구의회, 동구의회도 결의안을 통과시켜 주민들 요구를 반영했다"며 "하지만 노후된 월성1호기를 가장 가까이 둔 북구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북구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의회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구주민회는 결론적으로 "여대야소라는 의회 구성상 수적 열세에 놓인 무소속 의원들의 정당한 정책 제안이나 문제제기가 여당의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비민주적 의정활동의 사례들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의회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의장은 주민들의 대표로 활동하는 의원들이 충실히 회의에 임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운영에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구주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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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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