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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화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정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 근대화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정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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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시설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공식 인정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신청한 근대화 산업시설 23곳을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등재가 확정되자 성명에서 "진심으로 기쁘다"며 "일본의 전통과 외국의 과학기술을 융합해 불과 50년 만에 산업화를 달성한 위업을 지키기 위해 유산을 보전하고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싶다"고 밝혔다.

산업시설을 보유한 일본 각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이날 세계유산위원회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등재가 확정되자 환호가 쏟아졌고, 일부 시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앞서 일본은 아베 총리의 주도 아래 나가사키 조선소, 야하타 제철소, 하시마 탄광 등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에 기여한 전국 23곳의 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그러나 한국은 해당 산업시설들이 일본의 식민지배 시절 조선인 5만7900여 명을 강제로 징용해 노동을 착취한 곳이고, 수천 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며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팽팽한 줄다리기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명시하라"고 요구하면서 한국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일본은 손을 내밀었고, 양국이 그동안 막후 협상을 펼친 끝에 일본이 조선인을 해당 시설로 강제징용해 노동을 착취했다는 사실을 결정문에 각주(footnote)를 다는 방식으로 합의하며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일본, 조선인 강제징용 및 노역 공식 인정

하지만 우리 측이 세계유산위원회 발언문에서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로 하자, 일본 측이 반발하면서 다시 돌발 변수가 생겼다.

당혹한 일본은 발언문의 수위를 조정하기 위한 사전 조율을 요청했고,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결국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의장국인 독일이 이례적으로 심사를 하루 연기하면서 시간을 줬다.

결국 양국이 심사가 재개되기 직전 타협에 성공했고,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국민이 징용되어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 노역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권고한 것을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안내 시설 설치를 비롯해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단을 이끄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도 "일본의 발표 내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본이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믿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결정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이날의 결정은 희생자의 아픔과 고통을 기억하고, 역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며,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적 진실이나 객관적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했으며, 그 과정에서 양국의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냈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세계유산 등재를 큰 목표로 세웠던 아베 정권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일본은) 이날 양국의 타협을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유네스코, #세계유산, #일본 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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