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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2400자에 7만 원, 돈 더 내면 '하루 완성'"이라는 제목의 자기소개서 대필 체험기를 보면 취업현장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칫 자기소개서 작성 때문에 골머리를 안고 있는 고3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을 부정행위자로 인식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 현장에서 자기소개서 상담을 하고 있는 기자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자기소개서는 합격의 주요변수 될 수 있어

자기소개서는 대입 수시전형 중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취업현장에서 서류심사의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변수가 될 수 있다. 평가자가 미리 알려주는 일종의 시험문제이다. 따라서 정해진 시험기간에 맞추어 시험과목을 공부하는 것처럼 자기소개서 시험 또한 답안지를 작성하기 전 준비를 하여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소개서 쓰기 시험이 국·영·수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내신 1등급인 학생들도 자기소개서 쓰기에 쩔쩔 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영·수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하는가! 마찬가지로 취업현장에서 토익 점수를 높이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하는가!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수험생들이 성적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학교 나 혹은 사교육에서 누군가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지출이 사회 문제가 된다고 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고 사교육에서 배운 것은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생각한다. 초점은 자신이 부족하여 혼자 힘으로 문제를 풀 수 없었을 때 타인의 지도를 통해 더 낳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면 혼자서 몸부림치기보다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이 중요하다. 사교육 문제는 부실한 공교육으로 인한 자본주의 시장원리의 과열된 현상일 뿐이다. 더욱이 자기소개서 쓰기는 공교육 정규과목에서조차 가르치지 않는다(설사 논술 시간이나 글쓰기 시간에 가르친다고 손 치더라도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는 스스로 쓰는 것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매도한다.

지도하는 행위가 아니라 방법과 양심의 문제

위에서 언급한 기사내용을 보면 의뢰자는 컨설팅 담당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자는 제공된 정보에 기초하여 상황을 꾸며낸 것을 알 수 있다. 자기소개서 사교육업체의 전형적인 컨설팅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컨설팅이 자기소개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취업현장은 잘 모르겠으나 고교현장에선 자신이 자기소개서를 작성 한 후 담당자에게 첨삭지도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담당 선생님은 문맥의 흐름이나 표현 그리고 맞춤법, 띄어쓰기 등 글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지도해 준다.

위 두 경우를 보았을 때 전자는 누가 뭐래도 부정행위다. 단순히 양심의 문제를 넘어선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거짓 문서를 제출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컨설팅 담당자 또한 공범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주어진 자기소개서가 다소 매끄럽게 될 순 있겠지만 이것은 컨설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글쓰기 첨삭지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는 글쓰기 솜씨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대학 평가준거 어디를 살펴보아도 글쓰기 능력을 보는 항목은 없다. 따라서 글의 외적인 부분에 실수가 없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좋은 자기소개서 컨설팅의 예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평가하는 대학이나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적합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어 작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찾아낸다는 의미는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공의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내 스스로는 보지 못했지만 타인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훌륭한 자기소개서 컨설턴트는 위대한 작가나 족집게 국어·논술 강사가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부모, 형제나 학교 선생님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족들은 지레 겁을 먹기 일쑤고 학교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들을 보살피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컨설턴트가 활개를 치는 것이다.

나는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어 줄 수 있는 컨설턴트를 먼저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보여주고 지난 3년간의 스토리를 들려주자. 그리고 양심을 넘어선 요구는 하지 말자.

진정으로 수험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컨설턴트라면 의뢰자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서 강점을 찾아줄 것이다. 이것은 국·영·수 문제의 풀이과정을 설명해주는 것과 같다. 또한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이 불법인 것처럼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것도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조급함과 강박관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자기소개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이에 입학사정관들이 자기소개서보다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좀 더 꼼꼼히 살펴 자기소개서에 나타나 있지 않은 수험생의 강점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매년 수백 억의 세금을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의 명목으로 대학에 지원해주고 있는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수인재를 찾아내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의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고.


태그:#자기소개서 , #입학사정관, #학생부종합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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